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장 문이 열리자 키 180㎝의 은색 로봇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잠시 뒤 마이클 잭슨의 히트곡 '빌리진(Billie Jean)'이 흘러나왔고, 로봇은 문워크를 선보이며 퇴장했다. 딱딱한 질의응답이 오가는 국감장에서 펼쳐진 이색 광경이다.
20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특별한 손님이 등장했다. KAIST 박해원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자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KAIST 휴머노이드 v0.7'이다.
이날 로봇을 소개한 건 KAIST 물리학과 출신인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대전 유성을을 지역구로 둔 황 의원은 "제 지역구이자 모교인 KAIST에 오신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을 환영한다"며 "KAIST는 피지컬 AI의 산실"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황 의원이 "KAIST 휴머노이드, 입장해 주세요"라고 말하자 회의장 문이 열리고 사람처럼 두 발로 걷는 로봇이 모습을 드러냈다.
황 의원은 로봇에 대해 "키는 180㎝ 되고, 몸무게는 72.5㎏ 정도"라며 "한 팔로 약 20㎏의 물체를 들 수 있다. 모든 기능을 인공지능(AI) 강화 학습을 통해 자체적으로 학습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건 균형을 스스로 잡는다는 것"이라며 "힘을 줘서 밀었을 때 자체적으로 넘어지지 않고 균형을 회복하는 기능이 있다"고 했다.
황 의원은 실제로 로봇 가슴 쪽을 손으로 밀며 시연을 보였다. 그러자 로봇은 잠시 휘청거리는가 싶더니 곧바로 균형을 회복해 섰다. 황 의원은 "이 로봇은 미는 힘을 순간적으로 감지해서 수십개의 관절 모터 등을 스스로 제어한다"며 "이 모든 기술을 KAIST가 자체 기술로 독창적으로 끝까지 개발해냈다"고 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다.
황 의원은 "KAIST 휴머노이드의 또 다른 자랑스러운 기능 중 하나는 스스로 춤을 출 수 있다는 것"이라며 "문워크는 저도 못 추는데, 오늘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를 보여주겠다고 한다"고 예고했다.
잠시 뒤 마이클 잭슨의 '빌리진'이 흘러나왔고, 로봇은 발을 미끄러뜨리듯 뒤로 움직이는 문워크 동작을 선보였다. 그리곤 그대로 퇴장했다. 이런 모습에 국감장에서는 박수와 웃음이 터졌다. 황 의원은 "사람이 일일이 입력한 동작이 아니라 AI가 강화학습으로 스스로 익힌 동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 국정감사를 통해 과학기술 분야 기관들이 더 잘 운영될 방안을 찾고, 이런 훌륭한 기술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과방위가 함께 길을 찾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후 국정감사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개발(R&D) 예산과 연구자 처우 개선 등을 둘러싼 본격적인 질의로 이어졌다.
각본 없는 드라마가 펼쳐지는 여의도. 정치인들의 거침없는 말 한마디부터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 웃음과 씁쓸함을 자아내는 해프닝까지. 정치권 안팎의 생생한 순간들을 전합니다. 청와대와 세종 관가, 각종 정부 산하 기관에서 벌어지는 흥미로운 장면들도 스핀오프로 함께 다룹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