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약 두 알 몰아먹자 혈압 80mmHg… 복약오류 4년새 879건

입력 2026-09-27 06: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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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반의 법칙', 다음 복용까지 절반 안 지났을 때만 즉시 복용 비순응 당뇨환자 입원 2.53배·사망 1.81배… 처방지속률은 84.1%

약 섭취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약 섭취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추석 연휴가 이어지는 가운데 약국에서 보고된 복약오류가 최근 4년간 879건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약사회가 지난달 24일 공개한 약국 복약오류 현황 자료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역환자안전센터에 접수된 건수다. 연휴에 약을 거른 만성질환자가 다음 차례에 두 알을 몰아 먹는 순간, 위험은 건너뛴 쪽이 아니라 몰아 먹은 쪽에서 커진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안내하는 만성질환 약 복용법의 갈림길은 다음 복용까지 남은 간격의 절반이다.

◆ 고혈압 남성 23.4%, 당뇨 12.0%… 처방 지속은 84.1%

질병관리청 2023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보면 성인 고혈압 유병률은 남자 23.4%, 여자 16.5%다. 당뇨병은 남자 12.0%, 여자 6.9%였다. 50대 여성은 고혈압 28.6%, 당뇨병 12.0%로 연령이 올라갈수록 두 질환이 함께 따라붙는다.

문제는 약을 꾸준히 먹느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2주기 1차 고혈압·당뇨병 적정성 평가를 보면 처방지속 환자비율은 84.1%다. 정기적으로 외래를 찾는 방문지속 환자비율은 87.6%였다. 환자 6명 중 1명은 처방이 끊긴 구간에 있다. 같은 평가에서 당뇨병 환자의 당화혈색소 조절률은 64.1%에 그쳤다.

복약 누락 자체는 드문 일이 아니다. 서울대학교 간호대학이 2018년 만성질환자 의약품 복용 1만3천590건을 분석한 조사에서 환자의 30%는 약을 제때 먹지 않았다. 당뇨병 환자의 70%는 복용을 잊어 처방대로 먹지 못한다고 답했다.

◆ 혈압 80mmHg·혈당 50mg/dL… '두 알'이 부른 응급실

대한약사회에는 연휴 아침 혈압약을 걸렀다가 저녁에 2회분을 복용한 사례가 보고됐다. 수축기 혈압이 80mmHg대로 떨어져 어지럼증과 낙상을 겪었다. 대한당뇨병학회에는 전날 약을 깜빡한 환자가 다음 날 아침 두 알을 먹은 사례가 올라왔다. 혈당 50mg/dL 미만 중증 저혈당 쇼크로 응급실에 실려 갔다.

식약처는 혈압약을 한 번에 두 배로 복용하면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현기증과 실신, 낙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당뇨약 과량 복용은 어지럼증과 식은땀에서 의식 소실까지 진행되는 급성 저혈당을 부른다.

◆ 만성질환 약 복용법의 기준은 '절반'… 넘겼으면 건너뛴다

식약처의 의약품 안전 복용 지침이 제시하는 기준은 단순하다. 약을 걸렀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시점이 다음 복용 시간까지 남은 간격의 2분의 1을 넘지 않았으면 즉시 한 번 분량을 먹는다. 절반을 넘겼으면 그 회차는 건너뛰고 다음 시간에 평소대로 1회분만 먹는다. 이른바 '반의 법칙'이다.

하루 한 번 아침 8시에 먹는 약이라면 밤 8시 이전에 생각났을 때만 즉시 복용한다. 그 뒤에 알았다면 다음 날 아침에 한 알만 먹는다. 식약처는 복용 시간을 잊었더라도 다음 복용 때 2회 분량을 한꺼번에 먹는 일은 절대 피하라고 당부한다.

◆ 20대 고혈압 치료 지속률 24%… 비순응 당뇨환자 입원 2.53배

대한고혈압학회가 2024년 내놓은 Korea Hypertension Fact Sheet를 보면 국내 20세 이상 고혈압 환자 1천300만 명 가운데 연간 지속 치료자는 810만 명이다. 20~39세 유병자의 84.9%는 치료에 순응하지 않았다. 치료 지속률은 20대 24%, 30대 40%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았다.

누락이 쌓이면 결과가 달라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의료패널 분석 연구를 보면 약물 치료를 지속하지 않은 당뇨 환자는 입원 확률이 2.53배 높았다. 사망 위험도 1.81배에 달했다. 반대로 복약순응도가 10% 오르면 당화혈색소는 0.16%p 내려갔다. 순응도가 높은 고혈압 환자의 목표 혈압 도달률은 그렇지 않은 환자의 5배였다.

명절 식탁은 이 흐름을 흔든다. 질병관리청 명절 식생활 지침을 보면 송편 3개 90g의 탄수화물은 약 35g으로 밥 반 공기에 해당한다. 대한당뇨병학회가 권하는 당뇨 환자의 과일 1회 섭취량은 50kcal 이내, 사과 반쪽 수준이다. 한 대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지난 19일 "명절 끝나고 난 다음에 병원 외래에 오시는 분들 중에 혈당이라든지 여러 가지 검사 결과들이 안 좋은 분들이 굉장히 많으세요"라고 설명했다.

◆ 한 번 거른 위험보다 몰아 먹은 위험이 크다

"한 번 안 먹느니 두 알을 먹는 게 낫다"는 판단은 거꾸로다. 내과 의료계에서는 2회분을 몰아 먹어 생기는 급성 저혈압·저혈당 쇼크를 더 위험하게 본다. 약을 한 차례 건너뛰면 혈압과 혈당이 일시적으로 오르는 데 그치지만, 몰아 먹으면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연휴에 한 번 놓친 약은 다음 회차부터 정상 복용으로 되돌리는 것이 원칙이다.

◆ 연휴 중 복약 누락… 남은 약은 다음 회차부터 맞춘다

당뇨 환자를 보는 한 종합병원 내분비내과 과장은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긴 연휴 기간 약 복용에 소홀하거나 음식 조절을 포기하면 응급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환자와 가족들의 사전 준비와 생활습관 관리, 응급 대처 이 세 가지 원칙만 잘 지킨다면 무탈한 명절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