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공모금액 8조원…올해 기술특례 상장기업 88%가 첨단산업
코스닥시장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제도 도입 21년 만에 300사를 넘어섰다. 바이오 기업의 증시 입성을 지원하기 위해 출발한 기술특례상장 제도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방산·우주, 로봇 등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코스닥의 주요 상장 통로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다만, 기술특례기업의 관리종목 지정 비중이 일반 상장기업보다 높은 만큼 시장 확대와 함께 투자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아 있다.
4일 한국거래소는 이날 의료용 기기 제조업체 스카이랩스가 코스닥시장에 입성하면서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누적 300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5년 3월 제도가 도입된 이후 21년 만이다. 스카이랩스의 공모가는 1만원이다.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증가 속도는 최근 들어 빨라졌다. 누적 상장기업은 2020년 10월 처음 100사를 넘어선 뒤 2023년 11월 200사를 돌파했고 약 3년 만에 다시 100개 기업이 추가됐다.
연간 신규 기술특례상장 기업도 ▲2017년 7사 ▲2018년 21사 ▲2020년 25사 ▲2021년 31사로 늘었다. 2024년에는 42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도 35사가 증시에 입성했다. 올해는 이날까지 17사가 기술특례를 통해 코스닥에 상장했다.
당초 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시작된 제도도 지속적으로 문턱을 넓혀왔다. 거래소는 2011년 신성장동력 17개 업종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한 데 이어 2013년 전 업종으로 대상을 넓혔다. 2017년에는 증권사가 기업의 사업모델 경쟁력과 성장성을 평가해 추천하는 성장성 추천 특례상장 제도를 도입했다.
기술평가 부담도 완화했다. 2019년 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시작으로 시장평가 우수기업과 코넥스 기업, 딥테크·상장 재도전 기업 등으로 단수 기술평가 대상을 확대했다. 질적심사 역시 바이오에서 AI·우주·에너지, 첨단로봇·사이버보안·K-콘텐츠 등으로 세분화했다.
기술특례상장 확대는 코스닥 기업공개(IPO) 시장의 외형 성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기술특례기업 300사가 코스닥 IPO를 통해 조달한 누적 공모금액은 8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바이오 기업이 조달한 자금만 4조5000억원으로 전체의 55.5%를 차지한다.
최근에는 바이오 중심이었던 기술특례상장 시장이 첨단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거래소가 AI·바이오·반도체·방산 및 우주를 첨단산업군으로 분류해 집계한 결과 올해 기술특례상장 기업 가운데, 이들 첨단산업 기업 비중은 88.2%에 달했다. 공모규모 기준으로는 96.3%, 상장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96.6%를 차지했다. 2021년 첨단산업 기업의 상장 건수 비중이 51.6%였던 점과 비교하면 5년 사이 36.6%포인트 높아졌다.
상장 기업의 몸값도 커졌다. 기술특례기업의 공모 기준 상장 시가총액은 2005년 2652억원에서 2015년 1조3485억원, 지난해 7조8786억원으로 확대됐다. 올해 들어서는 코스닥 전체 신규 상장기업의 상장 시가총액 가운데 기술특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62.0%까지 높아졌다. 올해 기술특례기업의 평균 상장 시가총액도 2474억원으로 일반기업 평균인 2066억원을 웃돌았다.
상장 이후 기업가치가 크게 뛴 사례도 잇따랐다. 기술특례기업의 현재 시가총액은 상장 당시와 비교해 평균 147% 상승했다. 특히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알테오젠은 상장 당시 1451억원이었던 시총이 지난달 31일 기준 21조4190억원으로 140배 이상 불어났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1558억원에서 8조9336억원, 펩트론은 815억원에서 4조2717억원으로 증가했다.
현재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알테오젠 ▲레인보우로보틱스 ▲펩트론 ▲에이비엘바이오 ▲로보티즈 등 5곳이 기술특례상장 기업이다. 코스닥 전체 상장기업에서 기술특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3%지만, 시총 상위권에서는 절반을 차지하는 셈이다.
다만, 외형 확대에 따라 부실기업 관리와 투자자 보호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기술특례기업 가운데 감사의견 거절 등을 이유로 상장폐지된 기업은 5곳이다. 최근 5년간 신규 상장기업을 기준으로 기술특례기업 188곳 가운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기업은 11곳으로 5.9%를 차지했다. 퇴출사유가 발생한 비중은 기술특례기업이 1.1%로 일반기업의 2.8%보다 낮았고 이 기간 신규 상장된 기술특례기업 가운데 실제 상장폐지된 사례는 없었다.
거래소는 이에 지난 7월부터 밸류업 공시를 이행한 기술특례기업에 한해 매출액 미달과 대규모 손실에 따른 상장폐지 요건 적용을 유예하도록 제도를 손질했다. 향후 맞춤형 질적심사기준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전문평가제도 개선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앞으로도 딥테크 기업의 요람으로서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정부 정책과의 연계성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첨단기술의 가치와 성장 잠재력을 면밀히 심사하고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도 제고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