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청송 주민 월 15만원 이상…정부 내년 35개 군까지 확대 추진
문경은 전 시민 25만원 지급, 울진 추가 30만원은 의회서 제동
인구소멸 위기의 농촌 주민에게 매달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농어촌 기본소득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지방재정 부담과 지역 간 형평성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농촌기본소득을 받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이 갈리면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자체 재원을 투입해 주민 전체에게 민생지원금을 지급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북도는 현금성 지원 경쟁이 지방재정을 잠식할 수 있다며 신규 편성 자제를 요구하는 등 강하게 제동을 걸고 나섰다. 농촌소멸 대응을 위한 새로운 정책 실험이라는 평가와 함께 지자체 간 현금성 지원 경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 기본소득 확대 방침 밝혀
문경시는 이달 14일부터 시민 1인당 25만원의 고유가 위기 대응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대상자는 6만4천여명으로 총사업비는 168억원이다. 지원금은 문경지역 소상공인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선불카드 형태로 지급된다. 이번 지원은 김학홍 문경시장이 지방선거 과정에서 내건 시민 1인당 50만원 지원 공약의 1차분이다. 나머지 25만원의 지급 여부와 시기는 향후 재정 상황 등을 검토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문경시는 고유가에 따른 가계 부담을 덜고 지역 소비를 늘리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전 시민을 대상으로 대규모 재정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올해 본격 도입된 농어촌 기본소득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인구감소지역 주민들에게 월 15만원을 지역사랑상품권 형태로 지급하는 사업이다. 주민들의 소득을 보전하면서 늘어난 소비가 지역 상권으로 흘러들어 지역경제와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다.
정부는 올해 당초 10개 군에서 사업을 시작한 뒤 추가 공모를 통해 7개 군을 더 선정하면서 대상 지역을 모두 17개 군으로 확대했다. 경북에서는 영양군이 최초 시범지역에 포함됐고, 청송군이 추가 선정돼 지난달부터 지급을 시작했다. 청송은 군비를 추가해 주민들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에는 사업 규모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농식품부가 마련한 2027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농어촌 기본소득 예산을 올해 추경 포함 3천47억원에서 1조1천658억원으로 늘리고, 대상 지역도 인구감소지역 69개 군 가운데 절반 수준인 35개 군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방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 국비 지원 비율도 현행 40%에서 50%로 높일 계획이다.
◆일부 지자체, 자체 지원금 지급
문제는 기본소득 사업에서 제외되거나 애초 대상이 아닌 지역에서도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각종 현금성 지원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울진군은 올해 초 고물가와 내수경기 침체 대응을 이유로 전 군민에게 1인당 30만원의 민생안정지원금을 지급했다. 차상위계층과 한부모가족은 35만원, 기초생활수급자는 40만원을 받았다. 이어 추석을 앞두고 다시 전 군민에게 1인당 30만원을 추가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140억원 규모의 사업비가 군의회 심사 과정에서 전액 삭감되면서 지급이 무산됐다.
성주군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벌어졌다. 성주군은 민선 9기 핵심 공약인 '성주형 농어촌 기본소득' 추진을 위해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조례 제정과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현재는 군민 1인당 월 5만원 지급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지원 규모를 늘리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 5만원을 지급할 경우 연간 약 240억원, 향후 월 20만원까지 확대하면 연간 약 96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재원 부담을 둘러싼 우려도 이미 제기돼 성주군의회는 추경에 편성된 기본소득 준비예산 2천200만원을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한 바 있다. 성주군은 정부·경북도 공모사업과 연계해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봉화군도 기획예산실에 '농어촌 기본소득 추진 TF'를 꾸리고 사업 참여와 자체 추진 가능성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향후 지급 규모와 재원 마련 방식이 구체화될 경우 지방재정 부담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경북도 "일단 시작하면 중단 어려워…자율재정 위축"
경북도는 이 같은 현금성 지원 확대 흐름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도는 특별한 사유 없이 선심성 현금 지원이 반복될 경우 지방재정의 경직성을 키우고, 시·군과 광역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현금성 지원 확대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도 유세 현장에서 선심성 현금 지원이 지방재정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했으며 특별한 사유 없이 현금성 지원을 확대하는 시·군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만큼 도비 지원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밝힌 바 있다.
도 관계자는 "기본소득처럼 반복적으로 지급되는 사업은 한 번 도입되면 중단하기 쉽지 않다"며 "기본소득이 도 전체로 확대돼 재정부담이 커지면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사업을 펼칠 수 있는 여력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농촌기본소득 확대에 따른 지방재정 부담을 함께 살피면서도, 이를 기존 농촌지원 정책수단이 변화하는 과정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시설·생산기반 지원이나 경쟁력 강화 사업 등을 통해 농가와 농촌의 소득을 간접적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공익직불제와 농어민수당, 농촌기본소득처럼 소득을 직접 보전하는 정책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채종현 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본소득이 중장기적인 정책으로 이어진다면 기존 농촌지원 예산 가운데 일부를 직접 소득지원 분야로 옮기는 등 정책 변화에 맞춘 예산 배분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