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성폭력처벌법 시행 1년, 검거 1506명·구속 87명 사이버성폭력 1위는 허위영상물 1553건… 피의자 93%가 10·20대
성인 피해 디지털 성범죄까지 경찰의 딥페이크 위장수사가 허용된 뒤 1년 만에 위장수사 실시 건수가 377건으로 전년보다 246% 늘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지난 6월 16일 공개한 사이버성폭력 집중단속 중간성과 자료에서다. 단속의 무게중심은 제작·유포자에서 '보기만 한 사람'으로 넘어가고 있다. 딥페이크 성착취물은 내려받아 갖고 있거나 돈을 주고 보기만 해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 위장수사 4년간 2171명 검거, 그중 530명이 '구입·소지·시청'
2021년 9월 제도가 도입된 뒤 위장수사로 붙잡힌 디지털 성범죄 피의자는 누적 2천171명이다. 경찰청이 지난해 9월 낸 위장수사 5년 차 성과 분석을 보면 이 가운데 판매·배포 등 유포 사범이 1천363명으로 62.8%를 차지했다.
이 자료에서 구입·소지·시청 혐의로 검거된 인원은 530명, 전체의 24.4%였다. 넷 중 한 명은 만들지도, 퍼뜨리지도 않고 '가지고만 있던' 사람이라는 뜻이다. 다만 위장수사 765건 가운데 구입·소지·시청 사건으로 분류된 것은 25건, 3.4%에 그쳤다. 유포망을 뚫는 수사 한 건이 다수의 구매자를 한꺼번에 드러내는 구조다.
◆ 아동에서 성인으로… 석 달 만에 93명
수사 대상은 2024년 11월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73명 중 272명 찬성으로 통과된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으로 넓어졌다. 신분비공개수사와 신분위장수사 특례를 성인 대상 불법촬영·허위영상물 범죄에도 적용하는 내용이다. 시행일은 지난해 6월 4일이었다.
경찰은 시행 석 달 동안 성인 피해 사건에서 위장수사 36건을 집행해 93명을 검거했다. 개정법은 경찰관이 위장 신분용 증표와 전자기록을 만들어 쓰고 위장거래까지 하도록 하면서 면책 규정을 함께 뒀다.
연간 실적도 뛰었다. 2025년 한 해 위장수사는 319건으로 전년 201건보다 58.7% 늘었다. 검거 인원도 924명으로 전년 498명 대비 85.5% 급증했다.
◆ 사이버성폭력 1위가 딥페이크… 1553건, 35.2%
경찰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집중단속 결과를 보면 2024년 11월부터 1년간 사이버성폭력 발생은 4천413건이었다. 허위영상물이 1천553건으로 35.2%를 차지해 성착취물 1천513건을 앞질러 1위가 됐다. 같은 기간 검거는 3천557명으로 전년 동기 2천406명보다 47.8% 늘었고, 221명이 구속됐다.
가해자는 젊다. 7개월간의 허위영상물 집중단속에서 붙잡힌 963명 가운데 10·20대가 897명, 93.1%였다. 10대가 669명으로 가장 많았다. 피해자 쪽도 마찬가지다. 여성가족부의 2025년 피해자 지원 집계에서 합성·편집 피해 지원 대상 중 10·20대 비중은 91.2%였다.
올해 집중단속 중간 집계로는 6개월간 1천446건을 적발해 1천506명을 검거하고 87명을 구속했다. 위장수사로만 181명이 붙잡혔고, 범죄수익 5억원 상당이 압수·보전됐다.
◆ 대학 이름 붙인 텔레그램방, 270회 유포
인천경찰청은 대학생 피해자들의 이름과 학교명을 내건 텔레그램방을 열어 성적 허위영상물을 약 270회 제작·유포한 일당 15명을 검거했다. 이 가운데 8명은 구속됐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아이돌 그룹을 대상으로 한 텔레그램방에서 허위영상물 1천100개를 만들어 퍼뜨린 4명을 붙잡았다.
경남경찰청은 연예인과 일반인 얼굴을 합성한 딥페이크물을 제작·유포한 10대 남성을 신분위장수사로 검거해 구속했다. 개인 신상정보와 합성물을 함께 올려 낙인찍는 이른바 '박제방' 운영자들도 위장수사로 특정돼 구속 송치됐다.
◆ 자동 저장된 파일은? '알면서'가 갈림길
법 조항 자체는 이미 촘촘하다. 2024년 10월 16일 시행된 개정법은 편집·합성죄 법정형을 5년 이하에서 불법촬영물과 같은 7년 이하로 올리고 '반포 목적' 요건을 없앴다. 영리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에 퍼뜨리면 벌금형 없이 3년 이상 유기징역이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소지·시청죄의 '알면서' 문구가 빠져, 몰랐다는 부인만으로 빠져나가기는 어려워졌다.
문제는 경계다. 단체방에서 파일이 캐시나 갤러리에 자동으로 내려받아진 경우가 대표적이다. 링크를 무심코 눌러 스트리밍된 경우까지 고의를 인정하느냐를 두고 입건 범위가 넓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장 접근 과정에서 범의가 없던 단순 호기심 이용자에게 범행을 유발한다는 우려도 있다. 함정수사로 변질되면 재판에서 증거능력이 문제 된다는 지적이 국회 입법조사처와 법학계에서 제기됐다.
형사법을 전문으로 다루는 이 관계자는 지난 7월 칼럼에서 "소지·시청 사건은 '알면서' 요건이 승부처"라고 짚었다. 그는 "대화방 성격, 파일명, 결제 여부, 접속 횟수 등 정황 사실로 판단되므로 우연한 노출과의 경계를 다투는 싸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올해 사이버성폭력 연중 집중단속은 10월 31일 끝나고, 연간 종합 수사결과가 뒤따른다. 형사소송법을 다루는 한 법무법인 대표변호사는 이달 7일 해설 자료에서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범의 없는 사람을 유인해 범죄를 저지르게 하는 함정수사는 위법하지만 이미 범행 의사를 가진 사람에게 단순히 기회를 제공하는 수사는 위법하지 않다는 기준을 유지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이 법리는 경찰이 신분을 숨기거나 위장해 접근하는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