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연구원, 18세 이상 도민 600명 설문…"사용 관행 굳기 전 규칙 만들어야"
경기도민 10명 중 9명 이상이 AI 안경을 이용한 시험 부정행위가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경기연구원은 지난 8월 18세 이상 경기도민 600명을 대상으로 AI 안경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담은 'AI 안경의 명암과 대응 방안: 혁신은 넓게 위험은 정밀하게' 보고서를 15일 발간했다. AI 안경의 편리함에 대한 기대는 5점 만점에 4.02점이었지만, 위험 인식은 4.20점으로 우려가 기대를 앞질렀다.
가장 큰 우려는 프라이버시 침해였다. 응답자의 89.5%가 '본인도 모르게 촬영되는 문제'를 1순위 위험으로 꼽았다. 몰래 녹음(86.5%), 시험 부정행위(83.7%)가 뒤를 이었다. 반면 기대 편익은 외국어 실시간 번역, 길 안내, 문서·표지판 인식 기능에서 높게 나타났다.
시험 공정성 우려는 더욱 두드러졌다. 응답자의 92.2%는 AI 안경을 이용한 시험 부정행위가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적발 시 제재에 대해서도 '성적 무효'(93.0%), '일정 기간 응시 자격 제한'(92.8%) 등 강력한 조치에 90% 이상이 동의했다. 다만 응답자의 82.7%는 장애·의료 목적의 AI 안경에 한해 사전 승인 후 시험장 사용 예외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나는 되고 남은 안 된다'는 이중 잣대도 수치로 드러났다. 촬영 기능을 직접 쓰겠다는 응답은 56.2%였으나, 모르는 사람이 주변에서 촬영하는 것을 허용하겠다는 응답은 26.8%에 그쳐 29.3%포인트 차이가 났다.
이 같은 우려는 이미 현실이 됐다. 2026년 5월 두 차례 정기 토익 시험에서 AI 안경을 착용한 응시자가 각각 1명씩 적발됐다. 한국토익위원회는 이들에게 4년간 응시 자격 제한 처분을 내렸다. 서울시립대와 연세대 논술시험에서도 AI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잇달아 적발됐다.
규제 당국도 움직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시험장에서 AI 안경을 소지·사용하면 부정행위로 처리하도록 국가기술자격법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 중이다. 현행 시행규칙은 휴대전화·디지털카메라에 대해서만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 스마트안경은 규제 공백 상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스마트안경을 시험장 반입 금지 물품으로 공식 지정했다.
경기연구원은 공간과 기능별로 허용 범위를 달리하는 '신호등 규칙'을 대안으로 제안했다. 어디서, 누가, 어떤 기능을 쓰느냐에 따라 규제 수위를 달리해 혁신은 살리고 위험은 줄이자는 구상이다.
이승환 경기연구원 AI연구실장은 "AI 안경은 누군가에게는 눈과 귀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감시 카메라가 될 수 있다"며 "어디서, 누가, 어떤 기능을 쓰는지에 따라 규칙을 달리하면 혁신은 넓히고 위험은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사용 관행이 굳어지기 전인 지금이 규칙을 만들 가장 좋은 때"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