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한 달 전 온라인으로 흉기 구매…외출 때마다 소지하다 범행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필리핀 국적 A(41)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1일 대전 유성구의 한 회사 기숙사에서 같은 필리핀 국적의 30대 동료 B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의 발단은 범행 약 한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지난해 11월께 같은 국적 회사 동료 B씨로부터 사내 관리인에게 음주소란으로 신고했다는 의심을 받으면서 B씨와 갈등을 빚었다. 이에 A씨는 B씨가 자신의 방 비밀번호를 알고 있어 향후 위협에 대응한다는 취지로 펀치 나이프를 구매해 외출할 때마다 소지했다.
A씨는 같은 해 12월 1일 기숙사에서 다른 외국인 근로자들과 술을 마시던 B씨의 제안으로 술자리에 동석했다. 이 술자리에서 B씨를 험담했다는 오해를 받아 다시 다툼이 벌어지자 A씨는 B씨를 현관문 밖으로 불러낸 뒤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했다.
1심 재판부인 대전지법 제13형사부는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1심은 "사람의 생명은 법이 수호하고자 하는 최고의 법익으로, 생명을 잃은 피해는 어떤 방법으로 회복되지 않아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미리 준비한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피해자가 극심한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했을 것으로 보이고, 유족 역시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후회하는 점,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한국에 와 수년간 제조업 근로자로 근무하며 이번 외에는 다른 범행을 저지르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2심은 검찰과 A씨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1심의 양형 판단이 재량의 합리적인 한계를 벗어났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기록에 나타난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이 사건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살펴보면,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정상을 참작하더라도 원심이 피고인에 대해 징역 20년을 선고한 제1심 판결을 유지한 것이 심히 부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A씨는 상고심에서 형량이 과하다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연령과 성행,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동기와 수단, 결과 및 범행 후 정황 등 양형에 관한 여러 사정을 살펴보더라도 원심의 형량이 심히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