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군사 자산 투입을 압박하는 가운데, 프랑스를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호르무즈 파병(派兵) 문제도 논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는 지금까지 파병에 대해 '실질적 기여 및 전투·비전투 등 군사적 기여 검토' '지금은 검토 단계에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민주당 일부와 진보 성향 정당과 단체들이 파병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파병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提出)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우라늄 농축 권한 확보, 핵추진잠수함 건조와 농축 및 재처리 협상,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대미 투자 프로젝트 이행과 추가 관세 압박 등 안보·통상 현안(懸案)과 파병이 얽혀 있는 만큼 진보층 여론만 고려해 미국 요구를 거부하기도 어렵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입장에서 호르무즈 상황을 남의 일로 치부할 수도 없다.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중요한 것은 미국의 이해를 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재명 정부는 국내의 주요 현안에서 그때그때 임기응변(臨機應變)식으로 대응한다는 인상을 주었다.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도 3천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절차적 요인으로 늦어지면서 '투자 회피'라는 불신을 샀다. 신속하게 투자 절차를 진행 중인 일본·대만과 대조적이다. 이에 미국은 "기존 관세(15%)를 철회하고 최대 25%까지 인상할 수 있다" "반도체에 표적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다"고 압박하고 있다.
호르무즈 파병 문제를 두고 '대미 투자'에서 나타난 것과 같은 불신이 되풀이되면 안 된다. 여러 현안에서 유리한 협상을 위해 '파병 언질'을 주고 여론을 핑계로 '빨리 파병할 수가 없다'고 미룬다면 한미 관계를 파국(破局)으로 몰아갈 수 있다. 파병이 국익이라고 판단한다면 적극적으로 여당과 지지층을 설득하고, 파병하지 않겠다고 판단한다면 상호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대안을 제시해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국내 여론은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지만, 국제 관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