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만든 완전범죄

입력 2026-09-09 13:4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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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들은 말 가운데 터무니없다고 느낀 것이 세 가지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여러분, 부자 되세요. 꼭이요!" "50만 수험생, 시험 잘 보세요" 여기에 하나를 추가한다면 "이 세상에 완전범죄는 없다"이다. 범죄자는 범행 과정에서 지문, 체액, 모발과 같은 흔적을 남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완전범죄는 없다고 한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 말은 모순(矛盾)이다. '진정한' 완전범죄는 범인이 잡히지 않은 범죄가 아니다. 그 누구도 범죄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 진짜 완전범죄다. 인지(認知)한 범죄 즉, 드러난 범죄는 이미 불완전하다.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사건을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경찰은 불완전한 범죄만 수사할 수 있다.

완전범죄와 비슷하나 다른 개념으로 '암수범죄'(Dark figure of crime)가 있다. 범죄가 발생했으나 경찰이 인지하지 못해 통계에 잡히지 않은 범죄를 말한다. 실제 발생한 범죄와 통계에 잡힌 범죄의 차이가 암수범죄다. 물론 그 누구도 실제 발생한 범죄 건수를 모른다. 시민을 대상으로 범죄 피해를 조사해서 간접적으로 추정할 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4년도 경찰 신고율은 폭행 36.9%, 절도 31.9%, 스토킹 25.8%, 손괴(損壞) 22.4%, 사기 19.7%, 강도 17.7%, 괴롭힘 13.7%, 성폭력 9.7%이다. 범죄 유형에 따라 10건 중 1~4건만 경찰에 신고된다. 미국의 2024년 경찰 신고율도 폭력범죄 47.9%, 재산범죄 30.5%에 그친다. 경찰이 인지하는 범죄는 실제 범죄 중 일부에 불과하다.

피해자가 사망해 신고할 수 없는 범죄와 신고되지 않은 암수범죄를 더하면, 넓은 의미의 완전범죄는 매우 많을 것이다. 여기까지는 경찰도 어쩔 도리가 없다. 하지만 신고를 통해 범죄를 인지했음에도 경찰이 사건을 그냥 종결했다면 그건 얘기가 다르다. 이는 사실상 경찰이 만든 '완전범죄'다.

장○○ 실종 사건에서 부○○ 경장은 거짓말을 두 번 했다. 장 씨에게 연락하지도 않고 장 씨 가족에게 "연락이 닿았고 본인이 위치 공개를 원치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한 실종자 관리 목록에 '교통사고 사망'으로 기재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지난해 실종 신고 사건 7만 814건 중 7만 591건이 수색 없이 종결됐다고 한다. 무려 99.7%다. 이제는 이 통계도 믿기 어렵다.

열심히 찾으면 많이 발견된다. 덜 찾으면 적게 발견된다. 신고를 제대로 받으면 범죄 건수가 늘어난다. 범죄를 적게 인지할수록 '범죄율'은 낮아진다. 신고된 사건을 그냥 종결하면 '사건처리율'이 높아진다. 전자는 분자(分子)를 줄이고 후자는 분자를 늘린다. 숫자 장난이다. '개이득'이다. 야구에서 실책(失策)이 적다고 수비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어려운 공에 손대지 않으면 안타는 돼도 실책은 없다. 아무 일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경찰을 어떻게 개혁할지 고민해달라고 했다. 이에 따라 총리실 주도로 '경찰개혁추진단' TF가 만들어진다. 경찰 개혁은 쉽지 않다.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 아이러니하게도 경찰 자신이 수사의 허점을 가장 잘 안다. 어떤 사건을 수사할지, 어느 정도까지 수사할지, 언제 종결할지 경찰이 결정한다. 경찰 밖에서는 수사 결과만 볼 뿐 그 과정은 알기 어렵다. 사건이 없었는지, 있었지만 찾지 못했는지, 찾았지만 덮었는지 알 재간(才幹)이 없다.

대체로 독점기업은 가격을 높여 자신의 이윤을 극대화한다. 너무 부지런해서 문제다. 공적 조직은 정반대다. 독점이 오히려 게으름을 유발한다. 이윤 극대화 유인이 약하기 때문이다. 앨버트 허쉬먼은 이런 조직을 '게으른 독점자'(Lazy monopolist)라고 했다. 존 힉스의 말마따나 "독점이윤 중 최고는 조용한 삶"이다.

곧 검찰청이 사라진다. 이제 경찰과 경쟁할 기관은 사실상 없다. 범죄 수사에서 경찰의 독점적 지위는 더 강화된다. 아마도 경찰은 게으른 독점자가 될 것이다. 범죄를 덜 인지하고, 덜 수사하고, 빨리 종결할 유인(誘因)이 커진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간다. 장○○ 실종 사건이 전조(前兆)다.

오정일(경북대 행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