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10개 만들기' 부산·전남·충남대 낙점… 경북대 또 고배, 경쟁력 '빨간불'

입력 2026-09-01 17:2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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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전남·충남대 3곳 집중 지원… 경북대 최종 명단서 제외
NRL 2.0 이어 대형 국책사업 또 고배… 지역 대학가 위기감
"부산대에 밀릴라" 우려 현실로… 입시에도 부담
미선정 대학 추가 지원 불투명…경북대 "다음 기회 준비할 것"

경북대학교 본관 전경.
경북대학교 본관 전경.

교육 분야에서도 대구·경북(TK)이 정부의 지역 거점국립대 육성 경쟁에서 밀려나면서 지역 대학가가 총체적인 위기감에 휩싸였다.

핵심 거점국립대인 경북대가 정부의 대규모 재정지원 사업에서 잇따라 탈락하면서 단순히 한 대학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대학 전체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1일 국무총리 주재 '국토공간 대전환 범정부 추진협의회'를 거쳐 2026년 '서울대 10개 만들기' 패키지 지원대학으로 부산대와 전남대, 충남대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선정 대학은 올해 교당 약 700억원을 지원받으며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5년간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패키지 지원 외에도 학부교육 혁신을 위한 일반재정지원 등으로 전년 대비 200억~300억원이 추가 지원된다.

이번 사업은 지역 성장엔진과 AI 분야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학부부터 대학원, 연구소까지 집중 육성하는 게 핵심이다. 브랜드 단과대·융합연구원에 교당 약 400억원, AI 거점대학에 약 100억원, 5극3특 공유대학에 약 200억원이 투입된다.

교육부는 ▷국토공간 대전환 프로젝트 추진 전략과의 정합성 ▷지역 여건 및 준비도 ▷대학 여건 및 준비도 ▷대학 전반의 교육·연구 혁신 및 체질 개선 등 4개 기준을 중심으로 대학들을 평가했다. 특히 지역 산업 기반과 연계한 교육·연구 혁신 계획의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선정된 3개 대학은 구체적인 교육·연구 계획과 산학연 협력체계를 갖추고 균형성장 전략과 대학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연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북대는 삼성전자와 연계한 모바일AI공학전공 확대, 피지컬AI 융합 단과대학 신설, 엔비디아·HD현대로보틱스 등과의 제조 AI 협력 등을 앞세워 선정에 도전했지만 결국 고배를 마셨다.

◆부산대는 되고 경북대는 왜 안 됐나

지역 대학가에서는 이번 결과에 대한 우려가 일찌감치 제기돼 왔다. 정부가 서울대를 제외한 거점국립대 9곳 가운데 3곳만 집중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권역별 안배가 이뤄질 경우 영남권에서는 경북대와 부산대가 사실상 한 자리를 놓고 경쟁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교수사회에서 퍼졌다. 대기업 계약학과와 산학협력 등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온 부산대에 경북대가 밀릴 수 있다는 우려였다.

부산대는 동남권 성장엔진 산업인 조선해양·기계시스템·항공우주 등을 포괄하는 혁신제조융합대학을 신설하고 LG전자·한화 3사 등과 계약학과를 새롭게 설치하는 계획을 제시했다. 2027년에는 학부 424명, 대학원 270명 규모의 국내 최대 AI대학을 신설하고 양산캠퍼스를 산업 인공지능 전환(AX) 연구캠퍼스로 조성한다. 교육부는 부산대의 계획이 지역 산업 여건과 향후 투자계획, 정부의 남부 해양 수도권 발전 전략과 맞물려 실현 가능성과 파급효과가 높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 5월 최대 1천억원 규모의 국가연구소(NRL 2.0) 사업에서도 경북대가 본선 무대에 오르지 못하면서 지역 대학가의 위기감은 더욱 커졌다. 당시에도 단순히 개별 국책사업 하나의 탈락을 넘어 향후 대형 국책사업 전반에서 경북대가 밀릴 경우 '서울대 10개 만들기' 등 거점국립대 집중 육성 정책에서도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번 패키지 지원대학 탈락으로 당시 우려가 현실화한 셈이다.

교원 승진 및 재임용 기준 개편을 둘러싸고 수개월간 이어진 학내 갈등도 경북대의 패착 중 하나로 지목된다.

경북대 본부는 연구중심대학 전환과 정부 재정지원사업 대응을 위해 교원 연구성과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교수사회에서는 학문 분야별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단과대학별 의견 수렴 과정에서도 이견이 이어졌고 조교수들을 중심으로 피켓시위까지 벌어졌다. 대학이 정부에 혁신계획서를 제출할 당시에도 승진 기준 개편을 둘러싼 학내 합의는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5년간 집중 지원… 연구·인재 경쟁 격차 우려

경북대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같은 영남권의 부산대와 연구·교육 여건은 물론 우수 교원·학생 확보 경쟁에서도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선정 대학에 대한 지원이 2030년까지 5년간 이어지는 만큼 시간이 흐를수록 연구 인프라와 교육 여건의 차이가 누적될 가능성이 있다.

차상로 학문당학원 소장은 "경북대와 부산대는 영남권에서 학생 자원이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에 부산대가 대규모 추가 재정을 바탕으로 AI와 전략산업 분야를 집중 육성할 경우 우수 학생 확보 경쟁에서 경북대가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당장 전체 입결이 급락하기보다는 우수 학생의 선택에서 부산대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일부 학과의 합격선부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향후 관건은 이번에 선정되지 못한 경북대 등 6개 거점국립대에도 추가 기회가 주어질지 여부다. 교육부는 이번에 선정된 3개 대학을 2030년까지 지원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미선정 대학을 추가로 선정해 같은 수준으로 지원하는 구체적인 일정이나 계획은 이번 발표에 담지 않았다.

학내 후폭풍도 예상된다. 정부 재정지원사업 대응과 연구중심대학 전환을 명분으로 추진해온 교원 승진 기준 개편을 두고 교수사회의 반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작 핵심 사업 선정에 실패하면서 본부의 혁신 전략과 학내 의사결정 과정을 둘러싼 책임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경북대 본부 관계자는 "선정 결과를 받아들이고 이제는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내년도 추가 지원 예산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번에 선정되지 않은 거점국립대들도 향후 같은 수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다른 국립대들과 함께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