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금융 5519건 3.1배 폭증…딥페이크 성착취 추심에 청년 27%

입력 2026-09-24 12:2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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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추심 피해 72.2%, 30세 이하 피해자 687명 2026년부터 가족·지인 단독 신청·지원 횟수 제한 폐지

비대면 소액 대출을 미끼로 받아낸 사진을 합성해 유포를 협박하는 '딥페이크 성착취 사채'가 기승이다. 경찰이 적발한 불법사금융은 지난해 5천519건으로 3년 만에 3.1배로 늘었다.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박정현 의원실에 지난 2일 제출한 불법 사금융 적발·검거 현황에서다. 사진을 담보로 잡는 이런 계약은 법적으로 원금과 이자가 모두 무효다. 올해부터는 협박을 받은 가족이 직접 무료 변호사를 선임한다.

◆ 3년 새 1801건→5519건, 피해자 27.2%가 30세 이하

같은 자료를 보면 불법사금융 발생 건수는 2022년 1천801건에서 지난해 5천519건으로 늘었다. 검거된 피의자도 2천73명에서 4천292명으로 두 배를 넘겼다. 올해는 7월까지만 3천422건이 접수돼 월평균 488.9건으로, 지난해 월평균보다 6.3% 많다.

피해는 청년층에 몰린다. 올해 7월 기준 연령이 확인된 피해자 가운데 30세 이하가 687명으로 27.2%였다. 20세 이하도 78명 있었다.

금융감독원 쪽 집계는 더 크다. 이인영 의원실이 지난 3월 공개한 자료를 보면 금감원 피해 신고는 연간 1만7천538건에 달했다. 2012년 이후 가장 많다. 이 가운데 협박·폭언 등 채권추심 신고가 4천280건으로, 2021년 869건의 4.9배다.

◆ 20만원 빌려주고 전신 사진과 연락처 동기화 앱 요구

수법은 돈이 아니라 사진에서 시작한다. 경찰이 검거한 한 대부업 일당은 온라인 대출 카페에서 급전 20만원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전신 신체 사진과 연락처 동기화 앱 설치를 요구했다. 연체가 생기자 나체 사진에 허위 사실을 합성한 전단을 가족과 지인에게 뿌렸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대출 담보 사진으로 음란물 합성을 협박한 일당을 적발했다. 채무자 사진과 연락처를 넘겨받아 협박한 6명이 구속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이 수사한 조직은 피해자 323명에게 최고 연 4만9천101%의 이자를 물렸다.

협박의 무기는 빚이 아니라 관계다. 금융위원회가 2024년 7월 발표한 채무자대리인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제3자에게 빚을 알리는 '지인 추심' 피해가 72.2%로 가장 많았다. 이를 겪은 차주의 71.1%는 가족을 대면하기 불편해졌다고 답했다.

◆ 합성 성범죄 피해자 91.2%가 10·20대

합성물 자체도 급증세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지난해 11월 밝힌 단속 결과를 보면 1년간 사이버성폭력은 4천413건으로 전년보다 35% 늘었다. 이 가운데 허위영상물이 1천553건으로 35.2%였다. 단속으로 3천557명이 검거되고 221명이 구속됐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지원 인원은 1만637명이었다. 합성·편집 피해자 중 10·20대 비중은 91.2%였다.

◆ 사진 담보 계약은 원금·이자 100% 무효

지난해 7월 22일 시행된 대부업법 개정으로 성착취 추심 등 반사회적 대부계약은 원금과 이자가 모두 무효다. 연 60%를 넘는 초고금리 계약, 미등록 업자의 이자 약정도 같다. 무등록 대부업 처벌 상한은 징역 5년에서 10년·벌금 5억원으로 올랐다.

금융당국의 구제창구도 올해 바뀌었다. 금감원은 올해부터 원장 명의의 반사회적 대부계약 무효확인서를 발급한다. 채무자 본인이 신청하지 못해도 협박을 받은 가족·지인이 채무자대리인을 단독으로 신청하고, 무료 지원 횟수 제한은 폐지됐다. 지원 대상 관계인은 최대 5명이다. 상대방 전화번호를 몰라도 SNS 아이디만 있으면 접수된다.

지난해 채무자대리인 무료 지원은 1만1천83건으로 2024년 3천96건의 3.6배였다. 원스톱 전담 체계는 지난 3월 가동돼 5주간 채무 537건에 추심 중단을 요구했다. 이 기간 103명이 채무 820건을 접수했다. 합성물 삭제는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맡는다. 가해자를 특정하지 못해도 유포 아이디 같은 정황 자료가 있으면 긴급 삭제를 지원하고, 가명 신청도 된다.

◆ 신고는 1만7538건, 수사의뢰는 582건

제도는 넓어졌지만 구멍은 남았다. 금감원이 접수한 신고 1만7천538건 가운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은 582건, 3.3%에 그쳤다. 계약 무효 규정은 지난해 7월 22일 이후 체결되거나 갱신된 계약에만 적용된다. 그 이전 계약 피해자는 채권추심법 위반 등을 직접 소송으로 입증해야 한다.

조직 자체를 잡기도 어렵다. 사채업자들은 해외 보안 메신저와 대포폰을 쓰는 점조직이어서 신원 특정이 힘들다. 해외 서버에 퍼진 합성물은 즉각 회수하기에도 한계가 따른다. 피해를 해결해 주겠다며 변호사 명의를 도용해 수임료를 가로챈 이른바 사채 솔루션 일당 8명이 부산사상경찰서에 검거되기도 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침묵이다. 금감원 불법사금융대응국은 피해자가 수치심과 낙인 탓에 신고를 미루고, 그사이 돌려막기 대출과 추가 요구에 응하면서 피해가 불어난다고 본다. 정부는 범정부 합동 특별단속과 원스톱 전담 지원체계 운영을 분기별로 점검한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지원하는 한 전문가는 지난해 4월 인터뷰에서 범인을 특정하기 어려워 피해자가 스스로를 방어하지 못하는 공포를 호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