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군면제' 폐지 법안 추진될까?…축구·야구 특혜 논란, 비인기 종목엔 '생존 문제' [금주의 이슈]

입력 2026-10-04 15:35:20 수정 2026-10-04 15:4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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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이민성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월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이민성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채 막을 내리기도 전에 한국에서는 메달 못지않게 뜨거운 논쟁거리가 등장했다.

이른바 '금메달 군면제' 이슈다. 남자 축구대표팀 선수들의 발언과 세리머니가 불을 붙였고, 안철수 국민의힘 국회의원까지 공개 비판에 가세했다.

정확하게는 군 복무를 완전히 면제받는 것이 아니라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되는 병역특례다. 하지만 '군면제'가 대중적으로 통용되는 표현인 만큼 논쟁 역시 이 단어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사실상 면제 받는 것이라는 인식은 수많은 청년들이 365일 내내 군 입대를 해야 하고, 최근 발생한 DMZ 지뢰 폭발 사건에서도 보듯이 꾸준히 군에서 다치거나 죽는 사례가 나오니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다.

◆안철수 "군대가 혐오시설인가"…법 개정 논의로 번지나

안철수 의원은 4일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남자 축구대표팀 일부 선수들이 병역특례를 강조하는 발언을 하고 군대를 희화화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며 "아시안게임 군 면제를 이제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표팀이 훈련 과정에서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를 틀었다는 내용과 금메달 이후 나온 병역 관련 발언 등을 문제 삼으며 "군대가 혐오시설이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주장 이기혁 선수는 메달을 들어 올리며 "군대 안 갑니다"라고 말했고, 양민혁 선수는 경기 후 "메달이나 트로피는 정말 중요하지 않았다"며 병역 혜택을 가장 큰 보상으로 언급했다. 박승수 선수는 경기 종료 후 미리 준비한듯 '전역모'를 쓴 셀카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

안철수 의원의 발언은 현행 제도 자체를 다시 살펴야 한다는 국회의원의 공개 문제 제기로 볼 수 있고, 이번 논쟁이 선수들의 태도 논란에서 병역특례 기준 개편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가늠케 한다.

그런데 축구만 들여다보면 문제의 일부만 보인다.

안철수, 박승수, 양민혁, 이기혁. 연합뉴스
안철수, 박승수, 양민혁, 이기혁. 연합뉴스

◆야구는 8개국 출전…일본 사회인팀 꺾고 16명 특례

이번 대회 야구 종목은 병역특례 제도의 구조적 논쟁을 더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대회 본선에 출전한 국가는 한국·일본·대만·중국 등 모두 8개국이었다. 한국은 KBO리그 프로선수들로 24명의 대표팀을 꾸렸고 이 가운데 병역 미필 선수는 16명이었다. 반면 일본은 프로야구 NPB 대표팀이 아니라 기업 소속 사회인야구 선수들을 중심으로 출전했다.

한국은 슈퍼라운드에서 일본에 0-5로 완패했다가 결승전에서 다시 만나 3-1로 승리하면서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야구의 아시안게임 5회 연속 우승이었다.

금메달의 가치 자체를 깎을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러나 "본선 참가국 8개인 종목에서 프로선수들이 일본 사회인팀 등을 상대로 몇 경기를 치러 우승한 경우와 수십개국이 경쟁하는 종목의 금메달에 똑같은 병역특례를 주는 것이 맞느냐"는 질문은 남는다.

야구가 아시안게임 때마다 '병역특례용 대표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9월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대한민국 대표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월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대한민국 대표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흥민 때는 달랐다…'국위선양 계속하게 해달라'는 공감

그런데 병역특례가 항상 국민적 반감을 산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축구선수 손흥민이다. 손흥민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 병역특례 대상이 됐는데, 당시에는 오히려 이를 반기는 여론이 적지 않았다.

손흥민은 이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세계적인 선수로 활약하며 한국 축구와 국가 이미지를 널리 알리고 있었다. 군 복무로 선수 경력이 장기간 단절될 경우 개인의 손실을 넘어 한국 축구에도 손해가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당시에는 "이미 국위선양을 하고 있는 선수가 그 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역시 병역특례의 취지에 맞는다"는 논리가 비교적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이 사례는 국민이 병역특례 자체를 무조건 거부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오히려 핵심은 '누가 왜 혜택을 받느냐'에 있다.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성취와 제도 취지가 맞아떨어질 때 병역특례는 특혜가 아니라 선수의 전성기와 국제적 활동을 지켜주는 장치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지난 9월 24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에콰도르의 경기. 한국 두 번째 골을 넣은 손흥민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월 24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에콰도르의 경기. 한국 두 번째 골을 넣은 손흥민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기 프로종목 때문에 커진 반감…그렇다고 모두 없앤다면

그래서 최근 아시안게임 축구·야구를 향했던 비판 역시 병역특례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라기보다 현재 적용 방식에 대한 불만으로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프로축구·프로야구 선수들은 소속팀과 리그, 연봉이라는 비교적 안정적인 활동 기반을 갖고 있다. 여기에 아시안게임 몇 경기의 금메달만으로 병역특례까지 받게 되면 "이미 많은 것을 가진 인기 종목 선수에게 또 하나의 혜택을 주는 것 아니냐"는 반감이 커질 수 있다.

반면 레슬링·체조·카누 등 상당수 비인기 종목은 사정이 다르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이 선수 경력의 사실상 전부인 경우가 적지 않고, 실업팀이나 후원 기반도 약하다. 20대 초중반의 군 복무 공백은 짧은 선수 생명 자체를 끊어놓을 수도 있다.

따라서 축구·야구에서 커진 병역특례 비판을 이유로 제도를 통째로 없애면, 오히려 제도가 가장 필요했던 열악한 종목의 선수들이 먼저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손흥민 사례가 병역특례의 순기능을 보여줬다면, 비인기 종목의 현실은 왜 제도를 단순 폐지로 끝내기 어려운지 설명한다. 결국 문제는 '병역특례를 유지할 것인가 폐지할 것인가'라는 이분법보다는, 서로 전혀 다른 종목과 선수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현재 방식에 더 가까워 보인다.

지난 9월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스케이트보드 남자 스트리트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강준이의 시상식에서 태극기가 정상에 올라있다. 연합뉴스
지난 9월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스케이트보드 남자 스트리트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강준이의 시상식에서 태극기가 정상에 올라있다. 연합뉴스

◆'금메달=특례' 대신 종목별 차등?…이제 기준을 바꿀 때

그렇다면 폐지와 현행 유지 사이에 제3의 선택지가 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곧바로 병역특례와 연결하는 대신 ▶실제 참가국 수 ▶세계선수권·올림픽에서의 종목 위상 ▶프로리그 존재 여부 ▶상대국의 프로선수 참가 수준 ▶선수의 실제 경기 출전과 기여도 등을 함께 반영하는 방식이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 서로 다른 가중치를 부여하거나, 한 번의 금메달 대신 국제대회 성적을 누적하는 점수제도 검토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방식에도 "국가가 스포츠 종목의 가치를 서열화하느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손흥민의 병역특례에는 박수를 보내면서 이번 축구·야구 사례에는 비판이 쏟아지는 현실 자체가 이미 국민이 모든 금메달을 동일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결국 병역특례의 취지를 살리려면 혜택을 없애는 것보다 먼저 '누가, 어떤 성취를 했을 때, 왜 받아야 하는가'를 다시 설명할 수 있는 기준부터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관련 법안을 추진하더라도 폐지라는 극단적 방향보다는 이같은 섬세함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