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 IQ 평균 112 '최고', 대구는 103 '최저'?…폴란드 업체 광고 속 '출처 불명 IQ 지도' [시사뒷담]

입력 2026-10-17 01:29:40 수정 2026-10-17 01:4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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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너 광고 캡처
배너 광고 캡처

최근 온라인에서 대한민국 각 지역별 평균 IQ(Intelligence Quotient, 아이큐, 지능 지수) 수준을 제시한 광고가 노출되고 있어 시선이 향한다.

각종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한 배너 광고 이미지에는 전국 17개 시·도의 IQ 수치가 적혀 있다.

서울특별시가 112로 가장 높고, 경기도 111, 울산광역시 110, 충청남도 109, 인천광역시 108 등이 뒤를 잇는다.

이어 제주특별자치도와 대구광역시는 각 103으로 가장 낮게 표시돼 있다.

전체 표기는 다음과 같다.

▷서울특별시 112
▷경기도 111
▷울산광역시 110
▷충청남도 109
▷인천광역시 108
▷전라남도 107
▷충청북도 107
▷세종특별자치시 107
▷경상북도 106
▷대전광역시 106
▷부산광역시 105
▷경상남도 105
▷강원도 104
▷전라북도 104
▷광주광역시 104
▷제주특별자치도 103
▷대구광역시 103

◆한국어 전용 사이트·원화 결제…'현지화 광고' 정황

광고를 누르면 'WW IQ TEST'(World Wide IQ Test)라는 온라인 IQ 테스트 서비스로 연결된다.

사이트에 공개된 사업자 정보에 따르면 운영 법인은 'CELL.KOMUNIKACIJA Sp. z o.o'로, 폴란드 크라쿠프에 주소를 둔 외국 법인이다. 사이트는 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IQ 테스트 결과·보고서와 'IQBooster' 구독 서비스를 판매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용요금은 1회 1990원, 이후 28일마다 3만9990원이 자동 결제되는 구독 방식이다.

특히 사업자 정보에는 현재 한국 내 통신판매업 신고를 준비 중이라고 기재돼 있다.

해당 업체가 한글이 적힌 배너 광고를 낸 배경도 엿볼 수 있다. WW IQ TEST는 폴란드 법인이 운영하지만 한국어 전용 사이트를 별도로 두고 있으며, 구독 서비스 가격 역시 원화로 표시하고 있다.

해당 광고 링크에는 구글 유료광고 캠페인을 뜻하는 추적 정보도 포함돼 있어, '대한민국 지역별 IQ'라는 소재가 한국 이용자를 온라인 테스트로 유입하기 위한 현지화 광고에 활용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112·대구 103' 출처는 어디에

의구심은 숫자의 출처로 쏠린다.

현재 공개적으로 확인되는 국가통계와 국내 학술연구를 살펴보면 서울 112, 경기 111, 대구 103처럼 대한민국 17개 시·도 주민의 평균 IQ를 일률적으로 산출해 비교한 자료는 확인하기 어렵다. 광고에도 해당 수치의 원자료나 조사기관, 표본 규모, 검사방법은 제시돼 있지 않다.

그렇다면 이 광고를 접한 네티즌 입장에서는 서울시민 전체의 평균 IQ가 112이고 대구시민 전체는 103이라는 수치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따져볼 수밖에 없다.

특히 지역 주민을 하나의 IQ 숫자로 묶어 서열화하는 방식은 지능검사의 역사와 한계를 고려할 때 더욱 신중해야 한다.

미국심리학회(APA)는 지능검사가 과거 인종·성별·계층·문화에 따라 응시자를 불공정하게 층화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고 설명한다. APA는 완전히 '문화와 무관한' 지능검사가 가능하다는 생각 역시 연구 결과와 맞지 않으며, 검사에는 일정한 문화적·사회적 배경이 반영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APA 공개 자료에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약 200만명의 미군을 대상으로 실시한 집단 지능검사가 문화적으로 편향된 문항과 백인 미국인을 기준으로 한 전제 때문에 인종별 성적을 위계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던 사례도 소개돼 있다.

개인의 IQ가 112나 103으로 측정되는 것 자체는 크게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이 숫자를 특정 지역 주민 전체의 '평균 지능'처럼 제시하려면 대표성 있는 표본과 동일한 검사조건, 명확한 산출과정이 전제돼야 한다.

이러한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역별 수치를 나란히 세우는 방식은 통계적 신뢰성을 얻기 어렵고, 더 나아가 지역 간 우열을 암시하는 표현으로 받아들여져 지역 혐오 내지는 편견을 부추길 소지도 있다.

우려는 실제 온라인 반응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6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해당 광고 캡처가 공유됐고, 이용자들은 수치의 신뢰성을 의심하는 한편 일부는 서울·대구 등의 IQ 수치를 지역 정치성향과 연결해 조롱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수치 표기 이미지가 다른 커뮤니티에서는 별다른 출처 설명 없이 '시도별 평균 아이큐'라는 제목으로 재유통되기도 했다.

2004년 런던 지하철(London Underground) 광고. 온라인 커뮤니티
2004년 런던 지하철(London Underground) 광고. 온라인 커뮤니티

◆온라인 '지역 서열화' 넘어 외교 문제로? 해외선 대사관 항의 사례도

이 같은 논란이 반드시 온라인 커뮤니티 안에서만 끝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외국 민간기업의 광고가 특정 국가나 국민을 비하하거나 부적절하게 묘사했다는 논란을 일으켜 외교적 항의로 이어진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2015년 말레이시아에서는 한 로봇청소기 업체가 "인도네시아 가정부를 해고하라"는 취지의 광고 문구를 사용하자 주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대사관이 공식 항의했다.

2004년 영국에서는 이탈리아인을 희화화한 런던 지하철 광고가 논란이 되자 주영 이탈리아대사가 광고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어 출처와 산출 근거를 확인하기 어려운 수치를 이용해 대한민국 각 지역 주민을 '지능 수준'에 따라 서열화하는 듯한 표현이 계속 노출되고, 이게 실제 지역 비하나 편견의 소재로 확산한다면 단순한 온라인 광고를 넘어선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충분히 제기된다.

FACTS: KOREA 웹사이트
FACTS: KOREA 웹사이트

◆광고도 '정보'로 남는다…'FACTS: KOREA'가 들여다봐야 할 때

광고도 하나의 정보다. 특히 '서울 112·대구 103'처럼 구체적인 숫자가 붙은 이미지는 온라인에서 반복 공유될 경우 광고 문맥이 사라진 채 하나의 '통계 자료'처럼 굳어질 수 있다. 실제 해당 수치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별도의 '시도별 평균 아이큐' 자료처럼 재유통된 흔적도 확인된다.

정부는 해외에서 생산·유통되는 한국 관련 오류정보를 바로잡기 위한 '한국바로알림서비스'(FACTS: KOREA)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이 서비스는 해외에서 제작된 한국 관련 잘못된 정보를 신고받아 검토하고, 관계기관과 협의해 시정을 요청하는 창구다.

그렇다면 폴란드 소재 업체가 출처와 산출 근거를 확인하기 어려운 '대한민국 지역별 평균 IQ' 수치를 한국 이용자에게 광고하고, 그 이미지가 다시 정보처럼 재유통되는 현상 역시 정부가 들여다볼 사안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객관적 근거가 확인되지 않는 수치가 대한민국 지역 주민 전체의 지능 수준을 나타내는 통계처럼 계속 퍼진다면, 한국바로알림서비스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필요시 사업자 측에 출처 표시나 정보 정정을 요청하는 등 시정 절차에 나설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