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민영화 분석 上]'주인 없는 회사' 한계 넘어야…글로벌 방산 표준은 '민간 주도'  

입력 2026-09-08 15: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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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후에도 방위사업법 통제로 공공성 유지 가능
대형화·수직계열화가 KAI 경쟁력 및 우주항공 생태계 키울 수 있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KAI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KAI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민영화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방산 시장의 대형화 추세와 정부의 철저한 통제 시스템을 고려할 때, 민간 주도의 체질 개선이 KAI의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 과제라는 분석이다.

◆방산 혁신 주도는 민간 자본 중심

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KAI의 민영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국가 항공 전력을 생산하는 공공재적 성격이 꼽히고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KAI의 공공재적 성격은 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의 지분율과 같은 소유 구조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방위사업법에 따른 원가 검증 및 정부 승인 체계라는 정밀한 국가 통제 시스템에 의해 담보 된다는 것.

무기체계의 개발과 양산 및 수출 역시 지분 구조와 무관하게 방위사업청과 국방부의 승인 없이는 진행될 수 없다.

세계 1위 방산 기업인 록히드마틴 역시 상장된 민간 기업이지만 미국 공군력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간 소유와 공공재적 기능 수행은 충분히 양립이 가능하다.

특히 KAI는 1999년 외환위기 당시 민간 기업들의 항공사업 부문의 중복투자와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출범한 본래 민간 기업이었다. 유동성 위기에 몰려 부실채권 출자전환으로 국책은행이 대주주가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오히려 독점적 지위가 적극적 개선 의지를 꺾어 경쟁력을 저하시켰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전 세계 15대 방산기업 중 공기업은 중국이나 러시아 등을 제외하면 극소수에 불과하다.

미국의 보잉, 록히드마틴, 레이시온 등 방산기업들은 1980년부터 2015년 사이 약 85개 기업이 통합되며 세계 5대 메이저 방산 기업으로 성장했다. 제너럴다이내믹스나 레오나르도처럼 육·해·공을 아우르는 복합 방산기업이 현재의 글로벌 표준에 부합한다.

특히 한화가 KAI 지분 15.89%를 확보해 2대 주주로 올라선 상황에서 한화와 KAI의 결합은 독과점이 아닌 상호 보완 관계의 수직 결합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방위산업은 100% 정부 발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방산 원가 등 일체를 국가로부터 통제받는다"라며 "특정 기업의 경영 환경에 따라 산업 전체가 흔들릴 우려는 없다"고 판단했다.

최근 방산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안두릴 ▷쉴드 ▷팔란티어 ▷헬싱 등도 모두 민간 자본 중심의 기업이다.

FA50. 한국항공우주산업(KAI)
FA50.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규모 사업 위해 민간 자본 필수

일각에서는 정부가 T-50, 수리온, KF-21 등 무기체계 개발에 투입한 약 40조원의 예산을 근거로 이를 민간에 넘기는 것은 무리가 존재하는 의견도 제기한다. 하지만 이 예산은 KAI라는 회사 자체에 대한 무상 출자가 아니라 위탁 개발 및 생산자로서 집행한 사업비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향후 주식 매각 시 그 대금도 고스란히 국고로 환수돼 정부의 투자 차익으로 회수된다.

업계에서는 오히려 향후 KF-21 블록3 개발이나 첨단 엔진 국산화 등 막대한 후속 투자를 정부 재정만으로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민간 자본의 유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 하는 근거로 대우조선해양이 민영화 이후 체질 개선에 성공하며 성장한 사례가 꼽힌다.

한편으로는 한화와의 결합으로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그러나 한화가 인수한 삼성테크윈, 대우조선해양 등에서 인수 후 5년 이내에 구조조정이 발생한 사례는 없다.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고용을 늘려왔다.

KAI는 KF-21 이후 대형 프로젝트가 없어 1천여명에 달하는 설계 및 전문 인력의 재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들을 우주 및 방산 분야로 재배치한다면 경남지역 우주항공 생태계 성장을 이끌 수 있다.

또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부문 대표이사에 두산DST 출신이 내정되는 등 그룹 출신 인사의 파견을 최소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AI 민영화 상황과 관련해 "현재 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이 항공 산업에 대한 전문성과 사업 연관성이 부족한 만큼, 명목상의 주주보다는 대규모 R&D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전략적 주주가 KAI의 수출 확대와 기술 고도화에 적합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