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민 변호사, 법무법인 MK 파트너스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났다. 수많은 의혹과 해명, 여야의 공방이 오갔지만 과연 무엇을 위한 청문회였는지 의문만 남는다. 인사청문제도의 본래 의미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국회와 국민 앞에 공개해 검증하는 데 있다. 특히 법무부 장관은 법무행정과 형사사법, 인권, 교정, 출입국 외국인 업무를 담당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공직윤리, 전문성과 경험, 법치주의와 정의에 대한 철학,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적 판단능력이 중요하다. 대통령은 자신과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이나 현역 의원을 장관으로 지명할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국가의 법과 정의를 책임질 사람이어야 한다는 점에 변함이 없어야 제대로 된 국가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법무부 장관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검사로 재직하는 동안 세 차례 법무부에 근무하며 느꼈던 것은 법무부 장관이 단순히 하나의 행정부처를 관리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장관의 철학과 판단은 국민의 기본권과 국가의 법질서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는 법무부 장관을 너무 정치적 자리로 쉽게 취급해 온 것은 아닌가.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 집권세력이 추진하는 정책을 충실히 수행할 사람이라는 것이 중요한 인선 기준이 되어 왔다. 정치인이 장관이 되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지만 법과 사법제도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경험, 법치주의 수호에 대한 철학과 의지, 법무행정을 이끌 능력을 무시한다면 문제가 있다.
프랑스에서도 정치인이 장관에 임명된다. 법조인만 맡을 수 있는 자리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정치와 사법 사이에 만들어 놓은 선이다. 프랑스 형사소송법 제30조는 법무부 장관이 내각이 결정한 형사정책에 관해 검찰을 일반적으로 지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개별 사건에 대해서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대해 어떤 지휘나 지시도 할 수 없다. 종전에는 법무부 장관이 개별적 사건에 대해 검찰을 지휘할 수 있었지만 2013년 개정을 통해 이를 폐지했다. 내각이 결정한 형사정책은 민주적 책임 아래 수행하되 구체적 사건의 처리는 정치권력으로부터 떼어놓은 것이다. 법원에 기소되어 있는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 여부가 최대 관심사가 되어 있는 우리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3년 개정은 단순히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권을 폐지한 데 그치지 않는다. 법무부 장관은 매년 형사정책의 집행과 일반적 지휘의 내용을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 정치적 책임과 사법적 절제를 동시에 제도화한 것이다. 프랑스의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의 사람이기 이전에 법치주의를 지키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법무부 장관에게는 적어도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전문성이다. 반드시 검사나 법조인 출신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국가의 형사사법과 법무행정을 책임지려면 그것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고 어디에서 실패하는지 이해할 만한 경험과 식견을 갖추어야 한다. 둘째는 독립성이다. 법무부 장관은 정권의 법률 대리인이 아니다.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이나 자신이 속한 정당의 이해와 법치주의가 충돌할 때 "그것은 안 됩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는 절제와 높은 공직윤리다. 법무부 장관의 윤리적 기준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을 정도여서는 부족하다. 사적 이해관계와 공적 권한 사이에 국민의 합리적 의심을 불러 일으키지 않을 정도의 엄격한 자기절제가 요구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법과 정의를 이해하고, 권력을 절제하며, 자신을 임명한 권력자에게도 필요할 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인가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형사사법은 거대한 제도적 전환기를 지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장관 인선은 논공행상이나 정치적 필요의 관점에서 바라봐서는 안 된다. 법무부 장관을 고를 때 첫 번째로 물어야 할 것은 '누구의 사람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지킬 사람인가'이다. 법무부 장관이 지켜야 할 것은 대통령과 정권이 아니다. 법치주의와 정의다. 법무부는 '정의부'(Ministry of Justice)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