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뱃길 1시간대 '가장 가까운 해외'… 당일치기도, 민숙 1박도 부담 없이
편백·삼나무 숲길 산림욕에 트레킹까지…'힐링의 섬'으로 다시 주목
여권 하나면 충분하다. 부산항에서 쾌속선을 타고 한 시간 남짓, 일본 나가사키현 대마도(쓰시마)가 다시 여행객을 부르고 있다. 대마도는 2018년 한국인 관광객 약 41만 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지만, 한일 관계 냉각과 코로나19로 항로가 끊기며 발길이 크게 줄었다. 부산~히타카츠 항로가 2023년 2월, 부산~이즈하라 항로가 2024년 4월 재개된 뒤 서서히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여행 방식이다. 대형 단체관광 대신 친구·연인·가족 단위의 '개인 자유여행'이 주류가 됐다. 현지에서도 "단체보다 개인과 소규모 여행객이 늘었다"는 말이 나온다. 일정과 동선을 스스로 짤 수 있는 데다, 섬 전체가 제주도의 약 40% 크기여서 하루나 이틀 일정으로도 알차게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창원에서 왔다는 네 모녀는 "여행 상품이 아닌 배편만 일찍 싸게 예약해서 가족 자유여행 왔다. 자차로 부산여객터미널 와서 쾌속선 타고 도착한 뒤 바로 순환버스 이용해 둘러보는 중"이라며 "1박 2일 일정으로 히타카츠만 알차게 돌아볼 계획"이라고 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선박 왕복 운임은 물론 출국세, 유류할증료, 항만세까지 포함된 9만9천원짜리 자유여행 당일 상품을 내놓은 여행사도 있다.
부산서 1시간대, 오전에 출발해 저녁에 돌아온다
국내에서 대마도로 가는 길은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배편이다. 도착 항구는 북쪽의 히타카츠와 남쪽의 이즈하라 두 곳이다. 히타카츠행은 선박에 따라 1시간 10분~1시간 30분, 이즈하라행은 2시간 안팎이 걸린다. 그래서 히타카츠는 당일치기가 가능하고, 이즈하라까지 돌아보려면 1박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배편은 팬스타의 '쓰시마링크호, 대아고속해운 '씨플라워호' 등이 운항 중이다. 일부 선박 기준으로 오전 8시 40분 부산에서 출발해 히타카츠에 오전 10시 안팎쯤 닿고, 오후 5시 10분 현지에서 출발하면 저녁 무렵 부산에 돌아온다. 공식 운임은 히타카츠 왕복 성인 기준 주중 9만원이지만, 온라인 특가 왕복 승선권은 4만~6만 원대도 있다. 주말·성수기 11만원 등 시즌·요일에 따라 요금 차이가 있고, 부두세와 유류할증료가 별도로 붙는다. 올해 7월 1일부터는 일본 출국세(국제관광여객세)가 1인당 1천엔에서 3천엔으로 올랐다. 주말과 연휴에는 조기 매진이 잦아 사전 예약이 사실상 필수다. 파도나 기상 여건에 따라 결항·시간 변경이 있을 수 있어 출발 전 선사 공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히타카츠, 항구에서 바로 시작되는 북부 코스
히타카츠에 내리면 짧은 시간에도 알찬 코스가 이어진다. 일본 해변 100선에 이름을 올린 미우다(三宇田) 해변은 한적하고 물빛이 맑아 사계절 산책 코스로 사랑받는다. 인근 한국전망소는 맑은 날이면 수평선 너머로 부산 쪽 불빛이 아스라이 보이는 곳으로, 부산에서 약 50km라는 '가까운 거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쇼핑도 빼놓을 수 없다. 히타카츠 오우라 지구의 대형 슈퍼 밸류마트 오우라점은 도시락·간식·생필품은 물론 기념품까지 한자리에서 구할 수 있고, 한국어 안내판은 물론 직원들의 한국어 실력도 상당해 쇼핑에 큰 어려움이 없다. 여권을 지참하면 일정 금액 이상 구매 시 면세(Tax-Free)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다만 일본의 면세 제도가 바뀌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즈하라에서 만나는 대마도의 역사
남쪽 중심 도시 이즈하라는 대마도의 옛 번주 소(宗)씨 가문의 근거지다. 소씨 가문이 거주하던 금석성(가네이시성) 터에는 조선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가 1931년 대마도 번주 가문의 후손과 혼인한 것을 기념하는 결혼봉축기념비가 서 있다. 한국인 여행자들이 일부러 찾아 걷는 역사 기행 코스다. 시내에는 대마도 최고의 신사로 꼽히는 하치만구 신사 등도 있어 천천히 걸으며 돌아보기 좋다.
상도와 하도를 잇는 붉은 아치, 만제키바시
두 항구 사이를 오가다 보면 만제키바시(만관교·万関橋)를 지난다. 대마도는 본래 하나의 섬이었으나 인공 수로가 뚫리면서 북쪽 '상도'와 남쪽 '하도'로 나뉘었고, 이 둘을 이어주는 다리가 바로 만제키바시다. 좁은 물길 위에 걸린 붉은 아치와 그 아래 소용돌이치는 바닷물은 드라이브 중 잠시 차를 세우고 사진을 남기기에 제격인 풍경이다.
숲과 바다가 건네는 힐링
대마도의 진짜 매력은 '쉼'에 있다. 섬의 대부분을 울창한 숲이 덮고 있어 걷는 것만으로도 몸이 가벼워진다. 북부 슈시 지역의 슈시강 편백·삼나무 숲길은 곧게 뻗은 나무 사이로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맑은 공기와 함께 산림욕을 즐길 수 있는 대표 코스다. 여름에는 숲 그늘 아래 계곡에 발을 담그며 더위를 식히고, 늦가을과 초겨울에는 붉게 물든 단풍이 숲길을 채운다. 트레킹하기도 제격이다. 낚시와 자전거와 함께 트레킹 동호인들이 대마도를 즐겨 찾는 이유다.
'나만의 방식'으로, 버스·자전거·렌터카
현지에 도착하면 이동 수단은 취향대로 고르면 된다. 여행사의 연계 순환버스투어를 이용하면 한국전망소, 미우다 해변, 만제키바시, 이즈하라 금석성 터 등 주요 명소를 한 번에 돌아볼 수 있어 처음 가는 여행객에게 편하다. 히타카츠 항 인근에는 전동 자전거 대여소가 있어 해안 마을을 가볍게 누비기 좋고, 렌터카 업체들도 있다. 다만 렌터카를 이용하려면 한국 운전면허증과 함께 국제운전면허증과 여권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일본은 차량이 좌측통행이므로 초행길에는 속도를 낮추고 안전운전에 유의해야 한다.
하룻밤 머물면 더 깊어지는 섬
당일치기도 가능하지만 비즈니스호텔이나 민숙(民宿)에서 하룻밤 묵으면 섬의 속살이 더 선명해진다. 민숙은 일본 가정집 분위기의 소규모 숙소로, 호텔보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현지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고가의 숙소도 연내 히타카츠에 문을 열 예정이어서 좀 더 고급스러운 숙소를 원하는 이들에겐 희소식이다.
바다 건너 가장 가까운 이웃 섬, 대마도. 올 가을, 가볍게 짐을 꾸려 '지금 가장 만만한 해외'로 떠나보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