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7월 16일 미국은 '맨해튼 프로젝트'에 성공함으로써 인류 최초의 핵무기보유국이 되었고, 그 핵무기는 동년 8월 6일과 9일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각각 강타하였다. 그 결과 양 도시가 전폐되었고, 약 34만 명의 사상자를 낳았다. 그렇게 결사 항전을 외쳤던 일본 군부도 핵무기의 엄청난 파괴력 앞에서는 더이상 버틸 수 없었던 모양이다. 일본의 무조건 항복 선언으로 제2차 세계대전은 끝났다.
해악을 잉태한 핵무기의 군사적․전략적 가치로 인해, 각국은 핵무기 보유에 혈안이 되었다. 핵무기보유국은 점차 확대되어, 오늘날 미국을 비롯한 구소련․영국․프랑스․중국․인도․이스라엘․파키스탄․북한 등 9개국이다. 또한 미국의 핵무기가 유럽의 5개국(네덜란드․독일․벨기에․이탈리아․튀르키예)에 배치되어 있으니, 총 14개국에 핵무기가 존재하는 셈이다. 오늘날 약 1만2천187개의 핵탄두가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는데, 1986년 한때 6만9천368개에 비하면, 많이 감축된 것이다. 하지만 핵무기의 대량 파괴적 효과에 비추면, 여전히 인류의 운명이 핵무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57개의 매우 강력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하였다. 그 동안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의 수는 대략 60~120개로 추정되었는데, 그 구체적 수치가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늘날 북한은 드론(drone)이나 자율무기(autonomous weapons)를 활용한 자국의 핵작전능력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는데, 이것은 한반도를 뛰어 넘어 전세계에 위협이 되고 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무기가 제2차 세계대전의 승패를 좌우했던 것처럼, 북한이 보유한 57개의 핵탄두가 대한민국의 운명을 손아귀에 쥘지도 모른다.
특히 북한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참전함으로써 현대전(現代戰)의 노하우(knowhow)를 축적하고, 나아가 핵잠수함의 진수(進水) 계획을 도모하고 있다. 이처럼 북한의 전력(戰力)은 점차 고도화되는데 반해, 대한민국의 안보환경은 뒷걸음치고 있어 우려스럽다.
북한을 공식적 핵무기보유국으로 인정하려는 '트럼프의 위험한 거래', 충분한 대비책 없이 진행되는 전시작전통제권의 전환 문제, 육․해․공 사관학교의 통합과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에서의 정치적 공약 이행을 위한 안보의 경시, 각종 한미연합훈련의 취소 또는 축소, 병력 자원의 감축, 군의 사기와 명예의 추락 등은 대한민국의 안보환경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북한이 핵탄두를 57개나 가졌다고 해도, 대한민국의 전력(戰力)이 방전되고 있다고 해도, 대한민국은 무덤덤하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이처럼 오늘날 대한민국이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국민의 안보 불감증이다. 어쩌면 경제력 우위를 군사력 우위로 보는 착시 현상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은 아닐까 ! '북한의 핵탄두 57개, 대한민국의 핵탄두 0개'라는 현실을 도외시한 채 말이다.
안보를 둘러싼 국론이 이렇게 분열되고 있다면, '힘의 논리'가 작동하는 세계 속에서 일등 국가로 나아가려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긍정적일 수 없다. 역사의 교훈처럼, 북한 핵무기를 과소평가하는 것은 국가 존립에 대한 방임이며, 민족에 대한 배신이다. 급변하는 안보환경 속에 놓인 대한민국은 이러한 흐름을 잘 예측하고,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쟁취할 수 있듯이, 국가의 미래를 위해 '방어용 또는 억지용의 핵무장' 카드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힘이 없으면, 결국 힘의 제물이 될 수밖에 없다. 평화와 자유를 잃고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57 대 0'......
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용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