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7년 만의 임신중지 약물 도입, 안전과 의료 접근성 확보가 성패

입력 2026-09-17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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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 만에 임신중지 약물의 제도권 도입을 추진하고 나섰다. 내년 1분기 유통을 목표로 식약처의 허가 심사 및 복지부의 관리 방안 마련이 본격화한 것이다. 헌재 판결 이후 법적·제도적 공백 속에서 방치되었던 여성의 건강권과 안전을 국가 의료체계 안으로 포섭(包攝)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다행스러운 결정이다.

사실 그동안 제도적 정비가 미뤄지면서 현장의 혼란과 위험은 온전히 여성의 몫이었다. 음성적인 불법 약물 유통이 횡행하고 대체제가 남용(濫用)됐으며, 적절한 의료적 지원을 받지 못해 임신중지 시기를 놓치거나 과도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지불하는 일이 빈번했다. 이에 따라 약물 도입을 통해 사용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안전성 확보 및 사후관리를 제도화하겠다는 취지다.

물론 성공적인 제도 정착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필수 의약품으로 지정한 미프진 등 임신중지 약물은 복용 후 과다 출혈이나 완전 배출 실패 등 부작용 위험이 동반될 수 있다. 응급 상황 발생 시 즉각 대처할 수 있는 응급 의료체계와의 긴밀한 연계와 명확한 사후관리 가이드라인 수립이 필수적이다.

의료 인프라 격차에 따른 접근성 양극화 방지도 중요한 과제다. 도입 초기 2년간 의료기관 내 직접 처방·조제를 원칙으로 정함에 따라, 산부인과 병·의원이 부족한 비(非)수도권 및 농어촌 지역이나 취약계층 여성의 경우 약물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질 위험이 커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아울러 초음파 검사를 포함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 검토와 미성년자의 처방 시 보호자 동의 여부 등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과제도 산적(山積)해 있다.

이번 임신중지 약물 도입은 청소년 보호 체계와 여성의 자기결정권·건강권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세심한 대안이 도출돼야 한다. 정부와 의료계는 철저한 안전 기준 마련과 공백 없는 의료 접근성 확보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