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조국 사태 잊었나? 조국-김승원, 법무부 장관 '평행이론'

입력 2026-09-17 17:5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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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 및 가족 특혜 의혹·여권 감싸기·지지율 하락까지 2019년과 '데칼코마니'
식약처 임상시험 청탁·가족조합 특혜 논란에 청년층·중도 민심 다시 이탈
"2026년의 조국 되나"… 김승원 잔혹사에 갇힌 여권의 진퇴양난
진보 진영 내부 균열 양상 속 정권 정치적 부담은 더 가중
증인 없는 '맹탕 청문회'로 공분 격화… 야당 "몰락의 서곡" 총공세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가족 관련 질문에 답변하는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가족 관련 질문에 답변하는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향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면서 7년 전 '조국 사태'의 잔상이 다시 겹치고 있다. ▷가족 관련 특혜 및 이해충돌 등 의혹 ▷여당의 적극적 감싸기 ▷이에 따른 정권 지지율 하락 추세까지 '조국-김승원 평행이론'을 쓰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여권 및 진보진영 내부의 온도 차 속에서 정권이 느낄 정치적 부담은 오히려 더 커졌다는 분석도 나와 눈길을 끈다.

◆2019년 '조국 사태' 데자뷰

조국 전 장관은 지명 66일, 취임 35일만인 2019년 10월 14일 전격 사퇴했다. 가족에 대한 여러 의혹 제기와 검찰 수사 끝에 조 전 장관은 "상처 받은 젊은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더는 제 가족 일로 대통령님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조 전 장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은 문 전 대통령이 지명한 지 약 일주일 후부터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먼저 조 전 장관 일가가 특정 사모펀드에 74억원을 투자한 것을 두고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 거래, 차명계좌를 이용한 금융실명법 위반 등의 문제가 제기됐다.

또한 조 전 장관 가족이 운영하는 웅동학원이 '위장 이혼'이 의심되는 조 전 장관 제수에게 고의로 수십억원대 소송을 져 줬다는 의혹을 비롯해 조 전 장관 자녀 입시비리 의혹, 딸이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낙제하고도 6학기 연속 장학금을 받은 문제 등이 연이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회 인사청문회조차 열리지 못한 가운데 조 전 장관은 11시간 동안 '셀프 청문회' 형식의 기자간담회를 가졌으나, 반대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각종 의혹으로 들끓는 여론 속에 검찰의 수사 역시 본격화했다. 검찰은 그해 8월 27일 부산대 등 20여곳을 동시 압수수색했고, 인사청문회 당일인 9월 6일에는 조 전 장관 아내 정경심 교수를 표창장 위조 혐의로 기소했다. 같은 달 23일에는 조 전 장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국론은 극심하게 분열됐다. 9월 28일 검찰 개혁 촉구 촛불 집회가 서초동에서 대규모로 열렸고, 10월 3일에는 조 전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대형 집회가 광화문에서 열리며 광장의 민심이 극심하게 충돌했다.

문 전 대통령은 들끓는 민심을 바라보면서 사회적 지탄, 정치적 부담을 안고 조 전 장관 임명을 강행했으나, 조 전 장관 사퇴 당일 "결과적으로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함께 고개를 숙이는 처지가 됐다. 조 전 장관과 가족을 겨냥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 관련 찬반 집회 및 국론 분열 속에 급격한 지지율 하락까지 마주하면서 더는 버티지 못했다.

'조국 사태'는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고공행진의 종식을 알렸고, 진보 진영의 자산으로 여겨졌던 '공정과 도덕성'에 치명타가 됐다. 사태 이전의 압도적인 국정 동력은 크게 약화했고, 정치적 대항마의 출연 및 정권교체로까지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정점식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정점식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철거민 4성딱지 강신철 OUT', '법치상실 김승원 OUT'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김승원-조국 공통점과 차이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과 논란, 여론의 반응도 '조국 사태' 때와 상당 부분 겹치는 모습이다.

먼저 가족을 둘러싼 특혜 및 사익추구 의혹 제기가 닮은꼴이다.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와 사모펀드 등을 통한 자산 증식 의혹으로 청년층의 역린을 건드렸다.

김 후보자는 '제넨셀'의 임상시험 승인과 관련한 식약처 청탁, 제넨셀 창업주 구속 영장을 기각한 판사 아들의 의원실 채용, 발달장애인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족조합'에 대한 각종 특혜 제공 및 이해충돌 등 의혹으로 인해 공분을 사고 있다.

여당의 적극적 '감싸기'와 지지율 하락 추세 역시 비슷한 구도를 이룬다. '검찰 개혁'을 기치로 조 전 장관을 엄호했던 정부 여당은 이번에는 사법 과제를 명분으로 전방위적 엄호 태세를 취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중단된 대통령의 형사 재판에 대한 공소 취소로 '사법리스크'를 원천 제거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지 의심 받는 상황이다. 장관 임명 여부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과 갈등이 눈덩이처럼 커지며 정부 지지율 하락 추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 역시 닮아 있다.

다른 점은 달라진 수사 환경과 진영 간 온도차다. 조국 사태 당시에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지휘 하에 검찰 특수부가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며 당사자와 정권에 강한 압박이 가해졌다. 반면 현재 검찰의 직접 수사가 막힌 상황에서 실질적인 수사권은 경찰로 이관돼 있어 당시 검찰만큼 전격적이고 강도 높은 강제수사는 이뤄지기 어렵다.

서초동 대규모 촛불집회와 같은 여권 지지층의 결집 역시 뚜렷하게 감지되지 않는다는 차이점도 존재한다. 다만 참여연대 등 진보성향 시민단체도 도덕성과 준법의식 등을 지적하며 "법무부 장관으로 부적격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참여연대는 조국 전 장관 임명 당시 사모펀드 문제 등을 지적하며 임명에 반대하던 김경율 전 공동집행위원장을 징계위에 회부시키는 등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던 곳이다. 여당 내 계파 분열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여권 내에서도 "'김승원 카드'는 정권에 부담"이라는 기류도 감지된다.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간사인 박형수 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이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처리에 반발하며 퇴장하며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간사인 박형수 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이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처리에 반발하며 퇴장하며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판 속 진퇴양난

후보자 지명 후 인사청문회 과정까지 우후죽순 불거진 논란들은 명확한 해명으로 가라앉기보다 증인 하나 없는 '맹탕 청문회'를 거치며 국민적 공분을 키우는 요소가 됐다. 야당도 조 전 장관의 사례를 반복적으로 언급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승원을 임명하려는 유일한 목표는 아마 (이 대통령) 공소취소일 것"이라며 "우리 당은 조국 수호대를 해치고 조국을 끌어내린 훌륭한 투쟁의 역사가 있다. 이제 김승원의 차례"라고 엄포를 놨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지난 13일 논평을 통해 "국민에게 이미 김승원 후보자는 '2026년의 조국'이다.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를 약속했던 문재인 정부는 조 전 장관의 자녀 특혜 의혹 앞에서 스스로 그 약속을 배신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 몰락의 서곡이 됐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도 김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될 경우 조 전 장관의 경우처럼 지지율 하락으로 정권의 국정 운영 동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검찰 개혁이라는 목표, 후보자를 둘러싼 논쟁 등이 '조국사태'와 많이 닮아있어 임명 강행 시 여론의 역풍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엄 교수는 또한 "주식, 부동산, 파병 문제에 이르기까지 악재가 산적해 지지율 하락을 멈추긴 상당히 힘들고, 지지율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콘크리트층'을 지키기 위해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도 "(조국사태) 당시와 비교해 민주당 내 분열이 더 보인다"며 "야당의 공세, 정부여당의 수세 국면이 장기화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는 이 대통령이 '탄핵 대선'에서도 과반 득표에 실패한 점을 지적하며 여야 지지율 반전이 본격화 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국민의힘은 장외투쟁을 예고했고, TK가 불을 당기게 될 텐데 민심의 반응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차기 총선이나 대선까지도 걸려 있는 문제로 이 대통령 취임 초기 여야 지지율이 완전히 역전하는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