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견 치매, 11세 넘으면 28%…벽에 끼고 밤에 짖으면 DISHA 체크

입력 2026-10-16 16:4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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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세 이상 반려동물 둔 가구 열에 넷…11세 28%, 15세 68% 방향·수면·배변 등 5영역 점검, 모서리 쿠션·노즈워크로 진행 늦춰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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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 몰티즈가 밤마다 짖고 벽 구석에 끼어 나오지 못한다. 보호자는 잠을 설친다. 반려견 치매약을 만드는 지엔티파마가 공개한 임상 증례다. 많은 보호자가 단순 노화로 넘기지만, 수의학계는 이를 인지기능장애증후군인 노령견 치매로 본다.

이런 개는 더 늘어난다. 한국리서치와 서울대 수의대가 지난 6월 보호자 2천여 명을 설문 조사했다. 10세 이상 반려동물과 사는 가구는 38.3%에 달했다. 8세 이상으로 넓히면 절반이 넘는다.

◆ 열한 살이면 넷 중 하나, 열다섯 넘으면 열에 일곱

11~12세 반려견의 28%가 한 가지 이상 인지기능장애 증상을 보인다. 15~16세가 되면 68%로 뛴다. 건국대 수의과대학이 임상 분석에서 제시한 수치로,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치료제 품목허가 심사자료에도 같은 숫자가 올라 있다.

국내 조사도 다르지 않다. 서울대 수의과대학이 지난해 9세 이상 반려견 1천8백여 마리를 조사한 역학 연구에서 유병률은 25.9%였다. 넷 중 하나꼴이다.

뇌에도 흔적이 남는다. 건국대 연구진이 치매 환견의 뇌 조직을 검사하자 기억을 맡는 해마에 노화 산화물인 리포푸신이 쌓이고 뇌실이 넓어져 있었다. 사람 치매처럼 뇌가 쪼그라드는 병이다.

◆ 벽에 끼고, 밤낮 바뀌고… 다섯 글자 DISHA

미국동물병원협회는 2019년 반려견 생애주기 지침에서 치매 판별 척도로 DISHA를 쓴다. 방향감각, 상호작용, 수면, 배변, 활동성 다섯 영역의 머리글자다.

방향감각이 무너진 개는 뒤로 물러서는 능력이 떨어져 벽 모서리나 가구 틈에 끼어 배회한다. 한국동물병원협회가 2024년 펴낸 임상 가이드가 꼽는 대표 특이행동이다. 상호작용 영역에서는 보호자를 알아보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 건국대 동물병원에 내원한 열여섯 살 암컷 반려견은 보호자를 알아보지 못하고 배변 실수와 벽 충돌을 반복했다. 정밀 영상 검사에서 뇌 위축과 지주막하공간 확장이 확인돼 치매 진단을 받았다.

수면 영역은 밤낮이 뒤집히는 주야 역전이다. 지엔티파마 임상사례집의 열세 살 반려견은 밤마다 허공을 보고 짖었고, 보호자가 수면장애를 얻었다. 배변 실수가 늘고 활동량이 떨어지는 것도 신호다.

이런 행동을 점수로 매긴 것이 시드니대 수의학부의 인지기능장애 척도 CCDR이다. 50점 이상이면 치매로 진단하고, 40~49점은 위험군으로 본다.

◆ 치매 아닌 관절 통증일 수도

초기 증상은 노화나 시력 저하로 오인돼 진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 반대의 함정도 있다. 미국의 한 동물행동의학 전문의는 밤에 짖거나 배변 실수를 하는 원인이 관절 통증, 디스크, 쿠싱증후군 같은 내분비 질환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시력·청력 상실이나 뇌종양도 비슷한 행동을 만든다. 치매로 단정하기 전에 몸의 병부터 가려내는 검진이 앞서야 하는 이유다.

완치는 없다. 한 소동물 관계자는 "퇴행성질환이기 때문에 완치가 어렵고 나이가 들면 어떤 강아지라도 겪을 수 있다"며 "약물치료와 보호자의 세심한 관리를 통해 질환이 악화하는 것을 최대한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 가구는 고정, 모서리엔 쿠션, 밥은 코로 찾게

집 안부터 바꾼다. 한 동물병원에서는 방향 감각을 잃고 좁은 가구 틈에 끼어 울던 환견을 위해 가구 배치를 고정했다. 모서리에 쿠션을 대고 바닥에 미끄럼방지 매트를 깔아 부상을 막았다.

뇌를 쓰게 하는 것도 치료다. 한국동물행동의학연구회가 지난해 발표한 지침도 후각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간식을 숨겨 코로 찾게 하는 노즈워크와 푸드퍼즐이 뇌 신경망을 활성화해 치매 진행을 늦춘다는 설명이다. 한 수의행동학 관계자는 "노즈워크나 푸드퍼즐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신체 및 정신적 자극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 약은 병원 절반에서 처방, 완치제는 개발 중

국내에는 지엔티파마의 반려견 치매약 제다큐어가 있다. 전국 동물병원의 절반인 2천3백곳이 처방하며, 올해 상반기 국내 매출은 10억원이다. 서울시수의사회가 8월 연 심포지엄에서는 전국 동물병원이 300마리를 추적한 시판 후 조사가 공개됐다. 8주 투약 뒤 인지기능 척도 점수가 치매 기준 아래로 내려왔다.

정부도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5월 반려동물 난치성 질환 극복 사업자로 차바이오·인천스카이 컨소시엄을 골랐다. 3천 건 넘는 동물 뇌 MRI 영상을 묶은 AI 진단 플랫폼과 줄기세포 기반 맞춤 치료제를 함께 개발한다.

농식품부의 치매 맞춤 치료제 개발 사업은 올해 말까지 이어진다. 지엔티파마는 2028년 허가를 목표로 미국 FDA와 유럽 인허가 지원 계약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