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등 방산 선진국 '통합 플랫폼' 재편 속 韓 방산 통합화 시급
내수 독과점 논란은 '기우'...지상·해상과 항공 부문 결합은 상호 보완
'패키지 딜' 수출로 K-방산 생태계 넓혀야
글로벌 우주·항공·방산 시장이 개별 무기 체계를 단순 제조·판매하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육·해·공과 우주를 아우르는 '통합 안보 솔루션' 기반의 복합 기업 각축전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민영화의 궁극적 지향점 역시 이종 방산 기업 간의 유기적 결합을 통한 '글로벌 메가 컴퍼니' 도약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 세계 4위 방산 강국이지만 KAI 등 개별 기업 순위는 하위권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발표한 '2024년 세계 무기 거래 동향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글로벌 방산 시장의 상위권은 ▷록히드마틴 ▷보잉 ▷노스럽그러먼 등 다수의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린 미국의 대형 복합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단일 분야가 아닌 항공우주, 미사일, 지상 통신장비, 우주 산업 등 다방면의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다.
유럽 역시 미국의 방산 패권에 대응하기 위해 국경을 초월한 에어버스라는 연합 기업을 탄생시켰다. 지난 2024년에는 에어버스, 탈레스, 레오나르도 3사가 각자의 사업 부문을 통합하기로 합의하며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대형화를 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들 3사는 항공기, 전자기기, 우주 발사체 및 방산 장비를 포괄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반면 한국 방산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국내 최대 규모의 방산기업조차 매출 기준 세계 20위권에 머물러 있으며, KAI는 70위권 밖을 맴돌고 있다.
미국 국방·안보 전문매체 디펜스뉴스가 발표한 '2026 세계 100대 방산기업' 순위에 따르면, 국내 최대 방산기업인 한화조차 세계 매출 순위 16위에 그쳤으며, KAI는 74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 2025년 기준 국가 방산 수출 점유율에서 한국은 약 6.0%로, 세계 4위 방산 강국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개별 기업의 체급은 여전히 초라한 것이다.
모건스탠리가 2024년 발표한 우주 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40년 글로벌 우주 시장 규모는 1조1천억달러(약 1천3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우주산업 기업들의 매출 규모는 3조5천억원 수준으로 시장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결국, KAI 민영화를 기반으로 한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방산은 물론, 우주산업에서도 도태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수 독과점 논란은 '기우'...상호 보완의 수직 결합
한화가 KAI 지분 15.89%를 최종 확보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선 것은 한국 방산의 구조적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선제적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특정 기업이 KAI를 인수할 경우 방산 시장이 독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시각이 철저히 국내 시장의 점유율만을 따지는 편협한 접근이라고 지적한다.
국방안보학계 관계자는 "현재 KAI 역시 국내 항공기 분야에서 독점적 체계 기업이며, 민간 기업이 이를 인수한다고 해서 새로운 독점이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지위를 계승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서울 소재 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역시 "방산은 본질적으로 국가가 유일한 구매자인 수요자 독점 시장"이라며 "정교한 원가 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기업이 임의로 가격을 인상하거나 시장을 교란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실질적인 사업 영역을 들여다보면 KAI와 한화의 결합 필요성은 더 커진다. 지상 무기와 해양 방산에 주력해 온 한화와 항공 완제기에 집중해 온 KAI는 중복 경쟁 관계가 아닌 상호 보완 관계다.
한국형 전투기 KF-21 양산 1호기의 사례를 보더라도 기체 조립은 KAI가 전담하지만, 엔진과 추진 계통 및 AESA 레이더 등은 이미 외부 전문 방산 기업과 분업하고 있다.
결국, KAI와 한화가 하나의 지배구조 아래로 묶일 경우 중복되는 연구개발(R&D) 투자를 줄이고 생산 설비를 공동 활용해 국방 예산의 효율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수주전, 통합 패키지 딜 역량 절실
KAI의 명운이 걸린 해외 수출을 위해서라도 '메가 컴퍼니'로의 대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KAI의 핵심 사업인 KF-21의 성공 가능성은 결국 글로벌 수주 여부에 달려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KAI가 글로벌 시장에서 거대 복합 방산기업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기체 단품만 들이밀어서는 승산이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전투기와 함께 탑재될 공대공·공대지 미사일, 고성능 항전장비, 레이더, 사후 정비(MRO)까지 한 번에 통합 제안하는 '종합 패키지 딜' 역량이 필수적이라는 것.
이미 폴란드, 호주, 노르웨이 등 전 세계 10개국 이상에 K-9 자주포 등을 수출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입증한 한화의 영업망이 KAI의 항공기 수출과 결합한다면 시너지가 극대화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의 동향을 볼 때, 수출 중심의 메가 컴퍼니 성장 전략은 결국 국내 중소 부품사들의 해외 동반 진출을 이끄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KAI의 민영화와 통합화는 단일 기업의 덩치 키우기가 아닌, 대한민국의 자주국방과 우주 주권을 지켜내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결단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