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성장 억제 없다"…삼전·하이닉스 반등 힘 받나

입력 2026-09-21 09: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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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AI 산업 성장 억제 않겠다"…속도조절론에 선 긋기
하이퍼스케일러 CAPEX 축소 신호 없어…AI 투자 지속 기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인공지능(AI) 개발 속도조절론이 반도체주를 흔든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AI 산업의 성장을 억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등 흐름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 29분 기준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3.64% 오른 27만500원에 SK하이닉스는 0.54% 상승한 186만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두 종목은 직전 거래일인 지난 18일에도 강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3.4%, SK하이닉스는 6.4% 상승했다. 같은 날 한미반도체는 4.7%, SK스퀘어는 7.0% 오르는 등 AI 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으로 매수세가 확산됐다. AI 속도조절 우려로 조정을 받았던 반도체 대형주가 지난주 후반 반등한 데 이어 이날도 상승 흐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새로운 'AI 차르(Czar)'를 지명하고 'AI Force'를 창설하겠다고 밝혔다. AI 산업의 성장을 방해하거나 억누르지 않으면서 기존 형사·민사 사법체계를 활용해 부작용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AI Force의 구체적인 조직 형태와 권한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부터 이어온 AI 친성장 정책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7월 발표한 '미국 AI 행동계획'에서 AI 혁신 가속과 인프라 확충, 미국의 글로벌 AI 주도권 강화를 핵심 축으로 제시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AI 기술 발전에 따른 위험을 이유로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논의가 확산됐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AI 업계 인사들이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관련 논쟁이 커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AI 개발 속도를 낮추는 것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미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오는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AI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AI 안전과 첨단 반도체를 포함한 기술 경쟁이 논의 대상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최근 제기된 AI 속도조절론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 여부도 반도체 투자심리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속도조절론을 중국에 시간을 주는 일로 규정하고 있고 중국 역시 동조하지 않는 입장"이라며 "이번 회담이 AI 경쟁 지속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된다면 AI 발전 감속론의 정책 현실화 가능성을 낮출 것이며 이는 반도체를 포함한 AI 인프라 전반의 투자심리를 개선시켜줄 전망"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중요한 것은 속도조절 논쟁 자체보다 실제 AI 투자가 줄어드는지 여부다. AI 데이터센터 확대는 GPU뿐 아니라 함께 탑재되는 HBM과 서버용 D램, SSD 등 메모리 수요로 이어진다. 특히 AI 가속기의 연산 성능이 높아질수록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한 고성능 메모리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는 구조다.

현재까지는 AI 투자와 메모리 수요가 급격히 꺾였다고 볼 만한 신호는 뚜렷하지 않다. AI 안전성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주요 AI 업체들의 컴퓨팅 확보가 계속되고 있고, 반도체 업체들도 견조한 수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인텔은 제한적인 메모리 생산능력을 고려할 때 내년 공급 여건이 더욱 타이트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AMD는 CPU와 GPU 수요가 공급능력을 웃돌아 생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내년 칩 판매량이 올해의 두 배 수준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메모리 공급 여건 역시 빠듯한 상황이다. AI 서버 수요가 늘면서 HBM과 서버용 D램을 중심으로 수요가 확대되는 반면 단기간에 생산능력을 크게 늘리기 어려워 공급 부담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AI 모델 개발 속도에 대한 논쟁보다 데이터센터 투자와 실제 메모리 주문이 유지되는지가 주가와 실적을 가를 핵심 변수인 셈이다.

다만 AI 속도조절 논쟁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규제 강화가 실제 AI 기업의 투자 부담이나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지,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CAPEX) 증가세가 유지될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결국 시장이 확인해야 할 것은 속도조절론 자체보다 실제 신규 주문과 설비투자, 메모리 가격과 이익 전망의 변화라는 분석이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AI 속도조절론이 실제 투자 축소로 이어졌다고 판단하려면 신규 주문 감소와 CAPEX 축소, 메모리 가격 및 이익추정치 하향이 확인돼야 하나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GPU 임대료와 칩 가격 인상, 데이터센터 계약 확대는 오히려 수요의 강도를 재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