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두류공원에 2만석 규모 '돔구장'을 짓겠다는 추진 계획이 23일 오전 전해지면서 일부 대구시민과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팬들 사이에서는 잠깐의 '오인' 해프닝도 벌어졌다.
'돔구장'이라는 단어를 곧바로 돔 야구장으로 받아들이면서 "지금 2만4천석 규모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라팍)도 표 구하기 어려운데 2만석이면 오히려 줄어드는 것 아니냐" 같은 반응이 온라인에서 나온 것. 장소가 달서구 두류공원, 즉 대구의 서쪽이라는 점에서 현재 라팍이 대구 동쪽 수성구에 좀 치우쳐 있는 걸 감안한 계획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추경호 대구시장이 이날 발표한 돔구장은 삼성 라이온즈의 새 야구장이 아니다. 두류공원 유니버시아드 테니스장 일대에 프로농구와 e스포츠·배드민턴·탁구, 대형 콘서트 등을 치를 수 있는 '스포츠·공연 복합 돔구장'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일반좌석 2만석에 가변좌석을 활용하면 최대 2만8천명을 수용하는 대형 실내 아레나에 가깝다. 건립비는 약 5천억원으로 추산된다. 대구시는 정부 공모에 선정될 경우 2031년 착공을 목표로 한다.
◆54년 된 대구체육관 대체…야구장 '라팍'은 그대로
사업의 계기도 야구가 아니라 노후화된 대구체육관이다. 1972년 준공된 대구체육관은 3800석 규모로 프로농구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의 홈구장 역할을 하고 있지만 대형 스포츠대회나 공연 유치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대구시 설명이다.
반면 라팍은 이제 개장 10년을 맞은 비교적 새 야구장이다. 2016년 문을 열었고 공식 관람석은 2만4천68석, 최대 수용인원은 약 2만9천명이다. 총 1천666억원을 들여 건립됐다.
더 중요한 계약 문제도 있다. 삼성은 건립비 500억원 등을 부담하는 대신 2016년부터 25년간 라팍의 사용·수익권과 운영권을 갖는 계약을 대구시와 체결했다. 현재 계약 구조라면 2040년까지 이어진다.
따라서 대구가 가까운 시일 안에 별도의 돔 야구장을 짓고 삼성을 옮기는 것은 새 구장 건립비뿐 아니라 아직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운영계약도 많이 남은 라팍을 어떻게 활용할지까지 풀어야 해 현실적인 문턱이 매우 높다.
◆현재는 고척뿐…인천·잠실·부산까지 현실화하면?
현재 국내에서 프로야구 구단이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돔 야구장은 서울 고척스카이돔이 유일하다. 2015년 문을 연 국내 최초 완전돔으로, 키움 히어로즈가 2016시즌부터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어 돔 야구장 이야기는 다른 지역 곳곳에서 이미 현실화하거나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가장 앞서가는 곳은 인천이다. 스타필드 청라에 약 2만3천석 규모 멀티스타디움 공사가 진행 중이며 SSG 랜더스가 2028시즌부터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쇼핑몰·호텔과 야구장을 결합하고 비시즌에는 콘서트와 대형 이벤트를 여는 형태다.
서울 잠실에는 이보다 큰 3만석 규모 돔 야구장이 추진되고 있다.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가 함께 사용할 예정으로, 전시·컨벤션과 호텔 등을 함께 짓는 3조3천억원 규모 MICE 복합개발 사업의 일부다. 목표 완공 시점은 2032년이다.
부산도 관심이 뜨겁다. 전재수 부산시장은 북항에 야구와 공연·전시 등을 결합한 개폐식 복합 돔을 짓는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기존 사직야구장 재건축 계획과 충돌하면서 아직 최종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고, 정부 공모와 막대한 사업비 확보라는 관문도 남아 있다.
이들 계획이 모두 현실화하고 부산의 새 돔까지 롯데 자이언츠의 홈구장이 된다면, 그림은 크게 달라진다. 고척·청라·잠실·부산까지 프로야구 돔구장이 4곳으로 늘고, 키움·SSG·LG·두산·롯데 등 10개 구단 가운데 절반인 5개 구단이 돔을 홈으로 쓰게 된다.
지역 구도로 보면 더욱 묘하다. 현재 인구 규모가 큰 서울·부산·인천에는 모두 프로야구 돔구장이 생기는 셈이다. 반면 서울·부산과 함께 오랫동안 대한민국 '3대 도시'로 불렸던 대구는 빠진다. 대구가 과거 전국 제3의 도시라는 상징성을 강하게 가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른 대도시의 돔 시대가 현실화할수록 삼성 팬들 사이에서는 야구 인프라만큼은 대구가 한발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상대적 소외감도 생길 수 있다.
◆대구 야구돔은 불가능한 걸까?
그럼에도 대구 돔 야구장이 장기적으로 가능성이 전혀 없다곤 할 수 없다. 오히려 인천·서울의 새 돔이 실제 프로야구 흥행과 공연 수익에서 성과를 낸다면 대구에서도 "다음 야구장은 돔으로 가자"는 논리가 커질 수 있다.
특히 삼성 라이온즈의 흥행이 이어지고 2만4천석 규모 라팍의 좌석 부족 문제가 지속된다면 향후 더 큰 규모의 돔 야구장을 검토하자는 논의가 등장할 여지도 있다.
여기에 프로야구 시즌 중반 일정을 지나는 여름철 무더위와 호우가 매년 심각해지는 점도 돔구장을 바라보는 삼성 팬들의 시선을 더욱 절실하게 만든다. 올해 프로야구는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경기 취소와 일정 변경을 유독 심하게 겪었는데, 라팍 역시 폭염과 우천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대프리카'라는 별명이 잘 알려져 있는 대구는 안 그래도 전국에서 폭염이 극심한 도시로 꼽힌다.
다만, 지금 당장은 순서가 맞지 않는다. 라팍은 개장 10년밖에 되지 않았고 삼성의 25년 운영계약도 한참 남았다. 여기에 대구시는 이제 별도의 5천억원 규모 스포츠·공연 돔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마저 국비와 민간투자 확보, 정부 공모 선정이라는 관문을 넘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별도의 야구 돔까지 추가로 추진하려면 수요와 재원, 기존 라팍 활용 방안까지 새로운 논리가 필요하다.
이날 '돔구장'이라는 키워드 때문에 빚어진 작은 해프닝은 그럼에도 인천·서울·부산의 움직임까지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삼성의 새 야구장은 아니었지만, "언젠가 대구 야구도 돔 시대로 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꺼내게 만든 이름인 건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