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례 강간' 허위신고 20대女 실형…법원 무고죄 엄벌 추세, 단 반드시 '무혐의=무고'는 아니다

입력 2026-10-18 19:41:59 수정 2026-10-18 19:4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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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지방법원 전경. 청주지법 홈페이지
청주지방법원 전경. 청주지법 홈페이지

합의로 성관계를 가진 뒤 상대 남성에게 6차례 강간당했다고 허위 신고한 20대 여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청주지법 충주지원 형사2단독 김주현 부장판사는 무고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A(20대)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4월쯤 채팅앱으로 만난 남성과 합의로 성관계를 가진 뒤 112에 전화해 남성이 빌린 돈을 갚으라고 협박하며 자신을 6차례 강간했다고 허위 신고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당시 두 사람이 주고받은 SNS 대화 내용 등을 근거로 A씨가 협박이나 강요에 지배당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남성의 신용카드를 허락받은 용도 이외에 사용하거나 지갑에서 45만원을 훔친 정황 등을 언급하면서, 해당 남성이 A씨에게 돈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연락을 그만하라고 했다고 봤다.

◆"기소만으로도 평판 훼손"…법원이 무고를 무겁게 본 이유

재판부가 특히 강조한 것은 성범죄 허위신고가 상대방에게 끼칠 수 있는 피해였다.

김주현 부장판사는 "강간죄는 유죄판결이 선고될 경우 무거운 형벌이 예상될 뿐 아니라 성범죄로 기소되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평판이 크게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A씨가 재판에 이르기까지 범행을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았고, 무고 피해자 역시 엄벌을 탄원했다는 점도 양형에 반영됐다.

무고죄는 단순히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성립하는 범죄가 아니다. 형법 제156조는 다른 사람에게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게 허위 사실을 신고한 경우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허위 신고로 인해 상대방이 수사 대상이 되고 경우에 따라 체포·구속 또는 형사재판까지 받을 위험에 놓이는 만큼 국가의 수사·재판 기능과 개인의 법적 지위를 동시에 침해하는 범죄로 취급된다.

대법원 역시 무고죄의 고의는 반드시 "확실히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수준까지 필요한 것은 아니며, 신고 내용이 진실하다는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허위 내용을 신고한 경우에도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성범죄 관련 허위신고가 특히 민감한 이유

성범죄 무고가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은 혐의 자체가 갖는 사회적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강간이나 강제추행 혐의로 수사를 받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직장과 가족관계, 사회적 평판 등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혐의가 최종적으로 인정되지 않더라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이미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

이번 사건 재판부가 굳이 "성범죄로 기소되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평판이 크게 훼손된다"고 양형 이유에서 별도로 언급한 것도 이 같은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법원에서도 객관적인 정황과 반대되는 성폭력 피해 사실을 만들어내거나, 실제 있었던 관계를 강제적인 성관계였던 것처럼 신고한 사실이 확인된 경우 무고죄로 실형을 선고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문제가 있다.

◆하지만 반드시 '성범죄 혐의 없음=무고'는 아니다

성폭력 신고 사건에서 상대방이 불기소 처분이나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해서 신고자의 무고죄가 곧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이 부분에 상당히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2019년 대법원은 성폭행 고소와 관련한 무고 사건에서 신고 내용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라는 사실이 '적극적으로 증명'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즉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 그 신고가 거짓이었다고 뒤집어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또 성폭력 피해자의 대응 방식은 개인의 성향과 가해자와의 관계, 사건 당시 상황 등에 따라 매우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진짜 피해자라면 이렇게 행동했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기준을 앞세워 피해자의 진술을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기준은 2024년 대법원 판결에서도 다시 확인됐다. 성범죄 신고가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됐거나 상대방이 무죄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무고의 적극적인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취지다.

◆허위임이 '입증된 사건'과 입증되지 않은 신고는 구분해야

따라서 이번 충주 사건과 일반적인 성폭력 불기소 사건은 분명히 구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에서는 재판부가 SNS 대화 내용과 두 사람 사이의 금전관계, 사건 전후 행동 등 구체적인 증거를 검토한 뒤 A씨의 신고 내용 자체가 허위라고 판단했다. 단순히 남성이 강간 혐의로 처벌받지 않았기 때문에 A씨를 무고죄로 처벌한 것이 아니다.

이 차이에 대해 대법원은 분명한 기준을 제시해왔다. 2019년 대법원은 성폭력 피해 신고와 관련한 무고죄 판단에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라는 점은 적극적으로 증명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성폭력 혐의가 불기소되거나 무죄가 선고됐다는 사정만으로 신고 내용을 곧바로 허위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최근 법학계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온다. 법조협회 학술지 '법조'에 실린 '공적 영역에서의 성폭력 피해사실 발화와 형사 책임' 논문은 성폭력범죄의 성립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사정과 피해 신고가 허위라는 판단은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형사재판에서는 유죄 인정에 '합리적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이 필요하기 때문에, 입증 실패를 곧바로 허위신고로 전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허위성이 객관적 자료를 통해 확인되고, 신고자가 그 허위성을 인식하면서도 상대방에 대해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신고했다면 무고죄가 성립할 수 있다. 대법원은 2025년에도 성범죄 피해를 당했다고 적극적으로 허위 진술하고 관련 증거를 제출한 사건에서 무고죄 성립을 인정했다.

결국 법원이 가르는 선은 단순하다. '성범죄가 입증되지 않았다'와 '성범죄 피해 사실을 허위로 만들어 신고했다'는 같은 말이 아니라는 점이다.

[5줄 요약]

▶합의로 성관계를 가진 뒤 상대 남성에게 6차례 강간당했다고 허위 신고한 20대 여성에게 징역 1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SNS 대화와 금전관계 등 객관적 정황을 토대로 협박·강요에 의한 성관계였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성범죄로 기소되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의 사회적 평판과 법적 지위에 큰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무겁게 봤다.
▶다만 성범죄 혐의가 불기소되거나 무죄가 나왔다고 해서 신고자의 무고죄가 곧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허위성이 적극적으로 입증돼야 한다.
▶결국 '성범죄가 입증되지 않았다'와 '성범죄 피해 사실을 허위로 만들어 신고했다'는 법적으로 같은 의미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