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보는 정치적 치적 수단이나 진영의 기호가 아니다

입력 2026-09-17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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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원 민주당 의원 22명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미연합훈련 축소(縮小) 결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연합훈련 축소가 한미동맹과 한반도 대비태세를 약화시킬 수 있는 만큼 한국과 군사훈련을 계획대로 실시하고, 양국 간 현안과 군사 훈련을 연계하지 말라고 요구한 것이다. 현 상황을 직시한 요청이라고 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은 각자의 이유로 한미연합훈련 축소에 공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으로 떨어진 지지율을 북한과 관계 개선으로 끌어올리려고 한다. 올해 11월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연방 하원의원 전체, 상원의원 약 3분의 1, 주지사 절반 이상 선출)가 사실상 '중간 평가'인 만큼 성과가 필요한 것이다. 여기에는 한국이 미국의 대(對)이란전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미국도 한국을 돕지 않겠다'는 뜻도 내포(內包)돼 있다.

이재명 정부 역시 '북한 체제 존중'과 '적대행위 불추진' 등을 내세우며 북한과 관계 개선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미연합훈련 축소에 대해서도 '대북 대화 여건 조성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조치'라며 호응(呼應)했다. 여기에는 남북 관계 개선이 전통적 지지층 결집을 도모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기대도 깔려 있다고 본다.

북한과 관계 개선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북한은 실질적인 비핵화 노력이나 적대 노선을 폐지할 뜻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 군사분계선(MDL) 일대 장벽 설치, 상습적 군사분계선 침범(侵犯), 합동타격훈련 등 공세를 펼치고 있다. 북한은 전혀 변화가 없는데,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양보한다면 한미동맹을 흔들고 대북 억지력을 약화시키며, 안보 위험만 가중할 뿐이다. 국가 안보의 본질은 국민 생명과 재산,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것이다. 그 어떤 정치적 목적도 그 가치들보다 우선일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굳건한 한미동맹과 상호주의(相互主義)를 바탕으로 원칙적 안보 정책을 펼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