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가짜 구급차'를 걸러내기 위한 새 제도 시행 소식을 전하며 시민들에게 "응급사이렌 울리는 앰뷸런스를 보면 의심하지 말고 길을 잘 터달라"고 국민들에게 부탁했다.
그런데 이 메시지를 보면 5년 전, 당시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이 한밤중 119 구급차의 도움을 받아 배우자 김혜경 여사를 병원으로 긴급 이송했던 일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오후 1시 55분쯤 X(엑스, 구 트위터)에 이날 나온 연합뉴스 '가짜 구급차 잡아낸다…오늘부터 운행정보 실시간 의무 전송' 기사를 인용하며 "가짜 엠블런스 이제는 사라집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응급사이렌 울리는 엠블런스 보시면 의심하지 마시고 길 좀 잘 터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부터 민간 구급차의 위성항법시스템(GPS) 기반 운행정보를 구급차기록관리시스템(AiR)에 실시간 전송하도록 의무화했다. 기존에는 GPS 기록과 운행서류를 사후 대조했지만 앞으로는 구급차의 위치, 이동경로, 운행시간 등을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실시간 수집·관리한다. 환자 이송과 무관한 사적 이용 등 이른바 '가짜 구급차'를 걸러내기 위한 조치다.
◆새벽 0시 54분 "빨리 앰뷸런스 좀 부탁드립니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구급차는 단순히 정책 속 교통수단만은 아니다. 소중한 가족의 목숨을 구했다.
2021년 11월 9일 새벽,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배우자 김혜경 여사가 자택에서 구토와 설사 증상을 보이다 의식을 잃고 넘어져 얼굴을 다치는 일이 있었다.
당시 공개된 119 신고 기록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새벽 0시54분쯤 직접 119에 전화를 걸어 "빨리 앰뷸런스 좀 부탁드립니다"라며 구급차를 요청했다. 신고 과정에서 자신이나 김혜경 여사의 신원을 밝히지는 않았다.
119 구급대는 오전 1시6분쯤 현장에 도착했고, 김혜경 여사는 오전 1시31분쯤 병원에 도착했다. 이후 공개된 구급차 내부 CCTV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이송되는 김혜경 여사 곁에 앉아 손을 잡고 있는 모습도 담겼다.
당시는 김혜경 여사의 낙상 원인을 둘러싼 각종 허위정보와 추측이 확산되면서 민주당 선대위가 119 신고 기록과 구급활동일지, 구급차 CCTV, 의무기록까지 공개했던 때이기도 하다.
◆그날도 결국 누군가 길을 터줬다
물론 당시 김혜경 여사를 이송한 것은 119 구급차였고, 이번 보건복지부 제도는 민간 구급차의 '가짜 운행'을 관리하는 것이어서 두 사안은 서로 딴판인 얘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이 이날 덧붙인 "응급사이렌 울리는 앰뷸런스 보시면 의심하지 마시고 길을 잘 터달라"는 당부는 119와 민간 구급차를 넘어 응급환자 이송에서 시민들의 양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겨냥한 말이다.
도로교통법도 본래 긴급한 용도로 운행 중인 구급차를 긴급자동차로 규정하고, 다른 차량 운전자에게 진로를 양보하도록 하고 있다.
5년 전 새벽 1시 전후의 상황을 돌이켜보면 이재명 대통령 역시 그 중요성을 직접 경험한 셈이다.
김혜경 여사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얼굴을 다친 상황에서 119에 전화했고, 구급대가 출동해 야간 도로를 지나 병원까지 이송했다. 구급차 한 대의 신속한 출동뿐 아니라 그 이동 과정에서 다른 차량들이 길을 내주는 일 역시 응급이송 체계를 완성하는 한 부분이다.
만약 구급차가 출동하더라도 도로 위 차량들이 길을 내주지 않는다면, 몇 분이 중요한 응급상황에서는 그 자체가 또 다른 장벽이 될 수 있다.
◆'가짜'를 없애야 진짜 구급차가 믿음을 얻는다
바로 여기서 이번 정책의 의미가 도출된다. 그동안 환자를 태우지 않았는데도 사이렌을 울리거나 사적으로 운행하는 민간 구급차가 반복적으로 적발되면서 일각에서는 구급차를 보고도 "정말 응급환자가 타고 있는 것 맞나"라는 불신이 생겨왔다. 보건복지부가 운행정보 실시간 전송 의무화에 나선 것도 이런 부적절한 운행을 줄이고 환자 이송체계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다. 2027년부터는 이상 운행이 의심되는 사례를 자동 탐지해 주무관청에 알리는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다.
그래서 이재명 대통령의 이날 X 글은 단순히 "가짜 구급차를 잡겠다"는 정책 홍보에서 한발 더 나간다. 가짜를 걸러내 구급차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실제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오는 구급차에는 시민들이 주저하지 말고 길을 터달라는 주문이다.
5년 전 한밤중 가족의 응급상황에서 직접 119에 "빨리 앰뷸런스 좀 부탁드립니다"라고 요청했던 이재명 대통령이기에 어쩌면 꽤 절실하게 체감한 뒤 다시 마주한 정책일 수 있다. 정치인은 수많은 정책을 다루지만 그 모든 문제를 자신의 삶에서 직접 겪어보는 건 아니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