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노 증후군, 수족냉증 환자 셋 중 하나…손끝 3색 변하면 통증 5분이 기준

입력 2026-10-13 11:3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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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냉증 호소 환자 31%가 레이노…9월 대비 12월 환자 60% 늘어 전신경화증·루푸스 신호일 수도…모세혈관현미경 검사 급여, 확진 땐 산정특례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아침저녁 기온이 뚝 떨어지면 손발이 시리다는 사람이 늘어난다. 대부분은 장갑을 끼고 핫팩을 쥐는 것으로 넘긴다. 그런데 찬물에 손을 담갔을 때 손가락 끝이 하얗게 질렸다가 파랗게 변하고, 다시 붉어지면서 아프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혈관이 발작적으로 오그라드는 레이노 증후군이다. 단순 냉증으로 여기고 버티다 자가면역질환을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 손발 시리다는 환자, 열에 셋은 레이노

수족냉증과 레이노 증후군은 생각보다 자주 겹친다. 대한한의학회가 2018년 학회지에 실은 연구에서 손발이 차다며 병원을 찾은 환자 986명 가운데 31%가 레이노 증후군으로 진단됐다. 열에 셋은 냉증이 아니라 혈관 질환이었다는 뜻이다.

환자는 날씨를 따라 움직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월별 통계에서 레이노 증후군 환자는 환절기인 9월보다 초겨울 12월에 60% 늘었다. 2023년에는 3월 환자가 2천명을 넘기며 연중 가장 많았다. 꽃샘추위가 이어지는 늦겨울까지 혈관이 쉬지 못한다는 얘기다.

누가 많이 걸리는지도 분명하다. 같은 통계에서 50대와 60대가 전체 환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고, 여성이 남성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대한류마티스학회는 일반 인구의 5~10%가 레이노 증후군을 갖고 있다고 추정한다.

◆ 하양, 파랑, 빨강…5분이 기준

구별하는 열쇠는 색이다. 한 대학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수족냉증은 손발이 차갑게 느껴지는 증상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이어 "반면 레이노 현상은 추위나 스트레스에 노출될 때 피부색 변화가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피가 끊기면 하얗게, 산소가 모자라면 푸르게, 혈관이 다시 열리면 붉게 변하는 3단계다.

시간도 본다.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사지혈관센터 기준에 따르면 찬물에 닿았을 때 손끝 색이 삼색으로 바뀌고 통증이 5분 이상 이어지면 진료 대상이다. 손이 차기만 하고 색이 변하지 않는다면 단순 냉증일 가능성이 크다.

◆ 기저질환 없는 일차성, 자가면역 신호인 이차성

레이노 증후군은 둘로 나뉜다. 이화여대 목동병원이 지난 1월 낸 자료를 보면 일차성이 전체의 80%쯤이다. 기저질환 없이 젊은 여성에게 주로 발생한다. 나머지가 문제다. 한 대학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일차성은 합병증이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차성은 혈관 손상이 동반돼 심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차성 뒤에는 자가면역질환이 숨어 있다. 대한류마티스학회 임상진료권고안에 따르면 피부와 장기가 굳는 전신경화증 환자는 90% 이상에서 레이노 현상을 보인다. 루푸스 환자는 넷 중 하나에서 절반,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는 열에 두세 명꼴로 동반한다. 손끝 색 변화가 전신 질환의 첫 신호인 셈이다.

방치하면 손끝까지 잃을 수 있다. 대학병원의 한 내과 교수는 "증상이 몇 년간 조절되지 않으면 드물지만 혈관이 막힌다"며 "피부 궤양이나 조직 괴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단순 냉증으로 여겨 온열기구로 버티다 손끝이 파랗게 변한 뒤에야 병원을 찾는 사례도 있다. 이차성 레이노와 자가면역질환을 동시에 진단받는 경우다.

◆ 손톱 밑 모세혈관을 들여다본다

감별은 손톱 아래에서 시작한다. 손톱 주름의 모세혈관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조갑주름 모세혈관현미경 검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12년 급여기준 고시에서 류마티스 질환과 레이노 증후군의 일차·이차 감별 목적이면 이 검사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도록 했다. 다만 단순 저림으로 검사를 처방했다가 진료기록에 레이노 증상이 없어 삭감된 심사 사례도 있다.

혈액검사와 함께 보면 예후가 갈린다. 대한류마티스학회 임상 가이드는 항핵항체가 나오지 않은 레이노 환자가 나중에 류마티스 질환으로 가는 비율을 6%로 본다. 반면 유럽류마티스학회가 올해 낸 조기진단 가이드라인은 손톱 모세혈관 이상이나 자가항체가 있으면 전신경화증으로 진행하는 비율이 35%에 이른다고 밝혔다.

찬물 검사도 있다.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에 따르면 한랭부하검사는 4~6도 냉수에 양손이나 양발을 2분간 담근 뒤 피부 온도가 돌아오는 과정을 관찰한다. 체온열검사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의료기술재평가위원회가 2022년 복합부위통증증후군과 레이노 현상 두 질환에만 조건부로 권고했다.

◆ 핫팩은 독, 확진되면 본인부담 10%

손이 시리다고 난로에 바로 갖다 대는 습관은 오히려 해롭다. 혈관외과 전문의들은 감각이 떨어진 상태에서 핫팩에 손을 대면 저온 화상을 입을 수 있다고 본다. 혈관 손상이 더 악화할 위험도 크다.

이차성 레이노로 전신경화증 같은 자가면역 기저질환이 확진되면 지원이 따른다. 보건복지부 산정특례 고시에 따라 외래와 입원 본인부담이 10%로 내려간다. 질병관리청이 지정한 국가관리대상 희귀질환은 1천389개로 늘었고, 희귀질환자 의료비 지원은 가구 소득이 중위소득 140% 이내면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환자 열에 여덟을 차지하는 일차성 레이노는 산정특례 대상이 아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원발성 레이노 증후군을 자가면역 중증난치질환 특례에서 제외해 일반 외래 본인부담을 적용한다. 검사비는 급여로 덜어도 손끝이 궤양으로 번지기 전까지 진료비 부담은 환자 몫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