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산단, 인천 시민 전체 물 수요 맞먹어…수자원 인프라 중요성 부각
"전기는 만들 수 있지만 물은 못 만든다"…초순수·재이용 기술 경쟁도 본격화
"용인 반도체 산단은 인천 규모의 도시를 하나 새로 만드는 것과 비슷합니다. 호남 반도체 산단 역시 광주보다 더 큰 도시를 새로 만드는 것과 같은 규모의 물이 필요합니다."
유철상 한국수자원학회 회장은 10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제물주간 2026' 특별세션에서 반도체 산업이 요구하는 수자원 규모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반도체 생산시설 하나가 사실상 대도시 하나와 맞먹는 물 인프라를 필요로 한다는 의미다.
실제 유 회장은 용인 반도체 산단 등에 필요한 물을 감안하면 앞으로 수백만t 단위의 추가 공급능력을 고민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까지 급증하면서 물은 단순한 공업용수를 넘어 첨단산업의 성장을 좌우하는 전략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을 고려해 올해 국제물주간에 국내1·2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처음으로 참여했다. 그동안 상하수도·정수·환경기술을 중심으로 논의되던 물산업의 무게중심이 반도체와 AI 등 첨단산업 인프라로 빠르게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방상호 이콜랩(Ecolab) 박사는 "앞으로 반도체 경쟁력은 칩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산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의 문제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이콜랩은 물·에너지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반도체 생산부터 데이터센터까지 하이테크 물관리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날 방 박사는 "반도체 공장뿐 아니라 AI 칩을 사용하는 데이터센터까지 물과 전력을 동시에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장 건설과 물 인프라 구축을 처음부터 함께 계획해야 한다. 향후 물관리의 목표는 생산을 늘리되 신규 취수는 가능한 늘리지 않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재이용 확대, 공정 내 사용량 절감, 하수처리수 등 대체수원 활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도체 기업들의 고민도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첨단공정 확대에 따라 2030년 물 수요가 2021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럼에도 자연 취수량은 2021년 수준으로 억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전자 DS부분의 수자원 관리를 담당하는 구태완 박사는 "2022년부터 해외에서 반도체 산업에서 물의 중요성을 이야기해 왔지만 최근처럼 관심이 뜨거웠던 적은 처음"이라며 "과거에는 반도체 공장을 지으면서 물을 이렇게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특히 구 박사는 "물은 전기와 달리 생산하기 쉽지 않은 자원이고, 국가가 가용할 수 있는 수자원도 어느 정도 한계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흥·화성·평택 사업장에는 하수처리장에서 재이용수를 공급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라며 "과거 기업 내부의 절수와 재이용에 머물렀던 수자원 관리가 이제는 지역사회와 수생태계까지 함께 고려하는 '워터 스튜어드십(Water Stewardship)'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SK하이닉스 역시 물 확보를 생산능력과 직결된 문제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 소속 안세혁 박사는"신규 반도체 프로젝트에서 실제 팹보다 폐수처리장과 용수 관련 설비를 먼저 구축한다"며 "전기는 만들 수 있지만 물은 만들 수 없다"고 짚었다. 또 "취수량을 무작정 확대하기 어려운 만큼 공정별 절수와 폐수 재이용, 하수처리수 활용을 확대하는 것이 사실상 필수조건이 됐다"고 했다.
반도체 강국인 한국이 물산업에서도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도 제기됐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위상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산업에 필수적인 '초순수' 산업은 해외 기업 의존 구조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두진 한국수자원공사(K-water) 소장은 "초순수 분야에서도 국내 기업이 기술 실증과 레퍼런스를 축적하고, 장기적으로는 초순수 수질과 기술 기준을 정하는 '룰 메이커'로 올라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