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한윤조] CXMT 쇼크

입력 2026-10-15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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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조 논설위원
한윤조 논설위원

지난 13일 코스피가 하루 만에 5% 넘게 주저앉으며 6천 선 아래로 붕괴했다. 외국인 매물 폭탄의 90% 이상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주식에 집중됐다. 시장을 흔든 결정적 뇌관은 중국 최대 메모리 기업 창신메모리(CXMT)의 '4F²(스퀘어) 차세대 D램 개발' 및 연내 서버용 DDR5 모듈 출시 발표였다. 단순한 기술 발표 하나가 어떻게 한국 증시 전체의 시가총액 수백조원을 증발시키는 파장을 불러왔을까.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지배해 온 공식은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통한 회로 미세화'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첨단 미세공정 기술을 바탕으로 초격차를 유지해 왔다. 반면 미·중 갈등의 여파로 EUV 장비 수입이 전면 차단된 중국 반도체 업계는 사실상 도태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CXMT가 던진 '4F² 수직 구조' 카드는 미세화의 한계를 아키텍처(구조) 혁신으로 극복하겠다는 선언이다. 미국의 첨단 장비 제재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히자, 중국이 물리적 한계를 우회하는 전혀 다른 방식의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더욱 중대한 위협은 CXMT가 범용(Legacy) D램 수준에 머물지 않고, 고부가 영역인 '서버용 DDR5 (RDIMM)'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는 점이다. 데이터센터와 AI 서버 시장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을 떠받치는 가장 견고한 보루이자 핵심 수익원이다. 만약 CXMT의 4F² 서버용 메모리가 시제품 단계를 넘어 시장 출하에 성공하고 수율을 확보한다면, 이는 글로벌 D램 공급 과잉과 단위당 단가 하락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의문과 반도체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로 불안해하던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중국의 서버 시장 침투 소식은 불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물론 CXMT의 이번 발표를 온전히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실제 상용화 시점'보다 '중국 반도체 추격의 속도와 방향'이다. 'CXMT 쇼크'는 K-반도체에 분명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기술의 진입장벽을 한 차원 더 높이는 '진짜 초격차'를 재정립하고 초응전 자세로 임하지 않는다면, 반도체 선도국의 지위는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hanyunjo@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