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침수사고 3만5011건, 95.7%가 7~10월 집중 은폐 판매 땐 등록취소·2년 이하 징역, 자차 미가입은 사각지대
침수 사실을 숨기고 중고차를 판 매매업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3배를 물리는 법안이 국회에 올라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지난 8일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심사보고서를 내면서다. 여름 폭우를 맞은 차량이 수리를 마치고 중고차 시장에 풀리는 시기다. 그런데 전산망이 걸러 주는 것은 보험으로 처리된 침수차뿐이다. 자기차량손해 담보에 가입하지 않은 차량은 어느 무료 조회에도 뜨지 않는다.
◆ 침수사고 3만5011건, 95.7%가 7~10월에 몰렸다
보험개발원이 지난 6월 공개한 최근 5년간 차량 침수사고 현황을 보면 자동차보험으로 처리된 침수사고는 3만5011건이다. 이 가운데 7~10월에 난 사고가 3만3490건, 95.7%다. 침수차가 여름 장마가 아니라 그 뒤인 가을 중고차 시장의 골칫거리인 이유다.
피해 정도는 대부분 수리 불능 쪽으로 쏠린다. 보험개발원의 2024년 집계를 보면 침수사고 3만3650건 가운데 전손이 2만4887건으로 73.9%에 달했다. 분손은 8763건이었다.
전손 차량은 시장에 나올 수 없다. 자동차관리법은 침수로 전손 처리된 차량의 소유자가 결정 사실을 안 날부터 30일 이내에 폐차를 요청하도록 했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가 최대 1000만원이다. 종전 300만원에서 올린 금액이다.
◆ 정비·성능점검·전손·분손·지자체, 5종을 한 번에 무료 조회
침수차 조회 창구는 두 곳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지난달 31일 자동차365 포털에서 매매용 등록 차량의 침수 정보 무료 조회를 시작했다. 정비 이력과 성능상태점검, 보험 전손·분손, 지자체 사실확인서 등 5종이 대상이다. 본인인증만 거치면 별도 비용이 없다.
보험개발원 카히스토리는 차량번호나 차대번호를 넣으면 전손·분손 여부를 곧바로 알려 준다. 로그인도 결제도 없이 2003년 이후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공단은 중고차 침수정보 확인이 불법 유통에 따른 국민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는 필수 절차라고 밝혔다.
◆ 숨기고 팔면 등록취소에 징역 2년, 종사원은 3년 퇴출
침수 상태를 거짓으로 고지해 판 매매업자는 등록이 취소되고 2년 이하 징역에 처해진다. 여기에 벌금 2천만원이 더해질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1회 적발 즉시 등록을 취소하는 기준을 적용한다. 은폐에 가담한 매매종사원은 3년간 중고차 매매업 종사가 막힌다.
책임은 판매 단계에만 있지 않다. 2024년 8월 시행된 가이드라인에 따라 침수 사실을 확인하고도 전산망에 보내지 않은 정비업자는 사업정지 처분과 과태료를 함께 받는다. 침수를 거짓으로 점검한 성능상태점검자도 등록취소나 사업정지 대상이다. 은폐로 매수인에게 손해를 입혔을 때 최대 3배를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이 이번 개정안에 담겼다.
◆ 인도일 90일 이내 계약 해제, 분쟁은 증빙에서 갈린다
산 뒤에 알았다면 기한이 정해져 있다. 자동차관리법 제58조의6은 침수 사실이 사전 고지 내용과 다를 경우 자동차 인도일로부터 90일 이내에 매매계약을 해제하도록 했다. 매매대금은 전액 돌려받는다.
실제 분쟁은 증빙에서 막힌다. 한국소비자원에는 860만원에 산 중고차 내부에서 진흙과 풀이 나와 환불을 요구한 사례가 접수됐다. 매매업체는 객관적 침수 증빙이 없다며 거부했고, 사건은 분쟁 조정으로 넘어갔다. 차 안에서 악취와 모래가 나왔는데도 증빙이 없어 보상을 받지 못한 상담도 있다.
개인 간 직거래는 보호 장치 자체가 약하다. 소비자원은 직거래에 성능상태점검기록부 교부 의무가 없어 침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도 매매상사 거래와 달리 법적 환불 강제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 자차 미가입 27%, 전산 반영 2~3개월이라는 구멍
무료 조회로 모든 침수차가 잡히지는 않는다. 보험개발원의 2024년 7월 자동차보험 가입 통계를 보면 자기차량손해 담보 가입률은 73% 수준이다. 나머지 22~27%는 물에 잠겨도 보험을 거치지 않고 자비로 고치면 전산에 흔적이 남지 않는다.
시차도 있다. 보험 사고가 접수된 뒤 카히스토리에 최종 반영되기까지 통상 2~3개월이 걸린다. 올여름 침수된 차가 지금 조회에서는 깨끗하게 나온다. 안전벨트 끝단을 끝까지 당겨 보고 퓨즈박스와 시트 레일의 부식·흙먼지를 확인하라는 조언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은 다음 달 1일부터 가을철 침수차 불법 유통을 막기 위한 지자체 합동 특별단속에 들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