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금 빠지는데 '빚투'는 늘었다…변동성 장세에 엇갈린 베팅

입력 2026-09-21 09:4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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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대기자금 9조원 넘게 감소…신용융자·미수금은 증가
조정장서 개인 코스피 4조원대 순매수…저가 매수 나서
대차잔고도 7월 저점 대비 30조원↑…고금리·고유가 변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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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고금리·고유가 등 대외 불확실성에 출렁이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베팅도 엇갈리고 있다. 증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빠르게 줄어든 반면 신용거래융자와 위탁매매 미수금 등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 자금은 다시 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조정장에서 대규모 저가매수에 나서는 사이 주가 하락 가능성에 대비하는 대차거래 잔고도 저점에서 크게 불어나면서 향후 증시 방향을 둘러싼 경계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코스피 지수는 2.81% 하락했고 코스닥 지수는 0.19% 상승했다. 기간을 최근 한 달로 넓히면 코스피는 지난달 18일 6869.83에서 이달 18일 6894.23으로 0.36% 오르는 데 그쳤고 코스닥은 834.20에서 827.12로 0.85% 하락했다. 지수의 방향성은 뚜렷하지 않았지만, 코스피가 지난달 19일 6471.17까지 떨어졌다가 이달 9일 7051.64까지 오르는 등 큰 폭의 등락을 반복했다.

변동성이 커지자 증시 주변 자금은 빠르게 이탈했다.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4일 106조8179억원에서 17일 97조4911억원으로 불과 사흘 만에 9조3268억원(8.73%) 감소했다. 지난 6월 23일 136조8314억원과 비교하면 40조원 가까이 줄어든 수준이다.

반면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이는 투자 수요는 오히려 늘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14일 32조6231억원에서 17일 33조730억원으로 4499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유가증권시장 신용융자는 25조4697억원에서 25조9507억원으로 4810억원 늘었다.

특히 지난 급락장에서 급감했던 신용융자가 최근 다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전체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 6월 17일 37조8005억원에서 8월 4일 27조4038억원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한 달여 만에 5조6000억원가량 회복했다. 아직 6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급락장에서 움츠러들었던 레버리지 투자가 다시 고개를 드는 셈이다.

결제일까지 주식 매수 대금을 채우지 못한 초단기 빚투 성격의 위탁매매 미수금도 같은 기간 9861억원에서 1조138억원으로 276억원 늘었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14일 108억6500만원에서 17일 246억2000만원으로 126.6% 급증했다.

개인들은 조정장에서 주식을 적극적으로 받아냈다. 14~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4조원 넘게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순매도에 나섰다. 14~18일로 범위를 넓혀 종목별 수급을 보면 개인 순매수 상위권에는 넷마블을 비롯해 ▲삼성전자우 ▲두산에너빌리티 ▲NAVER ▲두산 ▲이수페타시스 ▲SK스퀘어 등이 이름을 올렸다.

시장 반대편에서는 대차거래 잔고도 다시 늘고 있다. 대차거래 잔고 금액은 지난 7월 30일 133조2654억원에서 이달 18일 164조5722억원으로 31조3068억원(23.5%) 증가했다. 특히 17일 160조7100억원에서 18일 하루 만에 3조8622억원 늘었다. 대차거래가 모두 공매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공매도의 선행 과정으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향후 주가 하락 위험에 대비하는 움직임을 가늠하는 참고 지표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최근 증시의 높은 변동성 배경으로 금리와 국제유가를 꼽았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장중 5.04%까지 오르며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배럴당 105달러선까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해 장기금리의 하방 경직성을 높이고, 코스피 밸류에이션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처럼 미국 장기금리가 5%를 넘어선 상황에서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기대로 연결될 경우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EPS 증가에도 멀티플 차원의 상쇄가 상방을 제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최근 증시 조정을 추세적인 위험회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나온다. 강 연구원은 최근 시장을 전반적인 '리스크 오프(Risk-off)'보다는 업종 간 순환매가 나타나는 장세로 평가하는 한편 추석 연휴를 앞두고 불확실성을 피하려는 포지션 축소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매파적 FOMC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추석 연휴를 앞둔 만큼 경계 매물로 인한 단기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통상 연휴를 앞두고 수급이 보수적으로 전환되는 반면 연휴 이후에는 대기 수급이 유입되며 반등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