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완화됐지만 거래대금·거래량 연중 최저
투자자예탁금 100조 붕괴·개미 자금은 미국행
"7000대 안착하려면 외국인 자금 재유입 관건"
국내 증시의 극심한 급등락세가 진정됐지만 거래대금과 거래량은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변동성은 가라앉은 대신 개인 자금의 해외 이탈과 외국인 매도가 이어지며 지수가 박스권에 갇혔다. 코스피가 7000대에 안착하려면 외국인 자금 재유입과 거래대금 회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시장의 공포심리를 나타내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지난 6월 말 96.94까지 치솟았던 것이 지난달 31일 46.05까지 내려온 데 이어 지난 1일 44.03으로 2개월여 만에 절반 이하로 낮아졌다. 지난 2월 이후 약 6개월 만에 다시 40선대로 내려온 것이다.
유가증권시장 사이드카 발동 횟수도 6월 10회, 7월 15회에서 8월에는 5회로 줄었다. 7월에만 4회 발동됐던 서킷브레이커는 8월 들어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3% 이상 출렁인 날은 7월 22거래일 가운데 14일(64%)에 달했으나 8월에는 19거래일 중 8일(42%)로 줄었고, 5% 이상 급등락한 날도 10일에서 3일로 급감했다.
이는 지난 7월 31일 금융당국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을 겨냥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의 기본예탁금을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올린 규제의 효과로 풀이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품이 코스피 전체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월 30일 32.48%에서 최근 3%대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시장이 안정을 찾은 대신 거래 자체가 눈에 띄게 위축됐다는 점이다. 지난달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약 25조7000억원으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5~6월 50조원대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두 달 만에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7월(37조원대)보다도 30% 넘게 감소했다.
일평균 거래량 역시 3월 11억주에서 4월 9억주, 5월 7억주, 6월 5억주, 7월 4억주로 꾸준히 줄어든 데 이어 8월에는 3억2000만주 안팎까지 내려왔다. 주식이 얼마나 활발히 손바뀜됐는지를 보여주는 상장주식 회전율도 지난달 0.54%로 올해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하루 동안 전체 상장주식 1000주 가운데 약 5.4주만 거래됐다는 의미다.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6월 초 139조원대에서 지난달 말 90조원대 후반 수준으로 줄며 시장에 유입될 실탄마저 마르고 있다.
거래 위축의 이면에는 증시의 상승 탄력이 떨어진 가운데 국내를 떠나는 개인 자금이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지난달 미국 주식 23억9600만달러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 4~5월 순매도로 돌아섰던 개인 투자자들은 6월 이후 3개월 연속 미국 주식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권범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예탁금, 신용융자 잔고 등 개인 수급 관련 지표가 모두 하락세"라며 "개인 매수 심리 지표는 지난 6월 이후 하락 추세로, 평균 회귀를 가정할 때 개인 매도세가 지속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고 분석했다.
이런 부진한 수급 속에 코스피는 9월 들어서도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4분 현재 코스피는 전일 대비 2.29% 하락한 6679.54에 거래되고 있다. . 7월 말 5500대까지 밀렸던 지수는 6200~6400대를 오르내리다 지난달 중순부터 6800~6900대에서 움직이며 7000대 돌파를 시도 중이지만 번번이 무너지고 있다.
지수 위쪽에 쌓인 개인 매물벽도 상단을 짓누른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7000포인트 이상 구간에 형성된 개인 순매수는 약 87조원에 이른다. 개인과 연동된 금융투자 물량(24조5000억원)까지 더하면 매물대는 111조5000억원에 달한다. 지수가 반등할 때마다 원금을 회수하려는 매물이 흘러나오는 구조다. 구간별로는 7500~8000포인트에 30조2000억원, 8000~8500포인트에 28조3000억원 등 7500포인트 위쪽에 물량이 몰려 있다.
다만 이런 매물벽이 상승 방향 자체를 되돌리기보다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적 개선세가 이어지면 매물을 소화한 뒤 추가 돌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코스피 상장사의 2026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989조7000억원으로 7월 말 974조9000억원보다 1.5% 높아졌고, 2027년 전망치도 같은 기간 1310조9000억원에서 1314조3000억원으로 상향됐다. 그럼에도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5.5배 안팎의 저평가 영역에 머물러 있다. 이같은 실적 전망 속에 기업들의 대형주들의 잇단 주주환원 확대는 지수 하단을 받치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결국 코스피가 7000대에 올라서려면 얇아진 수급을 메울 외국인 자금의 복귀가 관건이다. 이번 주 미국 고용지표 발표를 시작으로 이달 중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대형 이벤트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방향성을 둘러싼 눈치싸움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시즌 프리뷰를 통한 코스피 영업이익 컨센서스 상향 재개, 브로드컴·마이크론 등 미국 반도체주 실적을 계기로 최근 불안정했던 국내 반도체주의 수급과 투자심리가 정상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7500포인트 이상에 집중된 개인 매물대로 인해 월 중 단기 상단 저항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