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지난 16일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할지를 두고 육군사관학교 선후배 간 날 선 공방이 벌어졌다.
질문에 나선 인물은 강선영 국민의힘 국회의원이다. 강선영 의원은 강신철 후보자가 서면 답변과 청문회에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을 '적'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주적'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은 점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목에 칼 들어와도 주적이라 할 줄"…"적입니다"
강선영 의원은 "서면답변서에도 왜 '주'자를 빼고 적이라고 했느냐"고 따져 물은 데 이어 "강신철 장군 정도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주적이라고 할 수 있는 분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강신철 후보자의 답은 "적입니다"였다.
그러면서 "'주적'이라고 하는 순간 또 다른 '주 아닌 적은 뭐냐'는 논리적 문제가 있다"며 "2004년 이후 어떤 정부에서도 주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아 왔다"고 설명했다. 강선영 의원이 "주적은 아니더라도 지금 우리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대상이라는 데 동의하느냐"고 재차 묻자 강신철 후보자는 "그렇다"고 답했다.
두 사람의 관계 때문에 장면은 더욱 눈길을 끌었다. 강선영 의원(여군사관 35기·1990년 7월 임관, 1966년생으로 나이 만 59세)과 강신철 후보자(육사 46기·1990년 3월 임관, 1968년생으로 나이 만 58세)는 모두 육군 장교 출신으로, 과거 육군대학교에서는 강신철 후보자가 강선영 의원의 공격교관을 맡은 인연도 있다. 강선영 의원은 "제가 기억하는 자랑스러운 육사 동문의 모습이 자꾸 변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결국 자진사퇴까지 요구했다.
◆국방백서에는 실제로 2004년부터 '주적' 없어
1995년 국방백서에 처음 등장한 '주적' 표현은 2000년까지 유지됐지만, 2004년 국방백서부터 삭제됐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공식 국방백서에는 '주적'이라는 단어 자체는 부활하지 않았다. 2010년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이후에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표현이 사용됐고, 윤석열 정부의 2022 국방백서에서도 같은 취지의 표현이 다시 등장했다.
현재 국방부 역시 지난 6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강신철 후보자가 말한 "2004년 이후 국방백서에서 '주적'이라는 공식 용어를 쓰지 않았다"는 취지는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다만, 정부 인사 개인 발언까지 포함하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문재인 정부의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2017년 청문회에서 북한을 "분명한 주적"이라고 표현했고, 이재명 정부 초대 안규백 국방부 장관 역시 지난해 청문회에서 "우리 주적은 북한"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결국 이날 논쟁은 북한을 '적'으로 보느냐의 차이라기보다, 그 앞에 '주(主)' 한 글자를 붙여 가장 핵심적인 적으로 명명할 것인가를 둘러싼 안보관·정치적 표현의 차이를 드러낸 순간이었다. 강신철 후보자는 북한이 현재 대한민국에 가장 위협적인 대상이라는 점에는 동의했지만, 끝내 '주적'이라는 강조 뉘앙스의 단어를 사용하지 않은 게 계속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