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채권 권리는 그대로…달라지는 건 증권을 기록·관리하는 방식
상장주식 토큰화는 아직…사모상품·비상장주식부터 단계적 확대
발행·거래 넘어 결제까지 디지털화…금투업계 새 사업 기회 '주목'
내년 2월부터 주식·채권·펀드 등 기존 금융상품을 토큰증권 형태로 발행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됩니다. 그동안 토큰증권은 미술품이나 음원 저작권 등을 여러 사람이 나눠 투자하는 조각투자와 주로 연결됐지만, 앞으로는 주식·채권 등 전통적인 금융상품으로 영역이 넓어집니다.
다만 토큰증권이 도입된다고 금융상품의 본질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 주식과 채권이 토큰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발행·관리될 뿐, 투자자가 갖는 권리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종이 주권→전자증권→토큰증권…달라지는 건 '장부'
토큰증권을 이해하려면 '무엇을 보유하느냐'와 '그 권리를 어떻게 기록하느냐'를 나눠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주식을 종이 주권으로 보유했습니다. 이후 전자증권 제도가 도입되면서 투자자의 주식 보유 내역은 전산 장부에 기록되고 있습니다.
토큰증권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블록체인의 핵심 기술인 분산원장을 활용합니다. 여러 참여자가 거래 정보를 공유하고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장부를 통해 증권의 권리와 거래 내역을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토큰증권으로 발행된 주식이라고 해서 기존 주식과 다른 권리를 갖는 것은 아닙니다. 배당이나 의결권 등 주식에 붙은 권리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쉽게 말하면 '주식이라는 내용물'을 바꾸는 게 아니라 이를 기록하고 관리하는 방식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토큰증권 제도가 시행되면 삼성전자 주식을 토큰 형태로 사고팔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당장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금융당국은 제도 시행 초기부터 모든 주식을 토큰화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내년 2월 시작되는 1단계에서는 기관투자자 대상 사모 머니마켓펀드(MMF)와 사모사채, 신탁을 활용한 비상장주식 등이 우선 대상입니다. 공모 절차를 거친 조각투자증권도 토큰화할 수 있습니다.
이후 금융당국은 시장 안정성과 수요 등을 확인하면서 일반 투자자가 참여하는 공모 주식·채권·펀드 등으로 범위를 넓힐 계획입니다. 상장주식 역시 장기적으로 토큰화 가능성이 열리지만, 내년 2월부터 투자자가 삼성전자 주식을 토큰으로 직접 거래하게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결국 내년 2월은 주식시장 전체가 토큰시장으로 바뀌는 시점이 아니라 일부 금융상품을 대상으로 새로운 발행·관리 방식을 적용하는 출발점에 가깝습니다.
◆채권부터 결제까지…금융시장 뒤편도 디지털 전환
채권도 마찬가지입니다. 토큰화되더라도 본질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기업이 자금을 빌리고 일정 기간 뒤 원금과 이자를 갚는다는 기본 구조는 그대로입니다.
다만 토큰증권으로 발행하면 채권의 발행과 거래뿐 아니라 이자 지급, 만기 상환 등 후속 절차까지 디지털 방식으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계약을 활용하면 정해진 조건에 따라 일부 업무를 자동화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특히 비상장주식이나 채권처럼 거래 절차가 복잡하거나 유동성이 낮은 자산은 토큰화를 통해 새로운 유통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옵니다.
물론 토큰화만으로 거래가 저절로 활발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시장이 커지려면 상품을 사고팔 투자자와 안정적인 유통 인프라가 함께 마련돼야 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스마트폰으로 주식을 몇 초 만에 사고팔 수 있는데 굳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식 거래가 체결된 이후에는 증권사와 거래소, 예탁결제원 등 여러 기관이 거래 내역과 보유 정보를 확인하고 처리하는 후속 절차가 이어집니다. 투자자가 직접 체감하기 어려운 이 같은 업무를 더욱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토큰증권의 주요 장점 중 하나입니다.
토큰증권은 분산원장을 활용해 증권의 발행부터 거래, 권리 관리까지 정보를 하나의 디지털 체계에서 연결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스마트계약을 적용하면 정해진 조건에 따라 배당이나 이자 지급 등 일부 절차를 자동으로 처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여기에 디지털 결제수단까지 결합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향후 디지털자산 기본법 및 스테이블코인 법제화가 완료되면 증권 매매와 대금 결제가 블록체인에서 실시간으로 동시에 이뤄지는 이른바 '온체인 결제'도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금융당국이 궁극적으로 그리는 모습은 단순히 증권을 토큰으로 만드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증권의 발행부터 거래·결제·권리행사까지 금융시장 전반을 디지털 방식으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조각투자 넘어 전통 금융상품으로…증권사도 새 먹거리
토큰증권은 국내에서 미술품과 음원 저작권 등을 쪼개 투자하는 조각투자로 먼저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정책의 방향은 조각투자에 머물지 않습니다. 주식·채권·펀드 등 기존 금융상품까지 토큰화 대상으로 확대하면서 기존 자본시장과 연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도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옵니다. 증권사는 토큰증권으로 발행할 수 있는 상품을 발굴하고, 발행과 유통 과정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자산운용사 역시 향후 펀드 토큰화가 본격화하→면 기존 상품과는 다른 방식의 투자상품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그동안 거래가 쉽지 않았던 비상장주식이나 채권, 각종 투자계약증권 등이 토큰화되면 투자자 접근성이 높아지고 상품 유통 방식도 다양해질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거래 구조가 복잡해 투자자와 연결되기 어려웠던 자산을 디지털 방식으로 관리하면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제도가 시행된다고 곧바로 토큰증권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초기에는 토큰화할 수 있는 상품과 투자자 범위가 제한적인 데다 금융회사들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고 거래 안정성을 검증하는 과정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토큰화 자체가 투자 수요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상품을 토큰 형태로 발행하더라도 이를 사고팔 투자자가 충분하지 않으면 유통시장이 활성화되기 어렵습니다. 토큰증권이 실제 자본시장에 안착하려면 다양한 상품이 공급되고 이를 거래할 수 있는 시장과 인프라가 함께 갖춰져야 합니다.
결국 토큰증권 시장의 향방은 제도 시행 자체보다 얼마나 다양한 금융상품이 토큰화되고, 실제 투자자들이 사고팔 수 있는 유통시장이 만들어지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제도가 시행된다고 당장 토큰증권 시장이 크게 성장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투자자들이 실제로 원하는 상품이 얼마나 나오고 거래가 얼마나 활성화되느냐가 시장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