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윤정현] 지역에 남고 돌아올 이유, 창업에서 찾자

입력 2026-10-15 1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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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현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윤정현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윤정현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지역소멸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 89곳 중 대구 3곳, 경북 15곳이 포함돼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지역에서 생계를 꾸리고 미래를 설계할 방법을 만드는 일이다. 그 해법으로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자산의 가치를 높이는 창업을 제안한다.

경영학에서 창업의 출발점은 충족되지 않은 수요와 새로운 가치의 발견이다. 교통이 불편한 마을, 돌봄이 부족한 어르신, 활용되지 않는 빈집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이동·생활지원 서비스, 빈집 활용, 농산물 공동배송처럼 주민의 불편을 덜어주는 아이디어는 지역의 일자리와 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역자산을 활용한 창업도 중요하다. 경북의 농수산물과 전통문화, 대구의 제조기술과 골목상권은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의 기반이다. 특산물에 디자인과 가공기술을 더하고, 오래된 공간에 체험과 체류의 가치를 입히는 방식이다. 지역의 고유함을 고객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가치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창업이 정주와 연결되는 이유는 경쟁력이 현장과 관계에 뿌리를 두기 때문이다. 지역문제를 풀려면 주민을 만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지역자산을 활용하려면 생산자와 협력하고 지역의 이야기를 이해해야 한다. 그곳에서 활동할수록 지식과 신뢰가 쌓이는 사업이 지역에 남을 경제적 이유를 만든다.

좋은 취지만으로 사업이 지속되지는 않는다. 누가 고객이고 비용을 부담할지, 반복적인 수입이 가능한지를 따져야 한다. 공공성이 큰 서비스는 공공구매와 연계하고, 특산품과 콘텐츠는 온라인 유통과 관광으로 외부 수요를 끌어와야 한다. 생산과 고용은 지역에 뿌리내리되 시장은 넓혀야 인구감소에 따른 수요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로컬런닝맨'은 이러한 접근의 출발점을 보여준다. 2025년 대구에서 열린 한·일 로컬 런닝맨 캠프에는 대학생 39명이 참여해 동성로를 관찰하고 현장 인터뷰를 거쳐 창업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같은 해 영남대학교와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의 영덕 프로그램도 강구항의 현안을 탐색하고 해결 아이디어를 발굴하도록 구성됐다. 이러한 경험을 시제품 제작과 시험 운영, 첫 매출과 정착으로 연결하는 후속 지원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는 창업과 생활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지역문제와 활용 가능한 자산을 공개하고, 빈 점포와 공공공간에서 사업을 시험할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안정적인 임대공간과 주거, 교통, 보육을 연결하고 주민과 창업자의 협력을 돕는 일도 중요하다. 기존 주민과 상인이 참여해 새 창업이 지역의 거래와 소득을 함께 늘리도록 해야 한다.

대학은 지역을 창업교육의 현장으로 삼아야 한다. 학생이 주민과 문제를 찾고 전공 지식으로 해결책을 만드는 수업을 확대하며, 경영·디자인·공학의 역량을 연결해야 한다. 교수의 연구와 대학의 장비로 제품 개발과 사업성 검토를 돕고 졸업 이후에도 지원을 이어가야 한다. 고객을 만나 작은 매출을 만들어보는 경험까지 교육의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

지역기관은 흩어진 지원을 연결해야 한다. 창조경제혁신센터와 경제진흥기관 등이 창업팀에 자금, 전문가, 판로를 연결하고 성장 과정을 살펴야 한다. 지역기업은 첫 고객이자 협력기업이 돼 생산시설과 유통망을 나누고 상품을 공동 개발할 수 있다. 지원 성과는 창업 건수와 함께 3년 뒤 사업 유지율과 정착률, 지역 고용과 구매로 평가해야 한다.

지역을 떠났던 인재가 돌아오는 '연어형 창업'에도 길을 열어야 한다. 외지에서 쌓은 기술과 경영 경험, 거래망이 고향의 자산과 만나면 새로운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출향인과 지역 청년을 연결하고, 일정 기간 머물며 사업을 시험한 뒤 정착하도록 도와야 한다. 배우자의 일자리와 자녀 교육까지 고려하고 구체적인 사업 기회를 제시할 때 귀향은 가족이 함께 선택할 수 있는 현실이 된다.

인구감소라는 큰 파고를 단기간에 되돌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 파고가 지역의 가능성까지 지우도록 둘 수는 없다. 줄어드는 인구에 맞춰 생활서비스를 혁신하고, 익숙한 자산의 가치를 높이며, 새로운 기업을 키워야 한다. 문제를 풀어내는 창업과 돌아오는 사람들의 도전이 만날 때 대구경북은 위기를 더 높은 경쟁력으로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