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2차사고 치사율 44.3%…휴게소까지 견인 0원인데 아무도 모른다

입력 2026-09-23 15:3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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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공 긴급견인, 승용·1.4톤 이하 대상 휴게소·졸음쉼터까지 무료 구난동의서 없이 강제 견인하면 운행정지 10일…민자 구간은 별도 접수

경기도 용인시 영동고속도로 용인휴게소 인근이 정체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용인시 영동고속도로 용인휴게소 인근이 정체되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 귀성길 고속도로에서 사고나 고장으로 멈춘 차를 가장 가까운 휴게소까지 옮기는 한국도로공사의 고속도로 긴급견인 서비스가 최근 3개년 연평균 2만8559건 이용된 것으로 집계됐다. 도로공사가 지난달 공개한 휴가철 교통안전 대책 자료에서다. 요금은 0원이다. 그런데도 갓길에는 사설 견인차가 먼저 도착하는 일이 많다. 요금과 목숨이 갈리는 지점은 견인 거리가 아니라 누구를 먼저 부르느냐다.

◆ 2차 사고 치사율 44.3%, 전체 평균의 4.4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한 의원실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도로공사 제출자료를 보면, 2024년 고속도로 2차 사고 치사율은 44.3%였다. 전체 교통사고 평균 치사율 10.1%의 4.4배다.

같은 자료에서 2차 사고는 2020년 51건에서 2024년 70건으로 37.3% 늘었다. 같은 기간 고속도로 전체 사고는 14% 줄었다. 사고는 줄었는데 멈춰 선 차를 들이받는 사고만 늘었다는 뜻이다.

원인은 뒤차에 있다. 70건 중 53건, 76%가 후속 차량의 전방 주시태만이었고 졸음운전이 11건이었다. 66%인 46건은 야간에 몰렸다. 노선별로는 중부내륙선 16%, 경부선 14%, 중부선 13%로 이 3개 노선이 43%를 차지했다. 도로공사가 지난 2월 설 연휴를 앞두고 내놓은 자료로는 2023~2025년 3년간 2차 사고로 해마다 평균 27명이 숨졌다.

◆ 휴게소까지는 0원, 정비소까지는 보험사 몫

도로공사 긴급견인은 2005년 도입됐다. 고속도로 본선과 갓길에서 멈춘 차를 가장 가까운 휴게소·영업소·졸음쉼터까지 옮겨 주고 요금은 공사가 전액 부담한다. 접수는 콜센터 1588-2504로 하고, 24시간 연중무휴로 받는다.

대상은 한정돼 있다. 승용차와 16인승 이하 승합차, 1.4톤 이하 화물차까지다. 대형 화물차와 대형 승합차는 빠진다.

위치를 못 알리면 출동도 늦어진다. 갓길에는 200m 간격으로 기점표지판이 서 있다. 거기 적힌 노선명과 방향, 거리를 그대로 읽어 주면 된다.

◆ 10km 7만2000원…견인 상담 80.9%가 요금 과다청구

사설 견인 요금에는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기준이 있다. 구난형 특수자동차 운임·요금표를 보면 2.5톤 미만 차량은 10km에 7만2000원, 20km에 9만5000원이다. 야간과 공휴일에는 가산이 붙는다.

기준이 있어도 분쟁은 요금에서 터진다. 한국소비자원이 2016년 7월 공개한 자동차 견인 관련 1372소비자상담 분석을 보면, 상담 1196건 가운데 968건인 80.9%가 요금 과다 청구였다. 2014년 집계에서도 1362건 중 1004건, 73.7%가 같은 유형이었다.

소비자원에 접수된 사례를 보면 시흥 방면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난 차를 사설 견인차가 2km 떨어진 갓길로 옮긴 뒤 20만원을 청구해 국토부 기준 초과분 환급 절차가 진행됐다. 경기도가 소개한 사례에서는 사고 직후 나타난 견인차가 동의서 없이 고리를 걸어 끌고 간 뒤 구난료와 보관료로 수십만원을 요구했다.

◆ 구난동의서 없이 고리 걸면 운행정지 10일

2020년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이 바뀌면서 견인 사업자는 차를 걸기 전에 요금을 알리고 서면 구난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시행규칙 별지 제15호서식이다.

지키지 않으면 행정처분이 따른다. 동의서 없이 차량을 운송하면 운행정지 10일 처분 대상이다. 차주가 서명한 적이 없다면 청구서를 받은 뒤라도 관할 지자체에 민원을 넣어 다툴 수 있다.

◆ 무료 견인의 종착지는 휴게소, 민자 구간은 번호가 다르다

무료 긴급견인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도로공사가 부담하는 구간은 직전 안전지대까지다. 원하는 정비소로 직행하지 않는다. 휴게소에 내린 뒤 정비공장까지는 보험사 긴급출동 특약을 다시 불러야 한다.

보험사 특약도 무제한이 아니다. 손해보험협회 자동차보험 긴급출동 특약 약관상 기본 무료 견인거리는 10km 안팎이고, 초과분은 1km당 2000원선이 붙는다. 견인 확장 특약에 들었다면 50~60km까지 늘어난다. 귀성길에 고향 정비소까지 옮기려면 자기 특약의 무료 거리부터 확인해 두는 편이 낫다.

운영 주체가 다른 구간도 있다. 민자고속도로에서는 1588-2504가 아니라 해당 운영사 콜센터로 접수해야 무료 견인이 적용된다.

정부와 도로공사는 23일부터 추석 특별교통대책 기간에 들어가 긴급견인과 비상출동을 집중 가동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2차 사고 자료를 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의원실은 "2차 사고는 시야 확보가 어렵고 구조적인 위험이 커서 한 번 발생하면 치사율이 매우 높다"며 "도로공사는 시범사업에 따른 효과 분석에 그치지 말고 다각도의 대책을 검토해 종합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