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가 여전히 급증하고 있다. 실손보험의 맹점(盲點) 때문이다. 환자는 진료비 상당액을 돌려받으니 부담을 덜 느끼고, 의료기관은 비급여 진료를 늘릴 유혹에 빠진다. 비급여 진료비는 2020년 15조6천억원에서 2024년 21조8천억원으로 4년 새 40%가량 늘었다. 정부가 공개한 가장 최근 자료인 지난해 3월 통계만 봐도 한 달 비급여 진료비는 2조1천여억원에 달했다. 심지어 일부 의료기관은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고액 비급여 진료를 권한 뒤 결제액 일부를 현금이나 물품으로 돌려주는 '페이백'까지 동원한다. 놀라운 사실은 2015년부터 올해 3월까지 페이백 적발 실적이 '0건'이었는데, 보건복지부가 지난 6월부터 별도 조사반을 가동하자 갑자기 페이백 의심 의료기관 33곳이 경찰 수사 의뢰 대상이 됐다.
병원만 탓할 일도 아니다. '보험료를 냈으니 본전은 뽑아야지'라는 가입자 심리도 끼어든다.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사건에서는 모발이식·필러 등 미용 시술을 받고 도수(徒手)치료를 받은 것처럼 꾸며 보험금을 청구하는 데 환자 1천105명이 가담했다. 이렇게 빼낸 돈만 약 40억원이었다. 자동차보험에서 가짜 사고와 과장 치료로 챙긴 돈이 결국 다른 운전자의 보험료로 돌아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나 하나쯤 더 챙기면 어때'라는 이기적 계산서는 결국 타인에게 청구된다. 정상 치료를 많이 받은 환자까지 싸잡을 일은 아니다. 그러나 실손보험 가입자의 65%는 2025년 보험금을 한 푼도 받지 않은 반면, 보험금 수령 상위 10%가 전체 지급액의 약 74%를 가져갔다.
금융당국이 낮은 자기부담률과 광범위한 비급여 보장이 비필수 의료의 과다 이용과 보험료 인상을 부추긴다고 판단해 5세대 실손보험까지 내놓은 이유다. 실손보험이 제 역할을 해내려면 정상 치료와 돈벌이용 진료, 정당한 보험금과 '본전 뽑기'를 똑바로 가려내야 한다. 정부 감시망은 더 촘촘해지고, 가입자 인식(認識)도 변해야 한다. 반칙이 통용되는 실손보험은 더 이상 안전망이 아니라 일말의 양심마저 사라진 약탈장이 된다. 허위 진료나 서류 조작 등 실손보험 악용은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에 따라 10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는 엄연한 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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