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C 충전기 7만기…90% 충전제한, 수입차 호환은 숙제

입력 2026-10-16 16:4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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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충전 막는 스마트제어 충전기, 보조금 220만원으로 일반형 대체 시험 차종 2종뿐·미작동 민원…입대의 교체 갈등도 잇따라

전기차 화재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면서 지자체별로 전기차 화재 안전 대책이 산발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대구 엑스코 지하주차장 전기차 충전소 모습.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전기차 화재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면서 지자체별로 전기차 화재 안전 대책이 산발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대구 엑스코 지하주차장 전기차 충전소 모습.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밤새 꽂아 둔 전기차가 아침에 100%가 아니라 90%대에서 멈춰 있다. 고장이 아니다.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완속충전기가 그렇게 설계됐기 때문이다. 충전기가 배터리와 대화하며 정해진 선에서 전기를 끊고, 그 뒤로는 다시 채우지도 않는다. 이 충전기가 전기차 화재를 얼마나 막는지, 왜 입주민끼리 다투는지 따져 봤다.

◆ 충전기가 배터리에게 묻는다

환경부의 2024년 완속충전시설 지침은 화재예방형 충전기를 배터리 정보를 수집하고 충전을 제어하는 설비로 정의한다. 충전기 안에 든 PLC 모뎀이 차량 배터리관리시스템(BMS)과 통신해 충전 상태를 읽고, 미리 정한 선에서 전류를 멈추는 구조다. 출력 3kW 이상 40kW 미만 완속기가 대상이다.

올해 1월 나온 지침은 한 걸음 더 갔다. 목표 충전량에 닿은 뒤 저절로 다시 충전을 시작하는 기능을 금지했다. 전에는 90%에서 멈춰도 배터리가 조금 줄면 다시 채우는 식으로 밤새 완충에 가까워질 수 있었다. 이제는 그 길을 막는다.

실제로 멈추는지는 공개 시연에서 확인됐다. 경기 군포의 한 충전기 제조사가 선보인 제품은 배터리가 95%에 이르자 충전을 자동으로 끊었다.

◆ 일반 완속기 보조금은 사라졌다

정부는 돈으로 전환을 밀어붙였다. 2024년 여름 한국환경공단은 기존 완속 보조금에 배터리 정보수집 장치 비용 명목으로 최대 40만원을 얹어 줬다. 그해 예산 협의에서는 일반 완속충전기 지원 740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지난해 지침부터 일반형 보조금은 0원이다. 스마트제어 완속기만 기당 220만원을 받는다. 신규 보급에 2430억원을 편성했고, 신규와 노후 교체를 합쳐 9만1000기를 목표로 잡았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올해 2월 집계한 PLC 탑재 스마트제어 완속기는 전국 누적 7만기, 투입 예산은 3200억원 규모다.

전환 압력은 숫자로 드러난다. 환경부의 2024년 집계에서 전국 공동주택 충전기 24만여 기 가운데 완속은 98%를 넘었다. 기존 충전기 열에 아홉 가까이는 화재 예방 통신 기능이 없었다. 지금 깔린 완속기 대부분이 교체 대상이라는 뜻이다.

◆ 85% 위에서 불이 났다

제한선의 근거는 2024년 7월 공개된 조사 결과에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이 2018~2021년 코나 전기차 화재를 조사한 결과, 불이 난 차량은 모두 85% 이상 충전된 상태였다. 소방청 통계로 2018년부터 2024년 6월까지 전국 전기차 화재는 187건이다.

2024년 1~8월 전기차 화재 24건을 공단이 분석했더니 열에 여덟이 정차나 충전 중에 났다. 한 대학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충전율은 운전자가 설정해 바꿀 수 있다"며 "85% 수준으로만 배터리를 충전하면 화재 발생 위험성을 90%까지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기차가 유독 잘 타는 차는 아니다. 소방청의 2020년~2023년 상반기 통계에서 1만대당 화재율은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낮았다.

◆ "차가 이미 막는데 충전기가 또 막는다"

완성차 업계의 반론은 이중 제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4년 설명자료에서 계기판이 100%를 보여 줄 때도 배터리 내구성을 위해 3~5% 이상 여유를 남긴다고 밝혔다. BMS가 이미 과충전을 막고 있으니 충전기 단에서 90%로 일괄 자르는 것은 주행거리만 깎는 과잉 규제라는 것이다. 배터리·전장 부품 업계도 PLC 제어를 중복 투자로 본다.

화재 원인 자체를 겨냥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대학 에너지과학과 교수는 "충전율이 100%에 가깝다고 반드시 화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충전율이 낮더라도 내부 결함이 있으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대학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충전 상태가 낮을수록 안전하다면서도 출입 제한의 효과가 얼마인지는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다고 했다.

작동 여부는 더 큰 문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낸 2024회계연도 결산 분석에서, 2024년 화재예방형 완속충전기는 인증체계가 늦어져 실제 설치 실적이 0건이었다. 지난해 7월 환경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2024년 보급 추진된 스마트제어 완속기 1만8000대 가운데 충전제어가 작동하지 않은 사례가 접수됐다는 지적이다. 충전제어 시험 대상 차종이 현대 아이오닉5와 KGM 2종뿐이라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국내 부가서비스 규격(K-VAS)이 일부 수입차와 맞지 않아 통신이 끊기거나 충전을 거부당했다는 민원이 국회에 접수됐다.

◆ 90% 규약, 단지마다 다른 셈법

서울시는 2024년 8월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을 고쳐 지하주차장에 90% 이하로 충전한 차만 들어오도록 권고했다. 공영주차장 등 공공시설 급속충전기는 80%로 묶었다. 서울시는 우선 90% 제한을 실시하고 협조한 단지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지자체 준칙은 2024년 10월부터 단지별 의결을 거쳐 적용됐다.

아예 지상으로 올리는 곳도 있다. 충남 예산군은 청사 지하 급속충전기 2기를 지상으로 옮겼고, 이 과정에서 충전 중단을 둘러싼 갈등을 겪었다. 울산시는 지하 충전기를 지상으로 옮기는 아파트 14곳에 비용의 70%를 댔다.

교체 자체가 분쟁거리다. 인천의 한 아파트는 입주 1년도 안 된 멀쩡한 완속기를 화재예방형으로 바꾸려다 입주자대표회의와 주민이 맞섰다. 다른 단지는 스마트제어 전환과 충전사업자 위탁을 두고 요금 인상과 유지비 분담 논란이 일어 주민 투표가 무산됐다.

정부는 지난해 지침 개정으로 감시와 책임을 보탰다. 환경부는 열화상 카메라를 포함한 폐쇄회로텔레비전 설치비도 보조금으로 지원해 충전구역 화재 감시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충전사업자가 충전 상태정보를 3일 연속 제공하지 않으면 보조금 지급이 제한된다.

남은 고비는 호환이다. 국가 플러그앤차지(PnC)와 스마트제어를 합친 통합 표준 서비스는 내년 2월 상용화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