고석정 꽃밭 가을시즌 10월 31일까지 운영
한탄강 주상절리길 잔도서 아찔한 추억도
직탕에서 순담까지 물윗길 겨울철 트레킹
강원지역 최대 곡창지대를 품은 철원의 가을 하늘은 어느 곳보다 높고 푸르다. 바로 지금 추수를 마친 철원평야가 황금색 들녘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평야를 양분하고 있는 한탄강 역시 눈에 담기 버거울 정도의 아름다움으로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전쟁의 상흔과 평화의 염원이 공존하는 철원은 자연과 역사·문화를 한껏 즐기며 걷기 좋은 구간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군(軍) 포격 훈련장에서 누적 3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불러모은 고석정 꽃밭, 한탄강 기암절벽 위를 아찔하게 거닐며 추억을 쌓는 주상절리길, 한탄강 물줄기 위에 두둥실 떠 겨울 트레킹을 경험하는 물윗길 등 국가대표급 걷기 코스를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포격 훈련장의 눈부신 변신⋯ 300만 발길 이끈 고석정 꽃밭
한탄강을 가로지르는 태봉대교를 건너 야트막한 언덕을 넘어서면 두 눈이 번쩍 뜨이는 장관이 펼쳐진다. 하늘 위로 뻗어야 할 무지개 같은 형형색색 꽃밭이 철원 평야 한 가운데 내려앉아 있기 때문이다.
과거 군부대 포격장으로 활용되며 삭막했던 황무지는 철원군으로 양여된 이후 2022년 9월 고석정 꽃밭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고 존재감을 알렸다. 귀를 때리는 듯한 포격 소리가 울려퍼지던 공간이 남녀노소 누구나 웃음과 추억을 머금는 명소로 탈바꿈한 것이다.
현재 고석정 꽃밭은 맨드라미·가우라·천일홍·백일홍·코스모스·핑크뮬리·안젤로니아·억새 등 10여 종의 꽃모 100만 본이 24㏊에 달하는 부지를 가득 채우고 있다. 꽃들이 가장 화려하게 피는 봄과 가을에 맞춰 연간 두 차례 시즌제로 운영된다. 올 8월 말 시작된 2026년 가을시즌 고석정 꽃밭은 꽃잎이 점차 떨어지는 10월 31일까지 운영된다.
보다 많은 추억과 즐거움을 선물하기 위해 꽃밭은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사실상 종일 손님을 맞는다. 햇빛을 받아 자태를 뽐내던 꽃들은 까마득한 어둠 속에서 화려한 조명들과 어우러져 또 다른 볼거리를 선보인다.
꽃밭 일원에는 허기를 달래는 먹거리 부스부터 각종 특산물을 구매할 수 있는 마켓까지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꽃밭 입구에서는 따가운 햇살을 막아 관람 만족도를 높여주는 우산을 무료로 제공한다. 길게 늘어진 꽃밭 옆으로 갖가지 색깔의 우산을 든 방문객들이 어우러지면서 꽃밭의 색감과 생동감을 한층 높여준다. 행사장 곳곳에는 철원의 상징물인 철궁이, 두루미 등과 함께 사진을 찍는 공간까지 포진해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는다.
게다가 꽃밭 주요 볼거리를 위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깡통열차'는 색다른 묘미다. 이처럼 흥행 요소로 꽉 찬 고석정 꽃밭은 올 9월 방문객 300만 명 돌파라는 대기록을 쓰며 지역 대표 명소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다만 화요일은 휴무인 만큼 꼭 숙지해야 한다.
◆한탄강 물길이 발아래… '아찔아찔' 주상절리길 잔도 걸어요
한 번 발 들이면 아찔함에 몸서리치는 특별한 걷기 코스가 존재한다. 용암지대라는 특수성에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된 한탄강 기암절벽을 직접 걸으며 만져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2021년 11월 개장한 한탄강 주상절리길이다. 총 길이 3.6㎞, 폭 1.5m 규모로 조성돼 자연이 빚은 한탄강의 지질경관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입구는 순담계곡에서 출발하는 순담매표소와 신철원 시가지에서 비교적 가까운 드르니매표소 등 두 곳이다. 어느 쪽으로 진입하더라도 사계절 한탄강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봄에는 추위를 이겨낸 야생꽃과 풀내음을 만끽할 수 있고, 여름에는 한탄강을 흐르는 시원한 물소리와 탁 트인 개방감이 가슴을 뛰게 한다.
가을에는 단풍으로 물든 절벽이 마치 세상 모든 물감을 뿌린 듯한 풍경화를 보는 것만 같다. 겨울에는 새하얀 눈꽃과 얼음으로 덮인 한탄강을 가족·연인과 함께 손을 맞잡고 걷기에 제격인 곳이다.
한탄강 주상절리길 코스는 13개의 특색 있는 다리로 구성돼 있다. ▷단층교 ▷선돌교 ▷돌개구멍교 ▷한여울교 ▷바위그늘교 ▷현무암교 ▷2번홀교 ▷쌍자라바위교 등 이름도 독특하다.
먼저 단층교는 갑작스러운 충격에 갈라진 틈이 생겨 암석이나 지층이 이동하며 어긋나게 돼 만들어지는 단층을 가까운 거리에서 살펴볼 수 있어 명명됐다. 또 화강암이 가로로 깨진 수평절리를 테마로 한 수평절리교도 있다. 이처럼 주상절리길은 단순히 볼거리만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질 형성 과정을 덩달아 이해할 수 있는 일석이조 코스로 짜여졌다. 2번홀교는 철원군의 재치가 돋보이는 이름이다.
한탄강 바로 위에 자리잡은 한탄강CC 골프장 2번 홀에서 골프공이 날아드는 구간이어서 2번홀교라 이름 붙었다. 다만 잔도 주변으로 보호망이 덮여 있어 골프공이 직접 관광객을 덮치는 불상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올 3월 한탄강 주상절리길은 누적 관광객 300만 명을 넘어서며 저력을 입증했다. 운영기간은 하절기 3월~11월, 동절기 11월~이듬해 2월이다. 호우주의보가 발효되면 문을 열지 않는다.
◆현무암 협곡 사이 두둥실⋯ 한탄강 물윗길 겨울 트레킹 체험
주상절리길에서 한탄강을 발아래로 내려다 봤다면 물윗길에서는 직접 물줄기 위를 거니는 경험도 빼먹지 않아야 한다. 한탄강 물윗길은 철원9경에 속하는 직탕폭포에서 순담계곡까지 5.8㎞ 구간을 부교로 이어붙여 만든 트레킹 코스다. 부교와 강변 탐방로를 따라 송대소와 주상절리, 현무암 협곡, 고석정 등 철원 대표 절경들을 코앞에서 즐길 수 있다. 말 그대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과 한탄강을 직접 밟으며 건강까지 챙기는 유일무이한 코스인 셈이다.
매년 10월 개장해 이듬해 3월까지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구간이 다양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실제 트레킹 구간은 직탕폭포에서 태봉대교~송대소까지 이어지는 곳과 마당바위에서 내대양수장~승일교~고석정 합수지~순담계곡까지 연결하는 구간이 있다.
이 가운데 직탕폭포와 태봉대교 구간은 무료 개방하기도 한다. 구간이 여러 곳인 만큼 태봉대교·은하수교·고석정·순담 등 여러 곳에 매표소 및 주차장을 둬 접근성도 탁월하다. 더군다나 송대소 물윗길 구간에서는 또 다른 지역 랜드마크인 은하수교와 횃불전망대까지 함께 둘러볼 수 있어 다양성을 갖췄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물윗길은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는 효자 관광 상품이다. 물윗길 코스는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1만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다만 이 중 절반인 5천원을 철원사랑상품권으로 교환·지급해 은하수교 주변에 위치한 철원DMZ마켓 등 곳곳에서 소비가 순환되는 기반을 다져뒀다. 특히 2025~2026시즌에는 약 22만 명의 방문객이 몰리며 철원 대표 겨울 관광 콘텐츠로서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지역의 각종 행사·축제는 물윗길 주변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강원일보 역시 송대소 물윗길 구간이 시범 운영되는 10월 31일에 맞춰 주변 은하수교 주차장 일원에서 '2026 철원군민 한마음 상생 걷기 페스타'를 연다.
철원 한탄강과 드넓은 평야는 하늘의 선물과 다름 없다. 기암절벽은 잔도가 되고, 강줄기 위에는 물윗길이 놓였으며, 포탄이 날아가던 터는 꽃밭으로 새단장했다. 비로소 접경지역에 그치지 않고 전국 최고의 관광지 반열에 오른 철원에서 마음 놓고 거니는 시간을 갖길 적극 추천한다.
강원일보 윤종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