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우 지음/ 사이펀 펴냄
울산의 산업화를 이끈 주역보다 그 현장에서 청춘을 보내고 늙어간 사람들, 전쟁의 영웅보다 전쟁을 통과하다 세상을 떠난 이의 삶에 시선을 두는 시집이 나왔다. 대구 출신 이순우 작가가 등단 18년 만에 첫 시집 '종이꽃이 말을 걸다'를 펴냈다.
시집은 가족과 이웃, 노동 현장의 사람들처럼 사회의 주변부에 놓인 이들의 삶을 시의 중심으로 끌어온다. 시인 김정수는 해설에서 저자의 시 '염습'이 전쟁의 역사적 의미보다 전쟁을 몸으로 겪고 죽은 장 요셉의 시간을, '달깨비길의 서사'와 '노인 복지관'은 울산 산업화의 성공보다 그 현장에서 청춘을 소진한 노동자들의 퇴근길과 늙고 병든 몸을 바라본다고 짚는다.
삶의 연륜은 그리움으로 이어진다. '밥알의 힘', '능소화의 투병일기', '슝늉 말씀' 등 일상에서 길어 올린 소재들은 노년과 가족, 살아온 시간의 무게를 드러낸다. 시인이 주목하는 것은 거창한 성취보다 그 안에서 살아낸 사람들의 구체적인 이야기다.
이순우 작가는 '시인의 말'에서 "오래 묵힌 시들을 세상에 내놓는 부끄러움을 털어놓으면서도, 자녀들에게 자신의 첫 시집이 용기가 되길 바란다"고 썼다. 오랜 시간 마음에 담아둔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로 펼쳐낸 책이다. 144쪽, 1만2천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