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으로 쟁의 범위 확대…전략투자에는 제한 지침
반도체법서 빠진 주52시간 예외, 메가특구서 다시 논의
정부가 기업의 노동·경영 책임을 확대하는 입법을 추진해온 가운데, 메가특구에서는 노동규제 특례를 논의하겠다고 나서면서 정책 일관성을 두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기업 전반에는 규제를 강화하면서 정부가 육성하는 특정 지역의 전략 사업에는 예외를 두려 하기 때문이다. 국가 산업 경쟁력을 위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면 기존 제도의 문제를 함께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법에서 막혔던 노동특례, 메가특구에서는 논의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5일 메가특구 특별법의 노동특례를 논의하기 위한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제안했다. 고소득 관리자·연구개발자의 근로시간 규제를 완화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과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을 합의에 따라 추가 연장하는 방안 등이 논의 대상이다.
근로시간 특례는 과거 반도체특별법 논의 과정에서도 핵심 쟁점으로 부각됐다. 국민의힘과 재계가 연구개발 경쟁력을 이유로 주52시간제 예외를 요구한 반면, 민주당은 2025년 예외 조항을 분리하고 지원책부터 처리하자는 입장을 내놨다. 결국 올해 1월 국회를 통과한 반도체특별법에서 해당 내용은 제외됐다.
하지만 메가특구 특별법 제정을 앞두고 정부가 노동특례 논의를 공식화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반도체특별법에서 끝내 제외됐던 근로시간 규제 완화가 특정 지역의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방안으로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오른 것이다.
쟁점은 규제 완화의 기준과 적용 범위다. 특례 적용을 받지 못하는 기업의 부담을 그대로 둔 채 일부 지역에만 예외를 허용하는 방식은 '형평성' 논란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정부와 여당이 그동안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노동특례를 메가특구에서 추진하려면 기존 입장과 무엇이 달라졌는지부터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쟁의 대상 넓혀놓고…성과급·반도체 투자에는 선 긋기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정부 대응에서도 긴장이 드러난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개정 노동조합법은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원청 등의 사용자 책임을 확대하고,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 결정까지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했다. 노동자의 교섭권 보장이 취지지만 기업으로서는 교섭 상대와 쟁점이 늘어날 수 있는 변화다.
그러나 삼성전자 성과급 갈등과 광주·전남 반도체 투자 반대가 쟁점으로 떠오르자 노동부는 이달 3일 시행지침을 통해 경계를 제시했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달라는 요구는 자율적인 협의가 가능하지만 의무적 교섭이나 쟁의 대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삼성 초기업노조가 호남반도체 교섭의 근거로 든 '근로조건의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 결정'에 대한 기준도 구체화했다.
회사의 대내외 통보 또는 공지 등을 통해 정리해고·순환배치 등이 명확히 예상되는 경우엔 쟁의행위 대상으로 삼을 수 있지만, 호남반도체와 같은 투자 계획 결정만으로 쟁의행위로 나아갈 수 없다는 설명이다. 노란봉투법이 가져온 규제의 본질을 뒤엎어버린 셈이다.
이를 두고 쟁의 범위를 넓힌 뒤 구체적인 투자·보상 갈등이 발생하자 지침으로 다시 경계를 설정해 기업의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개별 기업이 법률과 지침 사이에서 교섭 의무를 판단하고 분쟁에 대응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 셈이다.
규제 강화와 예외 설정을 두고, 분명한 기준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에는 투자와 고용을 결정할 때 적용할 수 있는 명확하고 일관된 기준이 중요하다. 법으로 규제 범위를 넓힌 뒤 지침으로 선을 긋거나 특정 지역에만 예외를 두는 방식은 현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면서 "산업 경쟁력을 위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면 특구 밖 기업에도 같은 어려움이 없는지 살펴 제도 전반을 정비해야 한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