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약자 1613만명, 인구 셋 중 한 명 시대 데크는 평탄해도 입구는 턱…서울 8곳 중 5곳 진입 막혀
올가을 단풍은 오는 20일 강원 북부에서 시작해 11월 초·중순 남부까지 내려온다. 산림청이 지난달 22일 내놓은 단풍절정 예측지도의 전망이다. 계단 한 칸이 벽이 되는 휠체어·유모차 이용자에게 단풍 구경은 오래 남의 일이었다. 경사 8% 이하로 깐 무장애 나눔길이 그 벽을 낮추고 있다.
◆인구 셋 중 하나가 교통약자
국토교통부의 2024년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를 보면 교통약자는 그해 말 1613만명으로 총인구의 셋 중 한 명에 이른다. 한 해 전보다 늘어난 몫은 대부분 65세 이상 고령자였다. 고령자만 한 해 53만명 불었다.
숲은 이들에게 특히 멀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장애인 실태조사에서 장애인의 여가활동 만족도는 5점 만점에 3.1점으로 전체 평균을 밑돌았다.
◆경사 8%, 폭 1.5m가 기준
무장애 나눔길은 복권기금 녹색자금으로 짓는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 기준은 전 구간 경사 8% 이하, 폭 1.5m 이상이다. 휠체어 두 대가 비켜 갈 수 있는 너비다. 바닥은 목재 데크나 황토길로 깔고 턱과 계단을 두지 않는다.
이렇게 쌓인 길은 2025년 기준 전국 144곳, 총연장 152.5㎞다. 산림청 집계로는 2021년 95.5㎞이던 길이가 3년 새 절반 넘게 늘었다. 2027년 공모에서는 한 곳당 최대 16억5천만원까지 국비를 댄다.
◆수도권·강원, 안산자락길과 횡성 늘솔길
서울 서대문구 안산자락길은 7㎞ 전 구간을 계단 없는 데크로 한 바퀴 돈다. 메타세쿼이아와 단풍나무 숲을 평탄한 길로 일주한다. 인천 남동구 만수산 나눔길은 폭 2m 데크 2.75㎞에 야간 조명까지 갖춰 수도권 단풍 코스로 자리 잡았다.
강원 횡성 국립횡성숲체원 늘솔길은 해발 850m 청태산 자락에 놓인 순환형 데크다. 유모차가 들어가도록 설계했다. 평창 남산 나눔길도 휠체어 단풍 산책로로 열려 있다.
◆충청·호남·제주, 하늘길과 삼나무숲
대전 서구 장태산자연휴양림 스카이웨이는 계단 대신 완만한 경사로로 올라간다. 휠체어를 탄 채 15m 높이에서 메타세쿼이아 숲을 내려다본다. 태안 천리포수목원 다함께나눔길은 850m 전 구간이 평탄한 데크다.
호남에서는 전남 영암 달맞이공원 나눔길이 이달 초 준공해 문을 열었다. 900m 데크 구간을 경사 8% 이하로 이었다. 제주 서귀포 사려니숲 나눔길은 삼나무 군락 사이로 턱 없는 목재 데크를 깔았다. 영남권에는 대구 강북 도심 속 작은 나눔길과 창녕 화왕산 나눔길이 있다.
이들 길의 경로와 출입구, 노폭은 카카오맵에서 볼 수 있다. 진흥원이 2024년 113곳의 자료를 지도 앱에 개방했다.
◆데크는 평탄한데 입구가 가파르다
문제는 데크 밖이다. 풀씨행동연구소의 2024년 시민모니터링에서 서울·수도권 무장애숲길 8곳 가운데 5곳은 공원 입구까지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었다. 주차장이나 버스정류장에서 숲 입구로 오르는 진입로가 가파르거나 턱이 있어서다. 국토부 조사에서도 교통약자 보행환경의 기준 적합률은 열에 일곱 수준에 머물렀다.
목재 데크 일색의 시공도 도마에 올랐다. 시민모니터링단은 나무 밑동이 상하고 숲 본연의 생태적 질감이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지자체 녹지 부서로서는 장마와 겨울 결빙 뒤 유지보수 비용도 부담이다.
숲을 찾는 국민 자체는 늘고 있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이 2025년 4월 집계한 2024년 산림복지서비스 실적을 보면 수혜자는 2653만명, 수혜율은 51.5%로 한 해 전보다 2.3%포인트 올랐다. 같은 해 산림청 자체평가 기준 전국 복지시설 나눔숲은 누적 1152곳이다. 국민 절반이 숲의 혜택을 받는 사이 나머지 절반에 교통약자가 몰려 있다.
돈의 흐름도 이 길에 쏠린다. 진흥원이 지난해 7월 공고한 2026년 녹색자금 공모 계획을 보면 총 지원 350억원 가운데 224억원이 보행약자 접근성을 높이는 녹색인프라 확충에 배정됐다. 산림청이 지난 7월 공표한 2027년 공모에서는 총예산 360억원 중 234억원이 같은 몫으로 잡혔다. 복권기금 셋 중 둘이 턱 없는 길로 간다.
투자 효과를 따진 수치도 나왔다. 진흥원이 지난 1월 30일 공개한 사회적 가치 측정 연구에서 2025년 기준 녹색자금 지원사업이 낳은 경제·사회적 종합 편익은 1조3030억원으로 집계됐다. 길을 깔아 숲에 들어온 사람이 늘었을 때 생기는 건강·여가·지역경제 효과를 금액으로 환산한 결과다.
광역 단위로는 경기도가 가장 멀리 왔다. 경기도가 지난 3월 펴낸 2025 기후환경백서를 보면 도는 2019년부터 2025년까지 도시숲 13곳에 무장애 나눔길을 완공했다. 누적 길이는 26.52㎞다. 2025년 한 해 조성에만 46억2천만원을 들였다.
새로 닦는 길은 규모가 커졌다. 구리시가 지난해 12월 시의회 시정질문 답변서에서 밝힌 아차산 무장애 나눔길은 총사업비 33억원에 길이 2㎞다. 장흥군이 지난 5월 공개한 사자산 문학치유숲 나눔길 계획은 노폭 1.8m, 총연장 2.9㎞에 사업비 24억600만원이다. 두 곳 모두 기준 폭 1.5m를 넘겨 휠체어가 여유 있게 비켜 가도록 잡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