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단 2일→10분, 발생 1만2554건으로 39.9% 감소 기관사칭이 피해액 78.6%… 무과실 배상 법안 10월 심사
보이스피싱 범행 전화번호를 끊는 데 걸리던 시간이 평균 2~3일에서 10분 이내로 줄어든 뒤 10개월간 피해액이 43.2% 감소했다. 국무조정실이 지난 2일 내놓은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 시행 1년 점검 결과에서다. 그런데 건수가 줄어든 만큼 한 번 걸렸을 때 잃는 돈은 더 커졌다. 지난해 사건 1건당 평균 피해액은 5384만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 이틀 걸리던 번호 차단이 10분, 누적 11만5088건
지난해 11월 경찰청이 통신 3사·삼성전자와 함께 시작한 긴급차단 제도가 분기점이었다. 경찰청은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기존 이용중지 절차로는 번호를 끊는 데까지 2일 넘게 걸려 예방 효과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제도 도입 근거는 시간 싸움이다. 경찰청 분석에서 보이스피싱 피해의 약 75%는 미끼 문자나 전화를 받은 뒤 24시간 안에 터졌다. 긴급차단 요청이 접수된 번호는 통신사가 즉시 7일간 발신과 수신을 함께 막고, 이후 영구 중지 여부를 판단한다.
시행 첫 3주간 제보는 30만6628건, 이 가운데 실제 차단된 번호는 1만2434건이었다. 지난 7월 말 기준 누적 차단 번호는 11만5088건으로 늘었다. 범죄 목적으로 불법 개통된 4만5500여 회선도 올해 1~7월 선제적으로 탐지돼 끊겼다.
◆ 발생 1만2554건 39.9% 감소, 7월 피해액은 74.9% 급감
종합대책 시행 후 10개월간 보이스피싱 발생은 2만900건에서 1만2554건으로 39.9% 줄었다. 같은 기간 피해액은 1조1137억원에서 6324억원으로 내려앉았다. 국무조정실 집계로 지난 7월 한 달만 놓고 보면 피해액은 1년 전 같은 달보다 74.9%, 발생 건수는 61.7% 급감했다.
문자 통로도 좁아졌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지난 5월 범정부 태스크포스 점검에서 밝힌 1인당 월평균 문자스팸 수신량은 2.74통이다. 1년 전보다 62.6% 줄어 최근 5년 내 최저치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특별단속으로 검거된 피싱범죄 피의자는 3만8577명이다.
◆ 건수 줄어도 1건당 5384만원, 기관사칭이 피해액 78.6%
감소세의 이면은 경찰청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23일 권영진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발생·피해 현황에 남아 있다. 1건당 평균 피해액은 2021년 2500만원에서 지난해 5384만원으로 5년 새 2.2배가 됐다. 지난해 연간 피해액은 1조2578억원으로 전년보다 47.2%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유형별 쏠림도 뚜렷하다. 검찰·금융감독원 등 기관을 사칭한 수법의 피해액은 9884억원으로 전체의 78.6%를 차지했다. 2021년 1741억원에서 5배 넘게 불어난 규모다. 소액 다수가 아니라 고액 소수로 범행이 옮겨갔다.
◆ 은행이 올린 의심계좌, 다른 은행 창구에서 송금이 멈췄다
금융·수사·통신을 잇는 보이스피싱 AI 플랫폼 ASAP은 2025년 10월 가동됐다. 올해 7월까지 9개월간 공유된 의심정보는 46만3000건, 이를 근거로 지급정지된 사기 의심 계좌는 7009개다. 금융위원회는 이 체계로 663억6000만원의 편취를 사전에 막았다고 집계했다.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실제 작동 사례를 보면, 한 시중은행이 의심 계좌를 ASAP에 등록하자 다른 은행에서 피해자의 거액 송금 시도가 감지됐다. 경찰청이 보유한 원격제어 악성앱 정보, 통신사의 신규 개통 내역과 대조되면서 송금은 그 자리에서 멈췄다.
지난달 4일 시행된 개정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수사기관·통신사·가상자산거래소까지 정보 공유 대상을 넓혔다. 개별 동의 없이 공유할 법적 근거가 생기자 통신사는 시행 직후 의심 번호 100여건을 플랫폼에 올렸다. LG유플러스가 지난 21일 공개한 운영 결과를 보면 실시간 차단한 회선은 1만1700여 회선, 정탐률은 99% 이상이다.
◆ 배상 책임은 금융사만? 아이폰 사각지대와 풍선효과
반발도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통신망 유인부터 계좌 송금까지 여러 주체가 얽힌 범죄인데 정부가 추진하는 최대 5000만원 무과실 배상 책임이 금융회사에만 지워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도 사전 동의 없이 개인 금융·통신 정보가 오가는 만큼 파기 절차 등 통제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술 격차도 남았다. 문자를 길게 눌러 신고하는 간편제보는 안드로이드 단말 중심으로 구현돼, 폐쇄적 운영체제를 쓰는 아이폰 이용자는 웹 신고에 기대야 한다. 신고 기반 차단이다 보니 자영업자 번호가 오인 신고로 7일간 묶일 위험도 있어 검증과 즉시 해제 체계가 관건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 국민피해대응단은 통화망이 막히자 범죄조직이 메신저 오픈채팅과 가짜 QR코드를 쓰는 큐싱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를 지적했다. 리딩방·로맨스스캠으로 창구가 이동하는 흐름도 범정부 태스크포스에서 거론됐다.
금융회사 무과실 배상책임과 가상자산거래소 지급정지 의무화를 담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안은 다음 달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심사된다.
금융보안원 관계자는 "각 금융회사가 자체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개별적으로 보유한 의심 계좌와 거래정보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