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중앙아시아 원산 외래종…강한 번식력에 생태계 교란 우려
부산 겨울 기온 높아 정착 유리…연구진 "통합적 해충관리 필요"
중동과 중앙아시아가 원산지인 외래 바퀴벌레가 부산에 정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학계에 따르면 부산대 생명시스템연구소와 경상국립대 식물의학과 연구진은 최근 부산 감만항 일대에서 '레드 러너'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투르키스탄 바퀴(Periplaneta lateralis)를 발견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모두 다섯 차례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성충뿐 아니라 약충과 알집까지 투르키스탄 바퀴의 생애주기 전 단계에 해당하는 개체를 채집했다. 단순 유입을 넘어 국내 생태계에 이미 정착했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다.
투르키스탄 바퀴는 검붉은색을 띠며 몸길이는 약 3㎝다. 약 220일이면 성충으로 자라고 암컷 한 마리가 약충 350마리를 낳을 만큼 번식력도 강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국내에서는 파충류나 절지류의 먹이용으로 반입되는 경우가 많다.
원산지는 중동과 중앙아시아다. 연구진은 부산의 비교적 온화한 겨울 기후가 투르키스탄 바퀴가 자리 잡는 데 유리한 조건이 됐을 것으로 봤다. 부산의 평년(1991∼2020년) 겨울 평균기온은 3.6∼5.8도다.
특히 감만항 일대는 기온 변화 폭이 크지 않아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일종의 '한파 대피소'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문제는 확산 가능성이다. 감만항은 투르키스탄 바퀴의 국내 확산을 위한 '전초기지'가 될 수 있다. 이미 항만 밖 공원에서도 개체가 발견된 만큼 실제 서식 범위가 어디까지 넓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미국과 일본, 러시아, 유럽 등에서도 투르키스탄 바퀴 유입에 따른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다른 바퀴벌레와 마찬가지로 도시 해충으로 분류되는 데다 높은 번식력을 바탕으로 토착종과 경쟁하면서 생태계를 교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감만항 조사에서도 투르키스탄 바퀴가 나온 하수구와 음식물 쓰레기통 주변에서 국내 토착종인 먹바퀴가 함께 발견됐다.
연구진은 "투르키스탄 바퀴가 감만항 인근에 출현한 점은 항만 운송이 유입경로이고 이미 국내에 유통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이는 항만시설에 오가는 선박과 화물 등을 검역하기 어렵다는 점과도 관련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야외에서 무분별하게 살충제를 뿌리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야외환경에서 바퀴를 방제하기 위해 살충제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은 주변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현황 조사 ▷모니터링 ▷먹이원 제거 ▷미끼 방제 등 '통합적 해충관리'를 실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