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지도·카카오맵에 운영 병상까지 표시…실손 청구도 가능 비수도권 대형병원 병동 제한 풀렸지만 치매·섬망 환자는 여전히 문턱
급성 뇌경색으로 쓰러진 한 환자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원에 입원했다. 사설 간병인을 썼다면 한 달에 450만원이 나갈 상황이었지만, 입원료와 간호간병료를 합쳐 월 70만원대로 치료를 마쳤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도를 설명하며 소개한 사례다. 같은 병, 같은 기간을 입원해도 어느 병동에 눕느냐에 따라 가족의 통장 잔고는 여섯 배 넘게 갈린다.
◆ 간병인 일당, 물가보다 두 배 넘게 뛰었다
사설 간병인 하루 일당은 건보공단이 집계한 2023년 기준 10만~17만원이다. 그 뒤로도 멈추지 않았다. 국가데이터처 소비자물가조사에서 2018년 이후 전체 물가가 21.2% 오르는 동안 간병도우미료는 55.9% 뛰었다. 물가 상승 폭의 두 배가 넘는다.
가족이 통째로 짊어지는 돈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환자와 보호자가 사적으로 치르는 간병비를 한 해 1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했다. 2008년 3조6천억원이던 금액이 세 배 가까이 불었다. 건보공단의 2023년 간병 실태조사에서는 간병 경험자 열에 여섯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답했다.
◆ 통합병동 들어가면 하루 2만3천원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보호자나 사설 간병인 없이 병원 간호인력이 24시간 환자를 돌보는 병동이다. 비용은 건강보험 입원료에 녹아 있다. 박용갑 의원실이 지난 8일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일반병동에서 사설 간병인을 쓸 때 하루 입원료와 간병비는 14만6천292원이다. 반면 통합병동은 2만3천620원으로 12만2천672원 적다. 83.9%가 줄어든다.
병실 등급으로 보면 6인실은 하루 본인부담이 2만원 안팎, 4인실은 3만원 안팎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이 지난 6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통합병동 입원 환자는 1인당 평균 79만7천685원의 간병비를 아낀 것으로 집계됐다.
◆ 실손보험 청구,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사설 간병비는 아무리 영수증을 모아도 실손보험에서 한 푼도 받지 못한다. 보험이 보장하는 '의료비'가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통합병동 입원료는 건강보험 급여 항목이라 실손 입원의료비로 청구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표준약관상 본인부담금의 80~90%를 돌려받는다.
함정은 1인실이다. 통합병동이라도 1인실에 들어가면 입원관리료와 간호간병료가 전액 비급여로 바뀐다. 건보공단은 이 경우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고 안내한다. 실손 청구를 염두에 둔다면 다인실 배정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 지도 앱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치면 병상 수까지
어느 병원이 운영하는지 몰라 못 쓰는 경우가 많았다. 건보공단은 12일부터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공 병원과 운영 병상 수를 검색할 수 있게 했다. 전국 837개 병원, 9만1천157개 병상이 지도 위에 올라갔다.
제도 문턱도 낮아졌다. 복지부는 4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비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 걸려 있던 병동 수 제한을 없앴다. 최대 4개 병동까지만 허용하던 규제가 6월부터 풀렸다. 중증환자 전담병실 입원 가능 일수는 최대 10일로 늘었다. 참여 가능한 의료기관도 기존 77곳에서 173곳으로 넓어졌다.
◆ 문제는 '정작 필요한 환자'가 못 들어간다는 것
병상은 늘었지만 누가 들어가느냐는 다른 문제다. 시민단체 건강돌봄시민행동이 지난 9월 발표한 실태조사를 보면 전국 50개 병원 중 중증환자 입원이 가능하다고 답한 곳은 4곳에 불과했다. 건보공단 자료에서도 통합병동 이용자 중 간호필요도가 높은 중증환자는 17%에 그쳐 2020년 이후 제자리걸음이다.
건강보험연구원의 한 전문가는 "간호인력 관리 부담이 큰 치매·섬망 환자와 중증 장애인군은 통합병동 입원 가능성이 각각 약 21%, 37% 낮은 반면 골절 환자는 약 29% 높아 난이도에 따른 선별 현상이 분석됐다"고 말했다. 간호인력 한 명이 여러 환자를 맡는 구조여서 낙상 위험이 크거나 석션과 기저귀 교체가 잦은 환자를 병원이 꺼린다는 뜻이다.
지역 격차도 그대로다. 대전은 대상 의료기관 참여율이 75.6%인데 제주는 30.8%에 머물고, 충남·전남·강원도 30%대다. 지역 의료계에선 간호인력이 대형병원으로 쏠려 지방 중소병원은 병동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급종합병원 참여율은 23.8%로 2022년보다 오히려 떨어졌다.
◆ 로드맵은 12월, 재원은 미정
보건복지부는 지난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급성기병원은 통합서비스를 넓히고 요양병원은 간병비를 급여화하겠다고 밝혔다. 요양병원 중증환자의 간병비 본인부담을 전액에서 30% 수준으로 낮추는 시범사업을 내년 상반기 시작하고, 2030년까지 8만5천명에게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병상 확대에 치중해 온 통합서비스도 장기 로드맵을 만들겠다며 9월 말 민관 협의체를 띄웠다.
돈과 사람이 남는다. 서울대 간호대학은 통합서비스에 참여하는 700여개 병원이 전 병동을 전환하려면 해마다 1조5천억원이 더 든다고 추산했다. 요양병원 업계는 간병인 직접고용 의무화와 확정되지 않은 수가를 두고 적자를 떠안을 수 있다며 참여를 주저한다. 협의체의 로드맵은 12월, 요양병원 급여화 본사업과 통합병동 수가 개편안은 내년 1월에 윤곽이 나온다. 중증환자를 누가 받을지, 그 비용을 누가 댈지는 그때까지도 답이 정해지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