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을 걷다 보면 그 지역의 과거와 미래를 함께 만날 수 있다. 이른 새벽 문을 여는 상인의 손길, 오랜 세월 한자리를 지켜온 가게, 골목 한편에서 새로운 꿈을 시작하는 청년상인까지 시장과 골목에는 지역의 삶과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다. 그래서 골목은 단순히 상점이 모여 있는 공간이 아니다. 사람을 이어주고, 문화를 키우며,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삶의 터전이다.
그러나 지금 지역의 골목은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온라인 소비가 일상이 되고 수도권으로 소비가 집중되면서 지방 상권은 이전과 전혀 다른 경쟁을 하고 있다. 단순히 시설을 새롭게 꾸미는 것만으로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되돌릴 수 없다. 이제는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오고, 머물고, 다시 찾고 싶은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중소벤처기업부도 지역상권 정책의 방향을 새롭게 바꾸고 있다. 과거의 정책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는 데 무게를 뒀다면, 이제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 관광과 미식, 청년 창업과 로컬브랜드를 연결해 스스로 성장하는 상권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가운 것은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대구경북이 있다는 사실이다. 전국 6곳만 선정된 글로컬상권 가운데 절반인 대구 교동상권, 경주 황리단길, 영주 문어 1955상권 등 3곳이 우리 지역에서 선정됐다. 대구 교동은 글로벌 관광객과 청년 창업이 어우러지는 도심형 상권으로, 황리단길은 천년 신라의 역사와 감성을 품은 세계적인 관광상권으로, 영주 문어1955상권은 지역 먹거리와 전통시장을 연결한 체류형 상권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대구 들안길먹거리 상권과 포항 구룡포 상권도 로컬테마상권으로 선정되어 지역만의 음식과 체험 콘텐츠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지역의 이야기가 상권의 경쟁력이 되고있는 것이다.
전통시장에도 새로운 희망이 싹트고 있다. 올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백년시장 사업은 오래된 시장을 보존하는 사업이 아니다. 70년 이상의 시간을 품은 시장을 지역의 대표 브랜드로 키우고, 문화와 관광이 어우러진 새로운 명소로 만드는 사업이다. 올해 선정된 전국 10곳의 백년시장 가운데 경산공설시장은 남매지장터의 전통을 간직한 곳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백년시장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이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성과가 아니다. 대구·경북은 골목상권의 기반부터 차근차근 다져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골목형 상점가이다. 2023년 4곳에 불과했던 골목형 상점가는 현재 121곳으로 크게 늘었다. 골목형 상점가는 단순한 지정제도가 아니다. 온누리상품권 사용과 공동마케팅, 다양한 상권 활성화 사업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며, 작은 골목을 지역을 대표하는 상권으로 키우는 출발점이다.
이런 기반 위에서 대구경북은 유망골목상권, 로컬테마상권과 글로컬상권으로 이어지는 성장의 사다리를 하나씩 완성해 가고 있다. 지역상권 정책은 개별 점포를 지원하는 정책을 넘어 지역 전체의 경쟁력을 키우는 정책으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정책도 사람을 이길 수는 없다. 골목을 살리는 주인공은 결국 상인이고 주민이다. 청년상인의 새로운 도전과 지역 주민의 관심, 지방정부의 협력과 지역사회의 참여가 함께할 때 비로소 골목은 살아난다. 행정은 그 가능성을 키우는 든든한 동반자가 돼야 한다.
우리는 이미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흩어진 자산을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하고, 하나의 브랜드로 키워가는 일이다. 지역의 미래는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이 머무는 골목에서 시작된다. 골목의 활력이 지역을 살리고, 지역의 활력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을 이끈다. 대구경북이 그 변화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