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가을 코트 247%·플리스 218%… 낮 29도 밤 17도가 바꾼 가을 옷장

입력 2026-09-27 09:17:09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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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9월 초 롱슬리브·트렌치코트 검색 80%대 증가 서울 가을 54일로 축소… 320g 패커블 아우터로 갈아탄 패션업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9월 하순 들어 낮과 밤 기온차가 10~15도까지 벌어지면서 봄가을 코트 거래액이 1년 새 247% 늘었다. 무신사가 11일 공개한 9월 1~10일 구매 데이터에서다. 두꺼운 외투 한 벌로 버티던 가을 옷장이 얇은 옷을 여러 겹 겹쳐 입는 '가을 레이어드룩'으로 갈아탔다. 같은 기간 이 플랫폼의 '가을옷' 검색량은 전년 동기의 약 53배로 뛰었다.

겹쳐 입는 단품으로의 쏠림은 더 노골적이다. 신성통상이 14일 집계한 탑텐몰 메리노 스웨터 기획전에서는 여성 화인메리노 크루넥 카디건 한 품목이 전체 매출의 58%를 가져갔다.

◆ 코트 247%·플리스 218%… 올가을 팔린 건 '겹쳐 입는 옷'

무신사 구매 데이터를 보면 간절기 레이어드용 플리스 거래액이 전년 대비 218% 늘었다. 이너로 입는 니트·스웨터는 95%, 긴소매 티셔츠는 94% 증가했다. 아우터와 이너가 나란히 뛴 것은 한 벌을 고르던 소비가 두세 겹을 조합하는 쪽으로 넘어갔다는 신호다.

검색 기록도 같은 방향이다. 레이어드의 기본인 롱슬리브 검색량이 84%, 대표 간절기 외투인 트렌치코트가 82% 늘었다. 덧입기 좋은 하프집업 맨투맨 검색은 75% 증가했다.

무신사는 "최근 기온 변화와 맞물려 가을 패션 전체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 낮 29.2도, 아침 17.8도… 기온 20도 밑돌자 재킷 80% 급증

기상청 관측에서 서울의 21일 기온은 낮 29.2도, 아침 17.8도였다. 하루 사이 11.4도가 오르내린 셈이다. 1991~2020년 기후평년값으로 전국 9월 최고기온은 25.9도, 최저기온은 16.1도다. 올해 9월 하순은 낮 24~30도, 아침 14~18도로 평년을 웃돌았다.

기상청은 10일 브리핑에서 북쪽 찬 공기가 남하한다고 밝혔다. 아침 기온은 평년보다 낮고, 낮과 밤의 기온차는 10~15도로 크겠다고 예보했다.

기온이 한 번 꺾일 때 지갑은 즉각 열린다. 무신사가 분석한 2024년 9월 하순 주말에는 기온이 20도 아래로 떨어지자 점퍼·재킷 거래액이 직전 주말보다 약 80% 뛰었다.

◆ 서울 가을 54일로 12일 짧아져… 기상청, 117년 만에 기준 손질

기상청이 1912~2020년 관측치를 분석한 기후변화 보고서를 보면 한반도 가을 시작일은 100년 사이 9월 17일에서 9월 29일로 12일 늦춰졌다. 서울의 가을 지속 일수는 1910년대 66일에서 최근 10년 54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여름은 98일에서 118일로 20일 길어졌고, 겨울은 22일 짧아졌다.

늦더위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2024년 9월 전국 평균기온은 24.7도로 1973년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집계에서는 그해 9월 첫 주에만 온열질환자 83명이 나왔다.

기상청은 이상고온이 굳어지자 3개월 단위로 묶어 온 사계절 구분 기준을 117년 만에 손질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새 계절 구분과 기후통계 기준안은 12월 공표될 예정이다.

◆ 카디건 셋업 304%·니트 베스트 93%… 플랫폼마다 '탈착' 품목이 상위

카카오스타일이 지난해 3월 공개한 지그재그 판매 분석을 보면 민소매와 카디건을 묶은 셋업 거래액이 전년 대비 304% 늘었다. 겹쳐 입는 니트 베스트는 93%, 후드 집업은 112%, 체온 조절용 경량 조끼는 57% 증가했다.

백화점 쪽 데이터도 겹친다. 현대백화점이 지난해 7월 내놓은 소셜 빅데이터 분석에서 카디건 언급량은 327.8%, 실내외 온도 차를 메우는 셔츠 언급량은 274.7% 늘었다. CJ온스타일의 2024년 집계로는 일교차가 10~15도로 벌어진 구간에 가디건 카테고리 매출이 전년보다 139% 급증했다.

반대로 단품 상의는 밀린다. LF가 2024년 봄 분석한 리복 매출에서 한 벌로 입는 맨투맨은 10% 역신장했고, 그 수요는 외투류로 옮겨갔다.

◆ 320g 패커블·7데니어 셸… 브랜드는 '가방에 접어 넣는 아우터'로

제조 쪽 대응은 가벼워지는 방향이다. 헬리녹스웨어는 입체 패널 30개를 적용해 접어 휴대하는 320g짜리 팩 다운재킷을 내놨다. 아이더는 7데니어 초경량 셸을 써 원단 무게를 20% 줄였고, 다이나핏은 999필파워 충전재를 넣은 슬림 다운을 선보였다. 더네이쳐홀딩스의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은 자체 주머니에 수납되는 방풍 제품군으로 간절기 시장을 겨냥했다.

물량 기획도 바뀌었다. 한섬은 셔츠와 재킷을 합친 '셔켓' 물량을 2배로 늘리고 여름 니트 생산을 30% 확대했다. LF 마에스트로는 레이어드 수요를 겨냥해 레더 아우터 스타일 수와 물량을 각각 40% 늘렸다.

◆ "한파 한 번에 재고"… 레이어드 쏠림의 그늘

위험은 반대편에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유통매출동향에서는 가을이 짧아지면 정통 헤비 아우터의 실착 기간이 줄어 오프라인 패션 매출이 시즌 초반 주춤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마진 겨울 아우터를 대량 기획한 브랜드일수록 타격이 크다.

10월 중순 한파가 갑자기 닥치는 경우도 문제다. 패션업계에서는 간절기 레이어드 중심으로 짜 놓은 상품의 판매 기간이 지나치게 짧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얇은 옷 여러 겹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날씨가 곧바로 오면 재고가 남는다.

브랜드 기획을 맡은 한 관계자는 "과거의 봄은 따뜻하고 가을은 선선한 계절이었다면 최근에는 추운 봄과 더운 가을이라는 이상기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 의류학 전문가는 지난해 10월 학술대회 개회사에서 "기후변화, 인공지능,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패션산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며 "패션은 단순한 소비재 산업이 아니라 사회 변화의 거울"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