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이 만드는 골목상권
행정의 역할도 달라져야
민간이 직접 상권을 기획하고 만들어가는 흐름이 나타나면서 행정의 역할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상권을 직접 조성하거나 활성화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민간이 만든 상권이 스스로 운영되고 지속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골목상권은 만들어진 이후 이를 지속적으로 이끌어갈 하나의 운영 주체가 없다는 점에서 이런 뒷받침이 중요하다. 골목상권을 연구해온 김주호 계명대 교수는 이를 '야외에 펼쳐진 수평적 백화점'에 비유했다. 백화점은 하나의 운영 주체가 점포 구성과 방향을 관리하는 반면, 골목은 여러 건물주와 업주가 각자의 공간을 운영해 상권 전체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골목상권은 만들어내는 것만큼 성장한 이후 경쟁력과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도 과제다. 대구 중구 김광석다시그리기길도 이런 과제를 먼저 겪었다. 2010년대 초 벽화와 문화 콘텐츠 등을 활용한 골목 조성사업 이후 관광객과 점포가 늘며 대표 관광상권으로 성장했지만, 상권이 커지는 과정에서 임대료 상승과 기존 상인의 이탈 등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불거졌다.
동인동에서는 이런 문제를 염두에 두고 상권 형성 단계부터 임대인과 임차인의 장기적인 이해관계를 맞추려는 움직임도 있다. 주요 거점 점포의 건물주와 임차인 사이에는 경쟁력 있는 가게가 오래 영업해야 상권 가치가 높아지고, 장기적으로 건물 가치에도 도움이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게 업주들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행정이 직접 상권을 만들고 운영하기보다 민간이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마중물을 제공하고, 상권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는 제도적 울타리를 만드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지원 단계에서는 달라지는 상권의 운영 방식과 기존 제도의 요건 사이에 간극도 나타난다. 기존 상권 지원사업은 공공재원이 투입되는 만큼 사업을 신청하고 집행할 대표성을 갖춘 공식 상인조직을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동인동 업주들도 지난해와 올해 초 중구청에 상권 활성화 사업과의 연계를 문의했지만 실제 신청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중구청 관계자는 "공모사업에 참여하려면 정식 상인조직이 필요한데 동인동에는 아직 해당 조직이 구성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동인동은 서로 다른 업종의 독립 업주들이 하나의 조직 아래 묶이기보다 필요할 때 협업하는 '느슨한 연대'에 가깝다. 상권을 만드는 방식은 다양해지고 있지만 공공지원은 여전히 대표성을 갖춘 공식 조직을 필요로 하면서 둘 사이의 접점을 어떻게 만들지가 과제로 남는다.
김 교수는 "행정 입장에서는 공공재원을 지원하려면 대표성을 가진 조직과 형평성 기준이 필요한 것도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최근 콘텐츠 상권은 기존 먹자골목이나 특화골목과 형성·운영 방식이 달라 기존 제도가 이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권은 기획이 3이라면 운영이 7이라고 할 만큼 만들어진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