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소방 재정 빨대'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추미애 경기도지사를 향해 한문 경구까지 꺼내 들며 말의 책임을 강조했다.
추미애 지사가 17일 순직 소방관 빈소를 찾아 논란이 된 발언에 대해 사과한 가운데 나온 같은 당 중진 의원의 공개 지적이다. 야권의 거친 '망언' 공세와는 표현 방식이 다르지만, "해명보다 진심 어린 사과가 먼저"라고 못 박았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강한 질책으로 읽힌다.
정성호 의원은 이날 오후 3시 20분쯤 페이스북에 "口禍之門 舌斬身刀(구화지문 설참신도)"라고 적었다.
이어 우리말로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추미애 지사를 직접 거론해 "말의 본뜻이 그게 아니라고 해명할 일이 아니라 그 말로 상처받은 분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먼저 하시는 게 도리"라고 했다.
◆'입은 재앙의 문, 혀는 몸을 베는 칼'
'구화지문 설참신도'는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을 경계하는 오래된 경구다.
널리 알려진 원형은 중국 오대십국 시대의 정치가 풍도(馮道)가 지은 것으로 전해지는 '설시'(舌詩)의 "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구시화지문 설시참신도), 즉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고 혀는 몸을 베는 칼"이라는 구절이다. 이후 말조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표현으로 널리 쓰여왔다.
조선 연산군 때 신하들에게 말조심을 요구하며 차게 했다는 '신언패'(愼言牌)에 이 구절이 쓰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정성호 의원에게도 낯선 표현이 아니다. 2023년 최강욱 전 의원의 이른바 '암컷' 발언이 논란이 됐을 당시에도 페이스북에 똑같이 "구화지문, 설참신도"를 적으며 에둘러 비판한 바 있다.
◆같은 당에서 나온 "해명 말고 사과 먼저"
추미애 지사는 지난 13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지방재정 부담을 설명하며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말했다가 소방노조 등의 거센 반발을 샀다. 경기도는 이후 국가직 소방공무원 관련 재정을 지방정부가 대부분 부담하는 구조를 지적한 취지라고 해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6일과 17일 이틀 연속 당 차원의 사과를 냈고,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날 "당 소속 도지사의 발언으로 상처받은 소방관과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추미애 지사에게 직접 자성 어린 사과를 요청했다.
이어 추미애 지사는 순직 소방관 故(고) 김진석 소방위 순천향대 부천병원 빈소를 찾아 조문한 후 "(발언이) 제 의도와 다르게 전달됐다. 이 자리를 빌려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처음으로 직접 사과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정성호 의원은 추미애 지사의 사과가 나온 뒤에도 "말의 본뜻이 그게 아니라고 해명할 일이 아니라 그 말로 상처받은 분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먼저 하는 게 도리"라며, 사과의 방식과 태도에 대해 추가로 쓴소리를 내놓은 것이다.
특히 추미애 지사와 정성호 의원은 모두 민주당 계열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인연도 있다. 굳이 법무부 장관 계보만 놓고 보면 '선배 장관' 추미애 지사를 '후배 장관' 정성호 의원이 말조심의 고사까지 들며 꾸짖은 장면이 된 셈이다.
한편, 정성호 의원은 같은날 오후 3시 37분쯤 페이스북을 통해 "부천 공장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의 명복을 빈다"고 고인을 애도하면서 "고인을 비롯한 소방관들의 숭고한 희생으로 우리 일상의 안전이 유지되고 있다. 이 분들의 헌신과 노고에 우리 모두 깊이 감사해야 한다. 국가는 합당한 예우에 소홀함이 없게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