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계 정당 vs 다민족 연합 대결…예비 결과 현지시각 오후 7시 이후 공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 4일 총선 투표가 시작됐다. 등록 유권자 340만 8517명이 대통령·의회·지방 선거를 동시에 치른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선거 구조는 여느 나라와 다르다. 유권자들은 단일 대통령이 아니라 보스니아크(무슬림계)·크로아트(크로아티아계)·세르브(세르비아계) 3개 구성 민족의 대표 각 1명으로 구성된 집단 국가원수 중 자신의 민족 대표를 뽑는다. 연방 하원의원 98명과 연방 내 10개 주 의회도 이날 함께 선출한다.
투표는 현지 시각 오후 7시(그리니치 표준시 오후 5시)에 마감된다. 예비 개표 결과는 선거 당일 밤 중앙선거관리위원회(CIK)가 공개하며, 공식 결과는 늦어도 11월 20일까지 확정된다.
이번 선거는 민족계 기성 정당과 다민족 야권 연합의 대결 구도로 치러진다. 보스니아크 계열의 민주행동당(SDA), 세르브 계열의 독립사회민주연맹(SNSD), 크로아트 계열의 크로아티아민주연합 보스니아 지부(HDZ BiH)가 사회민주당(SDP) 주도의 다민족 연합과 맞붙는다.
세르브 자치 지역인 스릅스카 공화국에서는 분리주의 성향의 밀로라드 도디크 SNSD 대표가 이번 선거에 직접 출마하지 않는다. 도디크는 1995년 평화 협정 이행을 감독하는 국제 고위대표의 결정을 거부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6년간 공직이 금지된 상태다. 도디크가 지지하는 사보 미니치가 스릅스카 공화국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다.
도디크는 선거 전날 바냐루카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는 죽었다. 불가능한 나라"라고 지지자들에게 말했다. 그는 세르비아·러시아와의 긴밀한 관계를 추구하며, 최근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고 돌아왔다.
무슬림-크로아트 연방에서는 보스니아크 계열 정당들이 중앙 정부 권한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SDA는 세르브 분리주의에 맞서 국가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보스니아 크로아트 유권자들도 대체로 HDZ BiH 등 민족 정당을 지지하는 흐름이다. 현직 보스니아크 대통령 멤버인 데니스 베치로비치는 EU·나토 가입 재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EU 가입 문제는 이번 선거의 핵심 쟁점 중 하나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는 2022년 EU 가입 후보국 지위를 얻었으나, 실제 가입 협상 개시는 사법 감독 강화·반부패법 제정 등 다수 개혁 과제 이행에 달려 있다. 2025년 1월 다민족 연합 트로이카는 SNSD가 EU 가입 관련 법안 2건에 찬성표를 던지지 않자 연정 지지를 철회했다.
2018년과 2022년 선거 이후 두 차례의 중앙 정부 임기는 민족 갈등과 지속적인 정치 교착 상태로 점철됐다. 2025년은 1992~1995년 보스니아 전쟁 이후 가장 심각한 국가 위기로 평가됐다. 경제 성장 둔화와 EU 가입 지연이 겹치면서 민심 이반도 심화됐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현행 통치 체계는 1992~1995년 보스니아 전쟁 이후 미국의 중재로 체결된 1995년 데이턴 평화협정에 따라 수립됐다. 중앙 정부, 자치 중립지구인 브르치코 특별구, 두 개의 반자치 지역으로 행정 권한이 나뉜다. 현재 인구 구성은 무슬림 보스니아크가 절반가량이며, 정교회 세르브가 31%, 가톨릭 크로아트가 15%를 차지한다. 민족주의 정당들은 전쟁 시대의 분열 구도를 유지해왔지만,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전쟁 시대 수사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